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내가 어릴적부터 집안 어디엔가 꽂혀있는 것을 보았던 책이다.  '백년'과 '고독'이란 말이 머리에 남아 항상 어떤 책인지, 얼마나 끔찍하게 오랜 외로움이길래 '백년'이나 '고독'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막상 읽게 된 것은 매우 최근의 일로, 이미 동 작가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란 책을 나름 감명깊게 읽은 후 '백년의 고독' (혹은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어볼 생각을 다시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신화, 환상, 몽환적 요소들을 '부엔디아' 가문의 부침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낸, 나로써는 아직까지 작가의 의도가, 즉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를 알지 못하게 하는 책이다.  마르께즈는 이 책으로 노벨상을 받았는데도 나는 왜 이 책이 훌륭한 작품인지 아직은 모르는 것이다.  공부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정확하게 테제를 잡을 수 없는 책의 경우 적당한 시간이 흐른뒤에 읽어보면 매우 surprising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잘 정리되어 읽히는 것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처음 읽었을 때에는 그리 재미없게 느껴졌던 책도 재독을 하게되면 가슴에 깊이 와 닿는 것을 이미 여러번 느낀 바 있기에 경험으로 아는 것이다.  '백년의 고독'역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다음번에나 (운이 좋다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렴풋이 보이는 무언가가 있는 듯 한데, 아직까지는 꿈속과 현실의 경계사이에서 눈에 보이는 그 무엇 마냥 정확한 형상화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았다는 경험, 그리고 또다른 문학작품 한 개를 읽어냈다는 기쁨이 남는다.  저자의 '콜레라 시대의 사랑'의 잔잔함과는 다른, 색다른 맛이 있는 것 같다.  노벨상은 '개'나 '소'나 받는 것이 아니다.  캠브리지 인명사전이나 마르퀴즈 인명사전 같이 적절한 커리어를 가진 자가 돈을 주면 올려주는 것도 아니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많은 전 세계의 문학작품들 중에서 선택되어진 것이니만큼, 깊이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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