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주의자'라는 표현은 고 이윤기 선생의 모든 작품들 - 창작 및 번역 포함 - 을 섭렵하고 급기야는 생면부지의 작가를 결혼식에 주례로 모시고 평생 스승으로 받들었던 조희봉씨가 처음으로 쓴 표현이다. 이는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 것의 말하는데, 앞서 조희봉씨가 그랬던 것처럼 특정 작가의 그야말로 모든 것을 읽고 모으는 것이다. 수필, 소설, 시, 비평 같은 창작부터 번역이나 평역같이 그 작가가 관여했던 모든 것을 읽어내는 것인데 은근히 수월치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작품을 구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고,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여러 편을 거듭 읽어내면 약간은 지겨워 질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고 이윤기 선생의 모든 작품을 섭렵하고 주례로 모시는 능력에는 비할 수가 없겠지만, 최근 나에게도 전작을 원하는 작가들이 몇 생겨 언급해본다.
1. 김탁환 -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나서 시작된 이 작가의 전작주의는, '압록강'같은 이미 절판된 작품들에 막혀 약간은 주춤한 상태이다. 현대소설의 특성상, 역시 구성과 내용이 눈에 익어 여러 작품을 읽고 나면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작가의 전작의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헌책방을 순례하면서 천천히 마무리 할 수 있기를...
2. 니코스 카잔차키스 - 그리스인 조르바 이래, 나의 화두가 되어가고 있는 작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알렉산더, 및 몇 편의 기행문을 읽은 것이 다다. 아직은 쌓여있는 작품이 많은데, 구매에 관련된 이슈가 있어, 역시 조금은 주춤한 상태. 이는 사무실이 정상화되면서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3. 무라카미 하루키 - 한국에서의 유행보다 훨씬 늦게 일본소설을 접했다. 다른 작가들처럼 하루키도 가벼운 작품으로 생각되어 몇 가지 유명한 장편과 단편 모음집을 읽고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읽기를 하면서, 피츠제럴드의 지나가버린 과거에 대한 향수-아쉬움이라는 테마가 떠오르게 하는 그의 작품의 강한 향기에 취해, 이제 전작을 시도하게 되었다. 일단 손이 닿는 대로의 작품들을 구매했는데, 가지고 가는 것이 관건이다.
4. 셜록 홈즈 - 본격적인 셜로키언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홈즈가 나온 모든 작품들을 모으고 읽고 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다. 이미 다양한 영문버전의 홈즈를 구입했고, 국문판의 일부는 보관함에 모셔놓았다.
5. 아이작 아지모프 - SF계의 거장.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헌책방에 가면 항상 가장 먼저 하는것이 SF section의 A section을 뒤져 새로운 (?) 헌책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현재 다양한 초기작들과 모음집을 보유하고 있다.
6. JRR 톨킨 -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밑그림에 해당하는 작품들, 미완성본, 문학론 등이 있다.
7. RA Salvatore - Drrizt Do'Urden의 모든 모험
8. 쥘 베른 - 역시 국문과 영문을 포함하여 다양한 책을 가지고 있는데, 해저2만리 같은 경우는 다양한 일러스트와 책구성을 볼 수 있는 3-4가지 판본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생각해보면 모으고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 있지만, 대략 여기까지가 이닌가 싶다. 한 작가에 깊이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실망할 수도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 작가의 내면 깊숙히 들어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 두 작가정도는 시도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