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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작품들을 꽤 많이 읽어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해에는 전작을 시도한다고 할만치 많은 수의 하루키 책을 읽어내려간 것이다. 7-8월 잠시 멈칫하고, 9월의 반이 지난 지금에는 또 한 권씩 읽어내고 있다. 일종의 친근감마저 느낄만큼 하루키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전작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같게 되는, 아니 많은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니, 뭐 normal하다고 봐야겠다. 일컨데, 샐러드를 먹으면서, 하루키는 매일 샐러드를 많이 먹는데라거나, 파스타 요리를 생각하면서, 하루키는 혼자서 파스타를 만들어 맥주와 함께 먹곤하지라던가, 심지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고양이를, 하루키를 떠올리면서, 한번 키워볼까 하는 생각까지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의 일에서 그의 행위를, 어떻게 보면 낯설은 한 유명작가의 일상을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한 작가를 계속 읽다보니, 간혹가다가, 그의 잡문이나 단편속에서 작가의 파편들, 작가의 일부분을 떼어내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고 보이는 케릭터들을 보면, 하루키의 한 부분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매일 수영을 하는 케릭터, 낮에 식사에 맥주를 곁들이는 사람, 남의 wife들과 아주 케주얼한 관계로 자는 사람 (이 경우 확신은 없다), 재즈, 위스키, 언론사, 광고대행업자, bar 주인, etc.에서 하루키가 거쳐온 인생, stage,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케릭터들이 보이는 것이다. 물론, 그가 관계했던 사람들이 케릭터로 전환되는 것도 하루키 쟝르에서는 흔하기에, 이 역시 유추하게 된다.
유달리 그런 것들을 많이, 그리고 새삼스럽게 느낀 점이 이번의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면, 나는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일까? 아니, 나도 다른 평론가들의 전문적인 '론'처럼 무엇인가 거대하고 심오한 하루키ism의 의미를 찾아야만 잘 읽은 것일까????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남은 하나. 허무하다는 느낌. 각 단편의 케릭터에서 느껴지는 것은 그저 허무하다는 것. 공허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