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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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일이 너무 많았던 지난 2주간 책을 거의 읽지 못하고 있었고, 그나마 읽는 책도 진도가 형편없이 떨어져 있었다가 이제서야 조금 회복을 하는 것 같다.  머리가 복잡하니 꾸준히 하던 운동도 하기가 싫었고, 무엇보다 인간이 얼마나 바닥까지 갈 수 있는지 그 저열함과 저급함에 몸서리치면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나니 앞으로의 길이 약간은 보임과 함께 물러서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이 책.  솔직히 재미있다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도 아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가라면, 특히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대적으로 부유한, 흔하게는 사회 지도층, 내지는 지배층의 전유물로 생각되어 왔다.  현실적으로도 벌이에 급급한 계층일수록 공부라는 것은 결국 당장의 취업/돈벌이에 직접적인 관련이 되는 기술, 또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되고, 상대적으로 그런 걱정이 적은 계층일수록 보다 더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공부를 할 여유가 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는 계층구조가 더욱 탄탄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류의 고전을 공부하고 성찰하는 일은 그만큼 단순한 지식습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도의 정신수양이면서 brain activity로 보아야 하는데, 다른 전문가들도 많이 다루듯 이는 부유한 이들일수록 잘 알고 있고 신경쓰는 부분이다. 

그런데, 저자는 빈민층, 그것도 최악의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런 고전강의와 소크라테식 토론을 통한 교육을 하나의 대안으로써 유수의 학교들과 강사진의 도움을 받아 실행해왔다.  인문학을 통한 희망찾기 같은 이 일은 저자에 따르면 다양한, 좋은 결과로 나타났고, 많은 수강생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또한 미국만이 아닌 다양한 라틴계통의 빈민층으로도 퍼져나가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그들의 미래가 조금씩 바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인문고전을 깊은 읽기와 성찰, 자기화, 소화를 통한 삶 바꾸기가 가능하다는 것은 지금 세계의 절대다수의 교육정책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학교의 영어시간에는 문학 text를 읽고 글을 써내는 교육이 겨우나마 유지는 되고 있고, 대학 진학 이후의 전공선택에도 이런 부분은 필수가 된다.  또한 상대적으로 대학과정까지는 '자격증'이나 '취업'공부가 아닌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직까지는 남아있다.  다른, 한국보다 앞선 나라들의 공통점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학평가제를 도입하여 부실학교를 퇴출시키는 짓.  대학내에서 자체감사를 하여 정기적으로 소위 '부실'한, 즉 돈이 되지 않는 과들을 통폐합시키는 짓.  이 책의 저자가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심각하게 한심한 짓일터.  철학, 역사, 사회학 등을 포함한 사회인문 전반, 그리고 뿌리과학이 되는 각종 이-공과들이 매년 관료출신의 총장의 '보여주기'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려지는 것이 작금 한국의 고등교육의 현실인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시험점수를 위한 교육에 장장 12년을 허비한 후,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만 하는 것을 조장하는 사회라면 social mobility란 기대할 수 없다.  최고 1%의 계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결국 로보트처럼 키워져서 일하고 소비하다 가는 것을 위한 '프로이센식'교육의 충실한 진화.  이런 곳에서의 인문학은 '절망' 그 자체.   

한편으로는 꾸준하게 독서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래도 그런 사람들 중에서 미래의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같은 이들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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