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안 바쁘거나 일부러 조금 쉬면서 지나가는 주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주는 실로 간만에 일정이 많이 비었다. 내친 김에 일도 조금 미루고 필요한 메일답변이나 상담, 문서작업을 하면서 슬슬 시간을 보내고 있다.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지 못했음에도 월-화-수-목 4분할로 운동을 했고 중간에 달리기나 spin같은 cardio도 조금씩 해줄 수 있었다.
Soft FIRE를 꿈꾸면서 들어오는 것의 대부분을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모은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는데 오늘처럼 아침에 조금 일하고 조금 걷고, 다시 일하고 이후 11시에 gym에 가서 운동을 하면서 느낀 바, soft FIRE 후의 운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길게 할 수 있겠다는 것. 지금은 warm up은 아주 간단하게 하고 빨리 본게임으로 들어가서 바쁜 시간 중에 우선적으로 당일의 quota를 수행하고 시간이 되면 cardio를 더하는 정도라면 시간이 넉넉한 시절이 오면 새벽엔 걷기와 달리기를, 오전 11시 혹은 오후 1시 정도에는 weight를 warm up streching과 20분 정도의 walking을 섞어 천천히 오래 수행할 수 있겠다는 것이다. 빠르고 집중적인 것도 좋지만 기력이 떨어져가는 나이엔 천천히 오래 하면서 calorie burn에 신경를 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금 더 무리하면 마무리는 수영으로 물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땀을 식히고 차가운 샤워를 끝내고 돌아오면 살짝 낮잠을 잘 것이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슬슬 약속을 잡거나 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아마 새벽에 일어나서 읽고 걷고 달리고 난 후에도 읽을 수 있겠다. 물론 soft FIRE라서 이 중간에 일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어차피 하루에 3-4시간 정도 이내에 handle할 수준의 일만 할 생각이라서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운동을 하고 나오면서 나른한 여름의 오후의 공기와 적절히 기분 좋은 수준의 피로감에 취해 잠깐 이런 행복한 상상을 했다.
그제 어제 연달아 읽고 끝낸 책. 아주 느려졌지만 그래도 매일 활자를 읽는다. 일종의 digital detox처럼 퇴근하면 전화기는 들여다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의미없이 멍하게 폰을 보는 건 brain을 fry하는 짓이라는 뇌과학자의 의견도 있고 해서. 신기하게 폰을 보는 시간과 독서력은 반비례하는 것을 느끼니 더욱.
저녁엔 술약속이 있다. 일처리에 대한 고마움 비슷한 것으로 대접을 받게 되었는데 마침 이자카야에 가기로 했고 '봄의 유혹'과 '북녘의 들판'으로 해석된다는 두 가지의 sake가 세일이라서 둘 다 마셔볼 생각이다. 여름 중 가장 덥다는 말복이 내일모레인 오늘 봄과 가을의 두 가지 맛이 모두 잘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