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공선
고바야시 다키지 지음, 양희진 옮김 / 문파랑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게공선'이라는 책에 대한 언급은 이런 저런 도서 리뷰 책들에서 많이 보았었으나, 정작 게공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읽게 된 계기는 최근 누군가의 리뷰를 읽고 나서이다.  '게공선'은 결국 게잡이 공장-배 정도라고 생각되는데, 게를 잡고 그 자리에서 가공을 마치는 배의, 아마도 일본식 표현인 것 같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구조임을 암시하는 것은 이 게공선이란 물건이 '공장'도 아니고 '배'도 아니라서 공장법에 걸리지 않고, 선박법에도 걸리지 않는 다는, 일종의 회색지대인데,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재벌의 법망 피하기 수법의 원조격인 셈이다.  이 회색지대는 고용주에겐 손쉬운 돈벌이를, 고용인들에게는 지옥을 선사하는 그야말로 '회색'지대인 셈. 

이 작가가 현대에도, 특히 우리에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들이 결국 우리 시대에도 버젓이 이어지는 고용주들의 탐욕과 이를 위하여서는 생명도 하찮게 여기는 행태, 그리고 중간지점에서 '마름'처럼 이용당하면서도, 자기의 위치를 고용주와 동일시하는 관리직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분열, 군림, 그리고 abuse.  나만 이 이야기에서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노동자들을 떠올리는 건 아닐듯.   

한가지 특이한 것은 책 중간에 잠깐 재일 조선노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노동자들의 비참함을 '식민지'에 비유하면서, 그들 중에서도 조선인들은 다시 '일인'노동자들에게도 짓밟히는 존재임을 묘사하는데, 일본이 존경해마지않는 소세키, 반전문학의 탈을 입힌 수많은 다른 이 시대의 작가들이 한결같이 '식민지 조선'을 투명인간 취급하는데 비해 놀라운 일이다.  알고보니 저자는 사상운동때문에 투옥당하여 고문끝에 30대의 나이로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이나 외국이나 이런 사람들의 상징성은 철저하게 무시당하는걸 보면, 권력이란, 그리고 기관이란 결국 자신의 치부를 가리는 것을 제일 원칙으로 삼는가보다. 

책이 매우 짧고, 문체도 간결하여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꼭 읽어볼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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