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1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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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살인사건, 그리고 로봇, 연애 등이 이 책의 모티브인 듯 한데, 분명하지는 않다.  약간은 Blade Runner의 맛이 나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Battle Angel의 에피소드 (특히 뇌를 강탈하는 부분이 상당히 오버랩된다)를 떠올리게 한다.  무엇인가 공상과학과 추리, 그리고 약간의 미래예측 내지는 현실풍자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 무엇도 뚜렷하지는 않게 느꼈다.  물론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좀더 잘 될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아쉽다.  그러나 스토리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고, 현 카이스트 과학자와 같이 작업한 부분도 상당히 맘에 든다. 

저자는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많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짓는 것은 무엇인가?  몸을 기계로 대체한다면 과연 어디까지가 인간으로서의 허용치이고 어디부터가 인간이 아닌 기계로 규정지어지는 선인가?  로봇은 감정이 있는가?  등등.  그런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뒤로 한 결말에서 이는 단순히 미래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비슷하게 마무리 되어 버린다.  욕심에 비해, 책을 길이가 너무 짧았는지도. 

일반적으로 외국의 대작을 보면, font 10-12사이의 single spacing으로 촘촘한 글로 꽉 채워져 한 권이 500-800 페이지는 훌쩍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소설은 매우 짧다.  패키지가 화려하다 해도, 글자체가 워낙 크고 spacing이 넓어서 실질적은 내용은 옛날 문고판 한 권정도가 겨우 된다.  이런 풍토에서 과연 서사시 같은 대작이 나올 수 있을런지?  어쩌면 이것은 김탁환 같은, 우리시대의 작가들이 한번 고민해 볼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책이 좀더 길어지고 구성도 더 치밀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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