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매일 하는 대로 이런 저런 책들을 (1) 사무실에서, (2) 집에서, (3) 운동하면서, (4) 기타등등 읽고 있다.  개중에 우연하게 구매해서 보관하다가 읽게 된 책도 있는데, 무지하게 재미있다.  역시 마음에 드는 책은 일단 가능하면 사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나의 지론을 다시 확인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건 헌책박에서 3불에 구입한 'The Mammoth Book of Classic Science Fiction - Short Novels of the 1930s'라는 이름으로 나온 1988년도 버전인데, 2007년의 판에는 golden age SF라는 말이 따로 붙어있다.  10명의,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작가들의 단편을 모아놓았는데, 지금까지 3편을 읽었다.  3번째로 리스트 된 작품이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The Thing이라는 영화 - 커트레셀이 주연한 - 의, 혹은 최근에 나온 The Thing이라는 영화 - 전편의 prequel에 해당하는 - 의 원작같다.  내가 두 영화를 모두 보지않아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영화들의 원작임은 확실하다.  구입한 동기는 아시모프가 Charles G. Waugh와 Martin H. Greenberg라는 두 작가들과 edit했다는 표지의 선전구 때문인데, 오래 책장 한 구석에 들어가 있다가 최근에 읽히기 시작했다.  매우 재미있는 책이고, 1930-40년대의 classic들을 모아놓았기에 그 시절에 미국의 SF작가들이 생각하던 미래의 세계관이나 현실의 모험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사료로써의 가치도 있다고 본다.  일종의 1차 자료로써 말이다.  다 읽이면 각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expand해보아야겠다.

 

한 150페이지 정도를 읽었는데, 이제 50을 바라보는 저자가 젊은 세대에게 존재에 대한 것, 장기적인 비전, 지혜롭게 단련된 마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테마를 한 장으로 꾸며서 에세이 모음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구구절절히 옳은 말로 가득차있는데, 다른 성공학/자기계발류의 책들과는 달리 저자의 깊은 성찰과 고민이 배여있다.  즉 책을 쓰고 팔기 위해 쓰여진 책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예전에 주식투자에 대한 저자의 책을 읽은적이 있는데, 그 후로 저자의 독서관도 조금은 변한것 같다.  여전히 독서에 대한 그의 견해에는 약간의 disagreement가 있지만, 우리 시대에 흔하지 않은 - 굳이 국민멘토라는 다소 낯간지러운 별명을 붙이지 않더라도 - 멘토들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안경환 교수님은 이런 책 안쓰시나?  이분도 대단한 학자이고 인격자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거의 다 읽어가고 있다.  몽상, 환상, 추리, 공포 등의 장으로 나누어 수록한 포의 소설 전집이다 (시는 빠져있다).  알면 알수록 작가의 삶도 꽤나 미스테리어스한 것 같아 소설과 잘 overlap이 된다.  어디까지 소설의 구상이고 어디까지 작가의 몽상인지 헷갈린다.

 

읽으면서 확연히 느꼈는데, 에도가와 란포 선생의 상당작품들이 포의 작품에 대한 노작이라는 것이다.  기본 테마와 설정, 느낌까지 그대로 가져온 것 같다.  역시 창작의 시작은 노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좋아하는, 또는 작가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다른 작품들의 테마와 구성을 가져다 노작을 하는 것으로 일종의 사숙행위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뒤팽처럼 가끔은 낮을 밤으로 바꾸어 살아보는 것도 재미는 있겠지싶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번역에 이슈가 좀 있다는 것.  예를 들면 아리스토텔레스를 풍자한 케릭터가 있는데, 아리스 토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문표기를 읽으면 아리스토틀이 되는 것은 나누어 놓은 것인데, 역자주에 '아리스토틀 - 그리의 철학자'라고 되어 있다.  완전 코미디 같다.

 

그.리.고.  여전히 아주 천천히 진도를 나가고 있는 두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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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하 2012-06-2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 몽상>..작품성이 기대되긴 하지만 그림에 떡인 책입니다.ㅠ.ㅠ
옛날엔 추리, 스릴러, 미스테리에 강했는데 점점 심장이 작아지네요.^^
그래도 너무 많은 분들께서 극찬하시는 것을 들어 온 터라
나중에 마음잡고 읽어봐야 겠다(특히 백주 대낮에) 벼르고만 있습니다.

transient-guest 2012-06-27 00:35   좋아요 0 | URL
ㅎㅎ 깊이 빠져 읽으면 좀 무섭습니다. 소위 하드고어한 그런게 아니라 머릿속을 휘저어 놓는 듯한 좀더 원초적이고 깊은 공포라고 할까요? 그래도 꼭 한 권 소장하고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네요..ㅋㅋ 뒤팽처럼 낮에 두껍고 까만 커튼으로 모든 빛을 차단하고 촛불에 의지해서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요?ㅎㅎ

노이에자이트 2012-06-30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포의 작품 중에서는 '어셔가의 몰락'을 제일 좋아합니다.어떤 작품을 좋아하시는지요?

transient-guest 2012-07-01 10:36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그가의 살인'입니다. 스토리 구성보다도 작가가 작품을 통해 쓴 이야기들 - 예를 들면 도입부 같은 - 도 좋고 주인공-화자와 뒤팽의 밤의 찬미같은 특이한 생활도 무엇인가 끌리고요. '어셔가의 몰락'도 굉장히 인상이 깊죠. 마지막에 집이 땅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부분이 그야말로 'fall' 그 자체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