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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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바로 이 순간 죽는다면 남길 것은 책밖에 없다. 그들만이 남아 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내가 지향하던 미래를 보여줄 것이다.

책을 사랑하고 읽고 모으는 나로써는 이 책과 같은 책, 독서 등 서지학에 관한 책은 언제나 반갑다. 가끔씩 다니던 블로그에서 서평과 감상을 보고 이 주말에 바로 구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루이스 버즈비는 켈리포니아주, 산호세 출신의 작가인데, 그 이전에 훨씬 전부터 독실한 reader였다. 책 사랑이 워낙 각별했던 그는, 책들과 가까이 있기 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서점에 들어가고 싶어했고, 대학생이 된 후부터 그 꿈을 이루어 뒤로 약 10년을 대형서점과 dot com서점들이 들어서기 전 명망이 높던 Upstart Crow and Co.와 Printers에서 일하고, 이후 7년을 책 외판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들이 특히 마음에 쏙쏙 들어왔던 이유는 물론 책을 사랑하는 사람의 담담한 회상이라는 점 외에도, 이 책의, 아니 저자의 무대인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 즉 bay area일대는 내가 미국에 온 후 계속 살아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job 때문에, 다른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이지만, 나의 마음은 언제나 맑고 청명한 북켈리포이아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의 무대가 되는 산호세, 팔로알토, 버클리, 샌프란시스코는 모두 내게 익숙한 도시기에 심지어는 책에서 등장하는 길거리 이름까지도 낯이 익다.

저자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서점에 간다. 아무 서점이고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그 순간 조용한 흥분에 휩싸인다. 별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나 역시 주말이면 언제나 일찍 서점으로 달려가 갓 끓여낸 커피향을 맡으며 미뤄온 시사잡지와 그 밖의 관심분야의 주간지들을 흩는다. 그리고도 여유가 남으면 아침 신문을 읽고 가져간 책을 들여다보며 아직 주말이 많이 남아 있음에 감사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자 같은 책쟁이들은 모두 그런 비슷한 점이 있음에 너무 감사할 다름이다. 또한 이 저자는 좋은 책 나쁜 책을 굳이 구별하지 않기에 더욱 맘에 든다.

고상한 책이든 수준 낮은 책이든, 일단은 모든 책을 다 갖춰놓고 있어야 좋은 서점이랑 수 있다저자의 책 사랑이 돋보이는 이 말은 정말 오랜 시간 책을 아끼고 사랑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매우 많이 독서가들이, 읽은 책의 감상문 포스팅을 엮어 등단을 하는 요즘, 그들의 책에도 이런 사랑이 배어 나올 수 있을까? 몇 개 읽어본 바로는 꼭 그렇지도 않은 것이, 이런 책들에는 대부분 누구나 읽어 보았음직한 고전과 베스트셀러의 내용이 대부분인 까닭이다. 진정한 책 사랑은 책 그 자체를 사랑하고 또한 그 책을 펼친 장소와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이 아늑하고 알찬 공간에 머물 수 있다는 사실이, 군중 속에서 홀로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책을 사랑하는 것이 외롭지만, 세계적인 일이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저자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하지만, 상당히 알찬 서지학과 출판 및 판매산업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내용을 저자의 책에 대한 철학과 함께 잘 연관시켜서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단순한 사건나열이 아닌, 재미있는 한편의 이야기가 된다. 이 책을 통하여 나는 James Joyce의 불후의 명작인 율리시즈의 출판에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존 스타인벡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질 마음이 생겼다.

서점은 나에게 있어 더 이상, 책을 사고, 읽는 공간이 아니다. 서점은 그 존재 자체로도 이 세상의 자유와 평등에 큰 의미를 준다. “서점은 몇 세기에 걸쳐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켜내는 거점이었다.” 서점은 여러 가지의 책들, 특히 금서로 지정될 뻔한 책들이나, 비난을 받는 책들까지도 모두 갖추어 놓는다. 이는 “아마도 그런 책에 접근할 권리를 봉쇄하는 것은 긴 세월에 걸쳐 어렵게 쟁취한 위대한 자유를 갉아먹는 짓거리로 치부될 터이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인하여 “우연과 운명의 장난에” 의해 작성된 나의 책 목록과 서점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대형서점이 모두 잠식해 버렸다고 생각한 bay area의 독립서점들이 많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이 책이 출판된 것이 2009년이니까 저자가 나열한 City Lights, Booksmithemddms 아직도 남아 있을 것이다. 내가 즐겨 찾는, 대형서점 외에, Logos나 스탠포드의 헌책방에 이어 가볼 곳들이 더 늘어난 셈이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끝으로, 경제적으로 더 독립되고 넉넉해질 무렵에는 본업 외에도 자그마한 서점을 열어보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변호사업이 잘 되어 작은 2-3동짜리 건물이라도 마련하게 되면, 내 사무실 외에도, 작은 책방을 차려서, 미국과 한국의 책들을 소개해야겠다. 한국의 책은 방문할 때마다 헌책방에서 대량으로 구입하여 우편으로 부치면 될 것이고, 영문책은 유통을 알아봐야 하겠지만, 재미있고 보람될 것으로 생각된다. 돈은, 자릿세만 나오면 될터이니까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본업인 변호사업으로 벌면 되는 것이니까. 생각만해도 벌써 즐겁다. 이 나의 서점은 주인과 손님이 모두 즐겁기 위한 공간이 될 것이고, 아마도 같은 책을 두 권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다. 아마추어적인 공간이며, 내가 책을 구입하고 즐기기 위한 공간이기도 할 테니까. 가능하다면 작은 카페를 집어 넣고 싶은데, 가능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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