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든 영화든 가리는 장르는 거의 없다만 굳이 가리는 장르라면 호러영화는 피하는 편이다. hack and slash라고 그냥 잔인한 영화도 싫고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거짓말 안 보태고 '기'에 안 좋게 작용하는지 꼭 악몽을 꾸기 때문에 안 본다. 소설도 '링'을 읽은 후 안 좋은 기억이 있어 일단 spirit에 관련된 영화나 소설은 안 읽는다. 한국이 사실상 무속의 신정국가처럼 된 지금 이런 이야기는 매우 민감할지 모르겠으나 종교가 있는 사람이 '신'의 존재는 인정하되 그 외 다른 'spirit'의 존재와 작용을 무시하는 건 그 자체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결국 내 fear는 내 종교에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꿈을 이야기하다보니 몇 가지 떠오른다. 


1. 우주선, 그러니까 지금 우리 문명에서 이룬 수준이 아닌 SF에서나 볼 수 있는 우주전함 같은 craft의 사령관실에서 바라보는 스크린 너머의 별의 바다. 마치 은하영웅전설의 등장인물이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눈부시게 바라보던 별의 대양. 뭘 의미하는 건지 중요하지 않고 늘 비슷한 꿈을 아주 생생하게 다시 꾸고 싶어질만큼 경이롭고 아름다웠던 모습. 


2. 로마제국의 황제 혹은 그 비슷한 이의 충성스러운 근위대. 대충 백인대장 정도로 기억되는 나 자신. 황제를 암살하려는 음모를 발각하여 결국 황제의 지위를 공고히 했고 황제도 인정했으나 정치적인 모종의 이유로 암살자들과 타협하는 조건으로 사형당한 꿈. 아주 생생하게 그 억울함을 황제에게 호소했고 인정을 받았고 사형을 감수했던 기억. 로마식으로 참수를 당했는데 칼이 목에 닿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 모든 것이 사라진 순간까지 기억한다.


3. 몇 번엔가 비슷한 꿈을 꾸었다. 나치가 만든 유대인수용소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죽는 꿈. 가장 최근의 꿈에서는 이렇게 죽고 나서 빛의 구멍으로 빨려들어간 후 평온하게 쉬고 있다가 갑자가 다른 구멍으로 빨려들어간 후 대충 70년대 무슨 대합실 같은 분위기의 공간에서 (병원 휴게실?) 떠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응애~~ 하는 소리와 함께 태어나는 아기의 속으로 들어간 기억. 그때 생생하게 'ahh....shit...애기부터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다니' 하는 낭패감이 들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난다.


요상한 꿈도 많이 꿔봤고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인 경험도 한 적이 있으나 분류하자면 난 '영성'이 좋다거나 예민한 편은 아니다. 남들은 다 쉽게 하는 '방언'도 해본적이 없고 무슨 계시 같은 걸 기도하면서 받는 경우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나 RPG같은 꿈은 꾸고 나면 늘 나를 즐겁고 설레이게 한다. 심리학이나 정신병학에서 뭔가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2와 3은 전생이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앞서 페이퍼를 정리하고 세 권은 읽었으나 공원국 선생의 책 두 권은 시리즈를 다 읽고나서 써야 마땅하니 추리소설 한 권이 남을 뿐이다. 아마도 몇 권 더 읽으면 함께 남길 것이다. 


책이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들이는 걸 멈추지 못하고 영화도 버리라는 사람의 성화가 가득한 가운데 blueray로 조금씩 사게 된다. 그저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니 책 외엔 많이 안 살 뿐. 이번 주말까지 알라딘 주문 외에도 BN에서 책 네 권을 샀다. 

















판타지와 마법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는 늘 좋아하고 Ken Follett 또한 항상 구하는 작가라서. 이번에 나온 Jack Reacher시리즈의 신작은 Lee Child와 Andrew Child - Lee Child의 brother이자 이미 작가라고 한다 - 가 쓴 것으로 되어 있어 고민하고 있다. Lee Child가 이제 70이 되어서 그런 건지 Andrew Child (원래 Andrew Grant)가 Jack Reacher 시리즈를 takeover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톰 클랜시도 사후 나온 작품들은 다른 사람이 정리했고, Wheel of Time시리즈도 마지막 세 권은 Brandon Sanderson이 공동집필했으니 무조건 나쁜 arrangement는 아니다. 

이렇게 책을 구해서 쌓아두면 언젠가는 읽게 마련이고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누군가에게 남겨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책을 좋아하는 후학(?)을 만나지는 못했고 집안에도 그런 사람이 없어 요원한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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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5 1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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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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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6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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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7 05: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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