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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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역시, 일종의 글모음집인데, 그런 의미에서 감동이나 특별한 감흥 - 예컨데, '해변의 카프카'나 '상실의 시대'의 그것 같은 - 은 없었다.  그저 한 권 더 전작이라는 퍼즐의 piece를 맞춘 기분이랄까.

 

간혹 보이는 재치있는 글은 밑줄을 치면서 읽었는데, 집중도 떨어지고 해서 건성으로 넘긴 부분도 많이 있다.  뭐.  책을 여러 권 읽다보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려니 하면서, 역시 다음에 또 읽어보면 뭔가 느끼겠지 하고 미루게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 책읽기란 미래에 빚을 지는 것이기도 하다.  계속 읽을 책, 또 다시 읽어볼 책, 읽고 정리할 책이 늘어나는 것이고, 이는 유한한, 하지만, 지금으로 보면 꽤 많이 남지 않았나 하는, 앞으로 다가올 그 어느 날 앞으로 달아 놓는 것이니까 말이다.  나의 외상장부는 나날이 길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작가의 글을 모두 읽고 나면, 그 작가와는 무엇인가 특별한 친밀함 같은 것이 생기게 될 것이다.  물론, 하루키는 나를 모르겠지만.  그러므로, 다음 책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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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8-2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날이 길어지는 외상장부'라는 말에 이 이상 격하게 공감할 수가 없네요. 정말 트란님과 저는 great mind라서 통하나봐요? ( ")

건성으로 넘기지 않는데도 모르겠는 책들이 대부분이고, 그 쌓인 책들을 보면서 저 책들을 언제 다시 보려나 뭐 이런 생각 때문에 책 읽는 게 마냥 즐겁지는 않아요. 점점 숙제하는 기분이랄까요. 하루키 좋아했는데, 이제는 이 사람 책을 사게 안되네요. 나중에 몰아서 한번 사서 보던가..., 이 나중에라는 말이 참... 또 외상장부에 책 몇 권 올리는 셈이네요.

transient-guest 2012-08-30 01:17   좋아요 0 | URL
오빤 강남스탈! 우리는 great-mind 스탈!!ㅋㅋ
미루지 않으려해도 미루게 되는 일이 어디 독서뿐이겠습니까만, 그러고보니 구매역시 그렇게 되네요. 하고싶은 것도 미루고, 오죽하면 누가 그랬죠. 우리는 인생의 황금기에는 일만하면서 좋은 것들은 모두 황혼기로 미루어버린다고.
책들이 유행을 좀 타요. 하루키도 한국에선 그랬던 것 같고. 저는 늦게 시작해서 계속 하루키를 읽게 되고요, 특히 우리나라의 386세대와 같은 전공투세대 출신인데도, 문학에는 소위 '살아남은 자들은 슬픔'같은 류의 냄새가 나지 않는점이 특이하다고 생각되어 더욱 좋네요.ㅋ

야클 2012-08-2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보다는 김영하의 잡문 모음이 훨씬 더 재밌다는데 맥주 10 병을 걸 수 있어요

transient-guest 2012-08-30 01:19   좋아요 0 | URL
그렇지않아도 김영하작가의 책을 사러, 근처의 한국/종교서관을 갔었는데요. 종교책을 빼고나니 저보다도 책이 없더라구요, 종류에서나 양으로나. 당연히 김영하 작가의 책을 못 구했죠. 조만간 구해보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저 맥주 10병 받고, 10병 더...하면 어떻게 되나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