이곳에서는 한국신문을 따로 구독하지 않기에 (사실 별로 읽을게 없다) 포탈을 통해 이런 저런 한국의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 이들 중에서 최근 2-3일간 나의 눈길을 끄는 기사를 보았다. 탤런트 이영애를 내세운 모 교수의 비빔밥 광고가 뉴욕타임즈에 전면으로 계재된 것이다. 세월도 비껴간 이영애의 단아한 한복 맵시를 내세우고 대장금의 이미지를 최대한 이용하여 비빔밥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함께 예쁘게 올라간 사진과 함께 올라간 메시지는 누가 보아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임이 분명하다.
영어 메시지, 미국의 신문이라는 점 외에도, 이 광고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 너무도 명백한 이유는 드라마 대장금을 실존했던 역사의 이야기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라면 그렇게 노골적으로 잘못된 fact를 내세우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광고로써, 많은 나라에 수출되어 한국의 음식을 - 정확한 현대의 음식이 아닐지라로 - 소개했다는 유명도와 impact를 생각할 때 당연한, 아니 매우 좋은 아이디어임에는 틀림이 없다, commercially anyway...
하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면,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의 역사적인 사실들은 왜곡되고, 이 왜곡들이 확대되어 다시 생산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실질적인 역사와는 관련이 별로 없는 소설적인 이야기가 한국의 역사로 둔갑되고,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떠나, 겉에서 보이는 한국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래서 종종 진지하게 취급될 수 없는 역사이야기를 가진 나라로 인식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전략적으로 이를 잘 이용하면 일본이나 중국처럼 자국 문화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날조된 얌전한, 그러나 용감한 벚꽃과 사무라이의 문화를 가졌다는 일본, 중국의 소림사 같은 것은 꾸준한 브랜드 마켓팅의 결과물에 다름 아닌 것이라고 보는데, 이런 부분에서 한국은 상당한 후발주자에 속하니만큼, 본 '비빔밥' 광고같은 컨셉은 물론 장기적으로 잘 관리되면, 그리고 컨텐츠가 뒷받침 된다면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찝찝함은 남는다.
태권도가 세계로 수출될 때, 이는 가라테를 원류로 하여 만들어졌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무술임을 선전하던 때가 있었다. 내가 도서관의 책에서 확인한 바이지만, 다수의 한국 사범들의 태권도 저작들에 이런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즉, 삼국시대에 우리 국가들은 상당부분 가난하여, 기마군단에 취약했기에 기마병을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수 많은 '날아차기'들이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뒤돌려날아차기나 이단옆차기 같은 공격법이 말을 탄 상대를 가격하여 낙마시키고 맨손으로 제압하기 위한 전법에서 유래했다는 이 말은, 이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져서 외국인의 손으로 쓰인 무술소개서적들에서 그대로 차용되었고, 지금도 외국의 태권도인들 중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는 비단 태권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님은 물론이다. 기실, 다수의 동양무예들이 이런식의 날조된 이야기를 역사적인 사실로 내세우기를 즐긴다.
어느 것이 먼저일까?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한국의 위상이 낮았던 60-80년대까지는 분명히 이런 부분에서 이득을 보았을 것이니 더욱 그렇다. 또한 상대적으로 외국에 덜 소개된 한국의 상고시대 역사 - 한국 내에서조차 논란이 끊이지 않는 - 를 외국에 소개할 때에는 분명히 이런 과장도 필요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을 보면, 신화와 역사를 교묘히 섞고, 긍정적인 부분을 극대화하여 외국에 소개한 결과, 그들의 역사는 우리 역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고 깊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러나, 이번의 비빔밥 광고는 그 효과를 떠나 이제 임기가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는 - 그러나 끊임없이 최후의 하루까지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 그 놈의 마누라의 돈지랄과 오버랩이 된다. 비싼 실리콘 밸리의 집 값으로 대여섯채, 조금 더 싼 곳의 집 값으로는 필경 열채가 넘는 집을 구매할 수 있는 국민의 혈세를 아낌없이 날려버린 - 물론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본질은 변하지 않은채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고 추정되는 - 그 돈지랄 말이다. (광고가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놈의 뻘짓과 악행 때문에 아무래도 모 교수의 광고를 다소 삐딱하게 보게 된 것 같다. 아무튼 쉽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말하기는 어려운 감이 있는 문제이고, 많은 분들이 함께 장기적으로 고민해 볼만한 이슈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