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로 접한 바에 의하면 미국 서점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Borders가 결국 문을 닫게 된다고 하네요.  연초에 그간 누적된 적자로 인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다시 살아남는가 싶었는데 buyer를 찾지 못하여 business를 접게 된다고 합니다.  현지시간으로 목요일의 법원승인이 나오면 바로 청산절차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 동안 엄청난 세일로 재고정리가 되면 다시는 Border의 정겨운 로고를 볼 수 없게 될 듯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Barnes and Nobles도 자주 이용하는 서점이지만, 좋은 쿠폰과 더 맛난 브랜드의 커피가 있는 Borders를 개인적으로는 더 좋아했기 때문에 훨씬 많은 시간을 Borders 에서 보내고 많은 책을 구매한 바 있기에 애착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역시 한 동안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아침이나 오후, 간혹 저녁 때에도 책과 공부자료를 들고 가서 '언젠가는' 이라는 다짐을 하면서 열심히 공부도 하고, 간혹 오가는 사람들과 말을 트면 가슴속의 울분을 덜어내던 시간이 있었는데요, 이젠 상단의 사진과 함께 추억만 남을 것 같네요.  사실 상단 사진의 Borders는 이미 연초 구조조정 때 문을 닫았지만요. 

Borders의 경영난에 대한 전문가들과 그 못지 않은 인터넷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결국 '장사'가 되지 않았다는 것 같습니다.  물론 online 판매에 빨린 편승하지 못한 점과 전자책 시대의 대두에 대한 늦은 대응이 가장 큰 이유라고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장사'가 되지 않은 것은 결론적으로는 독서인구의 감소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 제 주변을 보아도 정기적으로 책을 구매해서 읽는, 아니, 정기적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물론 매우 좁은 인간관계라서 좋은 샘플은 아니겠지만, 독서/서점하면 기껏해야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면 수다를 떨거나, 공부하거나, 또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흔히들 생각하는 것 같고, 자기자신이 특별히 책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닌 것 같네요.  뭐, 책을 읽어야겠다는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만.  

이런 데에 비해서 서점을 유지하는 비용은 매우 높아졌지요.  당장 Wi-Fi도 주어야하고, 더 많은 사람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내어야하고, 커피/음료수나 빵을 아무리 팔아도 책이 팔리지 않는 서점의 business는 좋아질 수가 없을 것입니다.  자랑할만한 것도 아니지만, 저는 서점에 가면 보통 1-2권, 많게는 5-6권 이상의 책을 구매합니다. 대략 따져보면 월 수입의 5-10% 정도는 꼬박 책에다 쓰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인구가 전국적으로 더 많아진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전에 읽었던 '노란 불빛이 있는 서점'의 저자는 대형서점시대 이후를 바라보면서 긍정적인 진화를 전망했는데요, 이 전망의 바탕에는 결국 산업의 형태란 변하는, 돌고 도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대형서점의 시대가 조금씩 저물고 다시 동네의 맛깔나는 중소서점의 시대가 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온라인서점이 모든 것을 잠식하는, 충동구매나, 내 눈으로 직접 책을 보고 사는 형태의 구매가 사라지게 되는 것인지요?   

어떤 경우라도 종이책과 서점은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서점과 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독재나 왕정같은 전제정치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식의 독점이 풀리면서 일반 대중의 사회/정치 참여도와 기회 및 의식이 높아진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더욱 책을 읽고 보관하여 후세에 전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묘한 의무감이 생기네요. 

마음이 아프지만, Barnes라도 무사하니 다행이고, 혹 이런 대형화의 약세가 local의 중소서점의 대두와 증가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나의 소중했던 Borders에 안녕을 고해봅니다.  Good Bye Borders!  Thanks for the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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