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혼자 점심을 먹기에 식사를 할 때에도 한 손에는 항상 아이폰이 들려 있다.  주로 보는 것은 시사IN, 한겨레신문, 그리고 프레시안 앱인데, 오늘은 시리아를 둘러싼 딜레마에 대한 글을 읽다가 문득 우리도 저럴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리아의 사태는 장기독재에 시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을 군대로 잔혹하게 진압하다가 장기화가 되면서 일단의 군인들이 반군을 조직하여 시민을 보호하고 정권에 대항하면서 일년이 넘도록 내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장기독재' --> 시민봉기 --> 강제진압 --> 일부 군 세력의 반발을 거쳐 내전이 시작된 것인데 어디서 많이 보던 시나리오다.  우리 역사에서. 

 

임정시절을 빼면 근대국가로써 대한민국의 역사는 약 60년을 조금 넘어가는 중이다.  이 짧은 역사에서 군부가 정권을 폭압적으로 갈취하고 유지한 것만 (1)마사오 18년, (2)대머리 7년, 그리고 (3)보통사람 5년의 무려 30년이다.  일설에 의하면 보통사람이 한 번 더 해먹을 생각도 했었다고 하니 더 길어졌었을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이 30년 동안 숱한 민주화 운동과 지역적인 봉기, 조직적인 정권퇴진운동을 벌인 바 있다.  심지어 전라도 광주에서는 시민봉기를 공수부대를 보내 잔혹하게 짓밟은 적도 있다. 

 

만약, 이때, 1980년에 이미 양극화시대가 끝난 상태였다면 어땠을까?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대머리 정권의 쿠데타-->정권수립을 인정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광주에서 시작된 무장봉기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지 않았을까?  군부내에서도 반 대머리 세력은 분명히 존재했었을테니, 역시 시리아처럼 일단의 군 세력이 시민군과 합류하지 않았을까? 

 

아니 광주가 아니라 그 훨씬 전에 마사오 정권 시절에도 얼마든지 일어났었을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요컨대, 여러 가지 요소들이 결합하여 한국에서는 무장봉기까지 가지는 않고 여기까지 왔지만, 시리아의 오늘은 우리의 오늘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새삼 민주화 운동에 몸 바친 분들, 변절하지 않고 살다 가신 분들, 아니 그 분들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항일투사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렵게 되찾은 민주주의,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선때에는 모두들 나가서 투표하고 권리를 행사했으면 한다.  그 한 표에 자신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 나아가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하면 오버일까?  물타기를 뚫어볼 수 있는 혜안과 냉정함, 그리고 행동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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