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서 한국책을 구하는 방법, 아니 정확하게는 '이곳'과 '저곳'의 구별없이, 내가 한국책을 구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언제고 한국에 갈때마다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인터넷서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남가주에 살때만해도 근처에 알라딘US 서점이 있어서 간혹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이용하곤 했었지만, 북가주인 이곳에는, 한국책을 파는 서점이라고는 '서점'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초라한 -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천여권에도 못 미치는 책이 전부인 - 종교서관이 하나 있을 뿐이라서, 직접 가서 고르는, 눈과 냄새의 즐거움은 오직 미국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사오는 방법은 가장 저렴하게 책을 구하는 경로가 되겠지만, 자주 가지 않으니 신간이나 화제작을 늦게 읽게되어 김이 빠지고, 그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바로 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물론 귀로가 무겁고, 짐을 부칠때까지 절대로 안심할 수 없다는 단점 또한 크지만, 그 정도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역시 큰 단점은 자주 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결국은 좀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인터넷 서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제작년 중반까지 이곳의 독보적인 존재는 알라딘US였었다.  그런데, 이곳의 문제는 값을 거의 2-2.5배로 튀긴 후 다시 3-40%를 DC하기에 결과적으로는 약 1.5-1.6배 이상을 주고 책을 사야한다는 점과 그 이상, 알라딘 본사에서 적용하는 DC나 special의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책을 살때마다 억울한 기분이 들게 하는, 그러나 어쩔 수 없었던 그런 불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인터파크가 진출하면서 양상이 조금 바뀌게 된 것이, 일단 알라딘US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DC나 특가를 적용받지는 못하지만, 월등히 저렴해진 책값을 적용하는 큰 장점을 업고 알라딘US와 경쟁을 시작했던 것.  그 덕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나도 한 동안은 인터파크 글로벌을 통해 책을 주문해 보곤 했으니까.  그런데, 사람맘이란게 또, 인터파크의 가격에도 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알라딘 본사 웹을 들락거리면서 찍어두는 책들의 가격을 비교하면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인터파크 이용도 좀 시들해질 무렴.

 

2012-13으로 넘어오면서 그간 현지법인과 제휴해서 운영되는 알라딘US가 본사직영으로 바뀌고, 현지법인은 반디스와 제휴하여 독자적인 체제로 넘어가게 된,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제는 이곳의 한국책 seller는 크게 (1) 알라딘US, (2) 인터파크 글로벌, 그리고 (3) 반디스US이 된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반가울 일이다.  시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격을 비교하고 혜택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험삼아 알라딘US를 통해 한국책을 주문해 보았다.  한국의 현지가격과 혜택, 중고샵까지 모두 dollar로 환산된 시세를 적용하여 가격을 산정받고, 배송비는 DHS기준으로 지불하게 되는데, 이렇게 하면 사실 인터파크 글로벌이나 반디스US에서 적용하는 미국 현지의 가격에 비해 큰 혜택을 보기는 어려운 감이 없지는 않다.  물론 특가나 중고가, 그리고 한국 현지의 DC를 적용받는 것은 큰 이점이지만, 결과적으로 신간을 많이 구입하게 되면 만만치 않은 DHS배송료 때문에 체감비용이 그리 많이 줄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꼼수를 부려 보았다.

 

이번에 책을 구입하면서 모두 중고샵을 이용한 것이다.  dollar로 $3-5 사이면 한 권을 살 수 있는데, 당연히 신간이나 화제작 또는 steady seller는 구하지 못했고, 한국의 현대소설로 20여권을 추려 그간 접하고 싶었던 김영하의 다른 작품들, 김연수, 은희경, 신경숙, 이청준 작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주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외로 한국의 현대소설은 많이 구할 수 있었는데, 왜 그런지 몰라도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중고샵에 나와있었다.  물론 레어템에 속하는 작품들 - 고 이윤기 선생이나 그 밖의 - 은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관심이 가던 다양한 내 시대의 한국 소설들을 구할 수 있어 무척 뿌듯했다.  더구나 다른 경로들의 경우 1-2주까지도 걸릴 수 있는 출고-배송이 알라딘US를 통하는 경우 한국의 빠른 서비스가 적용되어 주문 후 바로 출고되어 미국으로 보내졌기에 약 2-3일만에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 살짝 감동(!)을 받았다 - 면 좀 과장이지만, 그래도 따끈따끈(?)한 한국 현지의 매연냄새가 그대로 남아있을 정도로 빠른 배송이었기에 매우 좋은 impression을 남겼다.  냄새로 추억하는 한국의 겨울도 물론 좋았고 말이다.  (정말로 박스에 코를 대로 킁킁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아무튼. 당분간은 이렇게 알라딘US를 통한 중고헌팅에 재미를 붙이고, 간혹 사정이 좋을때, 그리고 너무 읽고 싶을때엔 신간이나 새책을 몇 권 끼워넣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다.  미국책도 중간에 한 권씩 읽어나가고 있으니까, 이렇게 하면서, 좀더 풍요로운 독서생활과 장서수집벽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 같다. 

 

- 혹시 미국에서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나의 꼼수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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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2-03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저도 요즘은 알라딘 중고매장을 주로 이용합니다. 가끔 레어템을 건지기도 하지요.

transient-guest 2013-02-03 21:59   좋아요 0 | URL
중고매장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까지 할 수 있지요. 가끔씩 전혀 생각하지 못한 레어템을 건지는 재미는요.ㅎㅎ

Cargold 2013-03-11 0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서 읽는 한국책은 느낌이 색다르겠네요, 우왕.

transient-guest 2013-03-11 08:00   좋아요 0 | URL
매우 귀하게 느껴지는건 분명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