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지난 번 구입하여 두었던 김영하 작가의 책 두 권을 내리 읽고 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마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반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최근에 시작한 한국 작가의 책읽기의 일환으로 읽었는데, 정이현 작가 그리고 천명관 작가의 책들과 함께 사들인 것들이다. 

 

앞서 이야기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 다시 말하지만, 한국의 현대 문학을 멀리 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후회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고전문학이나 외국의 현대 작가들과는 사뭇 다른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내게는 좀 멀리에 있는 현재 한국의 사회상을 작가 나름대로의 재구성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보면서, 그저 그런 뉴스의 한 단면으로만 보이던 십대들의 탈선, 방황, 내지는 자유로의 행각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데, 갈곳없는 십대소녀들이 또래들과 함께 지내는 원조교제와 난교의 나날을 작가는 "이것은 이들이 십여 년 전 놀이터에서 하던 소꿉놀이의 악몽 버전 혹은 포르노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해 버리는데, 참으로 적절한, 그리고 매우 raw한 한 마디라고 생각했다.

 

공권력의 그저그런 보편성, 그러나 시위대나 폭주족과는 달리, 계속 이어지는 연속성, 그리고 이 연속성이 만들어내는 힘, 두려움 같은 것들도 잘 표현되어 있고, 가카치세에서의 촛불시위가 이 연속성과 보편성 뒤에 숨은 끈질긴 추적으로 무너졌음을 담담한 김영하 작가 특유의 필체로 그려냈다.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팟캐스트의 나레이션을 듣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SF와 추리소설이 접목된 것 같은 단편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이 역시 매우 신선한 기분을 느끼며 읽고 있다.  아!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나는 읽어야 할 책이, 아니 읽고 싶은 책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아직은 한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는 유명작가들만 해도 수두룩한데 말이다.  

 

토요일에는 간만에 State Park에 가서 redwood의 향기에 취할 수 있었다.  날씨가 좀더 따뜻한, 한가로운 날엔 여기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고 낮잠을 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Henry Cowell State Park인데, 옛날에 매우 돈이 많았던 사람인 듯 하다.  USCS의 첫 캠퍼스가 이 사람의 기부로 지어졌는데, 이는 Cowell College라는 이름과, 이 College의 미니 도서관에 걸린 그의 초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큰 부자들이 많았기에 다양한 문화시설과 자연시설들이 조성되고 보존되는 것인듯 한데, 청계재단은 물론 여기서 안드로메다 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존재이니까 패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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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2-10-0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숲이 부러운데요. 요즘은 정신없이 바쁜 일 때문에 저런 여유를 즐겨본지도 오랩니다.

transient-guest 2012-10-10 00:59   좋아요 0 | URL
가끔은 이렇게 숲속에 들어가서 가만히 있는게 좋더라구요. 올레길도 산책길도 좋지만, 숲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ㅎ 가까운 시일내에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네요.

댈러웨이 2012-10-10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란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 책이 제가 읽은 김영하 작가의 유일한 책인데요, 말씀하신 그런 요소 때문에 저랑 잘 안 맞았나봐요. <검은 꽃>이랑 <나는 나를 파괴할-> 이 책들을 읽어보고 싶은데 트란님이 안내좀 해 주세요. 우와 공원인데 저런 우림수 같은 나무들이 있는 거에요? 저희동네랑은 비교를 할 수가... ( ")

transient-guest 2012-10-10 02:41   좋아요 0 | URL
저도 책을 구해보아야 하는데요, 어쩌면 댈러웨이님께서 더 빨리 읽으시게 될런지도 모르겠네요.ㅋ
이 파크는 말이 파크지 1,750에이커의 수림이에요. Redwood 보호림같은건데요. 젤 오래된 나무가 한 3000살이라고 하더라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