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는 일본의 대정시대에 활동했던 일본 추리/미스터리 소설의 선구자이다. 그 자신이 서구 미스터리 장르 대가들의 엄청난 팬이었던 그의 필명인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가 알란 포를 일본식으로 개칭한 이름이다. 그만큼 당시 서구의 미스터리 작가들을 좋아했음이다. 란포의 작품의 묘미는 명석한 두뇌의 명탐정이나 형사가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는데 있지 않다. 일반적인 탐정물과는 다르게 란포의 작품은 등장인물의 기괴한 심리의 적나라한 묘사에 있는 것 같다. 총 10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집은 그러한 기괴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Bondage”에 빠진 등장인물들도 여럿이 나오고, 심지어는 아무런 이유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도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추리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큰 트릭이 없고 오히려 대부분의 clue, 나아가서는 모든 범죄 행위 자체가 독자에게는 모두 open이 되어있는 상태로 담담하게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은 란포만의 특징일까? 지금까지 읽은 몇 되지 않는 일본 추리소설 작가들의 작품이지만, 란포의 작품 같은 것은 없었다. 란포의 정신세계가 궁금하다. 그런데, 일본은 얼마나 서구화되어가고 있었길래, 또 얼마나 성적으로 개방이 되었었길래 그 시대에 벌써 S&M과 성적인 쾌락을 위한 목조름 같은 것이 소설의 소재로 쓰였던 것일까? 기껏해야 1920-30년대 사이인 작품의 시대배경인데 우리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기괴한 일이 거의 100여년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그 시대의 작가의 창작을 통해 이야기 되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추리소설, 또는 미스터리 장르의 팬이라면 란포의 책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홈즈나 루팡에서 보이는 로망이나 유쾌함은 없다. 일상사의 아주 평범한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것이 매우 서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이 이 책의 묘미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