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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녀 마리사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시대의 아픔과, 유쾌함, 그리고 쓸쓸함과 씁쓸함이 세대반영과 함께 묻어나는 여러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역시, 천명관의 책은 재미있다. 그래. 나에게는 고전문학에 속하는, 그러니까 세월의 인정과 인증을 받은 작품들이 아니라면 일단 책은 재미있어야 한다, 즉 easy reading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배우기위해 읽는 책일 경우는 물론 제외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심지어는 고전문학조차도, 재미있게, 쉽게 읽혀야 책 읽는 맛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벼운 에세이집만 고집하는 사람은 아니다 - 그런 사람이 아님은 내 서재를 들어오는 분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라고 생각한다 (하루키는 제외하기로 하자. 전작을 하려면 가리지 않고 모두 읽어야 하니까 말이다).
이번의 책으로써, 천명관 작가의 작품 세 편을 보았다. 내공이 부족한 작가라면, 이 정도에서 슬슬 진부함과 지겨움이 살짝 느껴질 수도 있다. 특히 나처럼 내리 몇 작품을 읽어버리면 더욱 더 그럴 확률이 높다고 본다. 그러나, 천명관 작가의 책은 비슷한 패턴과 형식을 보여주면서도, 하나도 진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읽는 내내, 너무도 맛있어서 질리지도 않고 먹게 되는 그 무엇을 닮았다 - 떡볶이나 (떡볶음라는 표현, 아주 싫어한다. 자장면이라는 표현만큼이나 - 짬뽕은 그럼 잠봉이고, 쫄면은 졸면인가? 내친김에 노태우때부터 익히 보아온 역대 수장들의 legacy 늘리기의 일환인 한글 맞춤법 개정은 정말 가관이다. 가카는 돈벌기에 워낙 바쁜지라 그걸 할 여유가 있었는지, 개정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했다면 모국어인 일어개정을 하셨을 듯. 이는 바꾸네 역시 마찬가지가 될게다) 라면, 또는 치킨과도 같은.
특히 이십대 - 로 추정된다, 이와 십을 나타내는 한문은 확실히 알겠는데, 그 다음은 좀 모르겠다 -에서 나오는 그 안쓰러운 청춘과 사랑은 시대에 따라 형태와 내용이 다를 뿐, 많은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사랑의 시작, 그리고 이별인것이다. 그것이 82년으로 옮겨져 있을 뿐, 험한 시대인 것은 머리 벗어진 그 인간의 시절이나, 그 인간이 모시던 - 기르던 충복에게 총을 맞고 뒈져버린 그 - 이의 '영애'께서 빛나는 OECD 최고 - 의 자살률과 청소년 자살률을 보여주는 - 국가의 수장이 되어버린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작품 '이십대'의 이야기는 심지어 82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지금의 나에게도 문득 지난 20대를, 아니 지금마저도, 돌아보게 만드는 그 무엇이 있다.
다음에 책을 구매할 때가 되면 '고령화 가족' 또한 구해서 보고 싶어진다. 살짝 기다리는 것이 힘들만큼, 이 영화같은 - 천명관 작가의 background때문일까 - 작품들을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