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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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식적인 경제학 공부는 시작과 동시에 끝났었다.  대학 첫해 2학기엔가 미시경제학 (micro-economics)개론을 교양학점 이수를 위해 들을 생각에 첫 강의에 가서 앉아있어보았는데, 약 200여명의 학생들로 꽉 찬 강당에서 한 5분인가를 버티다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관련 용어와 그래프에 질려 바로 나와 버렸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는 간혹 가다 읽은 교양서적류를 통한 것 외에는 경제학에 대한 흥미를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경제학 관련 책도 유시민씨가 저술한 "부자의 경제학, 빈자의 경제학"이었던 듯하다.  저자와는 이래저래 "거꾸로 읽는 세계사"로 시작된 살짝 질긴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세 단원으로 나누어서 기본적인 경제의 원리들을 저자의 관점과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이론으로 구체적인 실례들과 함께 서술하고 있는데, 읽으면서 "유시민씨는 글을 참 잘쓴다"는 생각을 했다.  잘 쓸 뿐만 아니라 매우 교묘하게 propaganda를 잘 mask해서 쓴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조중동 계열과는 매우 다른 원리와 의도를 가지고 경제학, 나아가서는 한국의 경제가 돌아가는 모양을 설명하고 있긴 하지만 propaganda적인 부분을 덮어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는 것이 잘못도 아닐 것이고.  2002년에 초판이 나온 책답게 진보정권 이전과, 진보정권을 비난하는 보수진영의 의견을 구체적인 사례로 비판하며 나름대로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경제정책을 일부 옹호하고, 일부는 중립적으로 분석하였다. 

중간에 조금 건성으로 읽기는 했지만, 대략 어떻게 경제가 움직이고, 또 어떤 면에서 경제/뉴스 정보가 왜곡되는지 매우 잘 설명이 되어있다.  좀더 중립적인 분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저자의 말마따나 경제학은 "완벽"하기는커녕 매우 incomplete한 학문이기에 어차피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data를 어떻게 해석하여 쓰느냐에 따라 글의 내용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고 있을때 유시민씨의 한겨레신문의 절독선언이 있었는데, 작가 유시민의 맛깔스런 글 만큼이나 정치인 유시민씨의 똘라랑스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류의 행보는 보수인사들의 행태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정치판이 원래 그런 것이려니하는 생각도 든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밑줄 친 몇 가지 글을 올린다. 

"주식투자는 특히 개인투자가들이 돈을 잃을 위험성이 매우 높은 도박이다...개미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큰손은 알고 있다...정보의 우위 때문에 큰손은 개미들을 합법적으로 수탈할 수 있다...큰손은 개미들을 불법적으로 벗겨먹는다.  개미는 주가를 조작할 수 없지만 큰손은 주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보험은 국가의 개입을 통해 개인의 실패를 바로잡는 제도이며, 건강한 이가 병든 이를, 잘 버는 시민이 그렇지 못한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사회적 연대를 내포한다" 

"국가는 경쟁조건의 불평등과 그 결과 나타난 소득분배의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  공교육과 장학제도 등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를 부여하고, 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세금을 걷어 장애인, 빈곤층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시장이 만들어낸 불평등한 분배의 해악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따름이다." 

"국민은 언제난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원한다...그러나 공공서비스 확충의 위해서 세금을 더 많이 내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드물다." 

"교육과 의료, 도로교통과 재해방지, 치안과 국방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정부를 질타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조세부담 경감을 주장하는 정치인과 언론인, 경제 전문가는 바보 아니면 사기꾼이다." 

"이기적 개인인 관료들이 일차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국리민복의 극대화가 아니라 권력의 극대화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큰 이익을 얻는 문제가 있으면 강력한 이익단체가 생긴다...로비활동은...사회전체로 볼 때 국가 정책이 국민 일반의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이른바 국가의 실패를 심화시킨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이념으로 결속한 집단이 아니다" 

역시 경제학보다는 정치사상과 propaganda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러나 2011년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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