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골고루 하는 것이 좋다. 근육만 키워도 밉고, 달리기만 계속 하면 몸이 너무 가늘어질 수도 있는데 가끔 마주치는 아주 오래 잘 뛰는 노인들을 보면 그다지 닮고 싶은 모습은 역시 아니다. 해서 pre-COVID 당시 최대치로 능력을 끌어올렸을 때는 weight를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하고 주말 같은 경우 달리기 + 스핀 + 줄넘기로 1500-2000 kcal정도의 수치를 올리곤 했었다. COVID가 닥친 후 gym이 문을 닫은 후 잠깐 주춤했었으나 다시 일년 정도는 훨씬 더 늘어난 걷기, 달리기, 줄넘기, 그리고 할 수 있는 최선의 근육운동으로 대략 7-80% 정도의 근력은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보통의 루틴은 새벽 다섯 시 정도에는 길을 나서 걷거나 뛰는 것으로 3-4마일을 치고 줄넘기를 하면서 조금 숨을 가다듬고 다시 근처 다운타운을 돌아오면서 커피를 마시며 걸어 오곤 했었다. 이후 출근하여 일을 하고 점심 때 정도에 할 수 있는 맨몸운동과 가벼운 덤벨 (그 정도 밖에 갖고 있는 것이 없었고 당시 모든 것이 품절이 되어 값이 올라 더 이상 구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로 3분할 정도로 매일 운동을 했고 여기에 더해 앉은 자세로 죽도를 치곤 했었다. 2021년 중반부터는 gym을 갈 수 있어 서서히 다시 다양한 무게로 운동을 하게 되었지만 또 하필이면 Asian hate으로 새벽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어렵게 끌어올린 cardio운동능력이 어느샌가 다 사라져버렸다.
주로 gym에서 운동을 하는 요즘이지만 cardio는 전혀 회복을 못 하고 있어 그나마 사무실 근처를 걷는 것으로 갈음하곤 했는데 기상이변으로 3월 중순이 넘도록 폭우와 강한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켈리포니아의 봄을 지내느라 이것도 요즘은 여의치 않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너무도 바쁜 일정이 1월부터 계속 되고 있어 요즘 따져보면 운동량이 약 25% 정도 감소한 것으로 기록이 된다.
COVID기간 동안 키운 맨몸운동능력이 사라지는 것이 싫고 또 이건 이대로의 재미가 있어서 바쁠 땐 하체운동의 경우 특히 사무실에서 4-50분 정도 빠르게 수행하고 있다만 역시 집에서 사무실로 매일 commute하는 시간이면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할 수 있을테니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새벽-아침의 gym운동 + 하루 중반의 추가운동으로 꾸준히 다시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곧 사무실계약이 만기가 되어 집 근처의 사무실로 알아보려고 하는데 management에서 매우 좋은 offer를 보내왔다. 거기에 나처럼 오래된 경우 (그래봐야 4년이지만) 1-2개월 정도는 free rent를 준다고 해서 잠깐 마음이 흔들리긴 한다. COVID당시 정착되기 시작한 remote working + 점점 더 확대되어 가는 clouding 의 도입으로 많은 중소규모의 startup들의 탈중앙, 탈사무실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한다. 당장 내 사무실 unit 옆의 2-3000 sq ft의 startup도 재작년엔가 하루 업체가 와서 서버용 PC등을 수거하더니 모든 걸 clouding에 올린 후 사무실을 나가버렸고 내 앞의 unit (가끔 이야기를 나누던 FOX성향의 할아버지가 있던)의 회사도 아예 중간에 사람들이 사라져버렸는지 eviction notice가 붙어버린 것이다. 모르긴 해도 대충 공실율이 15-20% 정도 되는 것 같은데 office property가 soft해진 것이 이미 2018년 중반이라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이 뜻은 내가 얻고자 하는 장소 또한 뭔가 가격을 낮추고 특전도 좀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 결국 비슷한 빌딩들끼리 비교하면 어느 정도 가격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이번에 잘 찾아서 3-5년 정도를 잡고 들어가면 좋은 가격으로 사무실을 유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일하면서 사무실 rent를 아끼고 싶은에 아직 그 단계의 편안함까지는 못 왔기 때문에 그건 아마 좀더 미래의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50대 중반이 된 무렵엔 그때까지 살아남은 사무실이라면 남의 눈은 그다시 신경쓸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누가 뭐라하든 지금까지 쌓인 reputation 에 10년 정도가 더해진다면 일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매일이 계속되는 전쟁속의 전투와 전투 사이의 고요함의 반복인데 (사실 고요한 휴지기가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의 1/4 (매번 반복되는 내 패턴이자 이 시기엔 어김없이 나오는 표현이지만)을 보내고 있다. 업무일정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고 매일 하나씩 뭔가를 풀어내면서 중간 중간 갑자기 생기는 업무에 일정을 조율해가면서 하루를 보내다보면 아마 금방 4월 중순을 넘겨 한 해의 1/3이 빠르게 지나갔음을 한탄하고 신기해하며 (지난 10년이 매번 같은데 여전히 신기한 것도 이상하지만) 작년에 이어 같은 소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운동과 책읽기 등 여가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해지고 있다. 이건 내가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기왕 무라카미 하루키와 다치바나 다카시를 (요즘 같은 때 하필이면 왜 일본인들을 role model로 삼게된 건지) 따라가려고 하니 새벽기상과 부지런함, 계획된 하루일과는 숙명과도 같다. 하고 싶은 말은 오늘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못 했다는 투덜거림이지만...
제목만 보면 에드거 앨런 포와 그의 이름을 일본어로 차용한 에도가와 란포의 vs 같은 책이라 착각할 수 있는데 아마 이걸 유도하지 않았을까 지레 짐작해본다. 포의 팬이라서 그의 책과 작품을 이미 여러 판본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서 '란포'에 해당하는 부분은 고작 36페이지였다는 걸 알았더라면 아무리 란포가 쓴 포의 작품해제가 궁금했어도 사지는 않았을 것 같다 (확률상 90% 이상). 어쩐지 많이 망설여지더니.
책을 열고 즐겁게 란포의 해제를 그렇게 읽더가 43페이지 후 갑자기 포의 작품제목이 나오길래 작품별로 해제를 한 것이가 싶어 더욱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 읽다보니 이미 읽은 이야기가 약간은 낯선 번역문체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워낙 읽은지 오랜된 이야기들이라서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기에 계속 읽어가니 '모르그가 살인사건'의 그 유명한 문장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때서야 해제를 끼워 넣은 포 단편집에 지나지 않은 걸 full price로 구해버린 걸 알아버린 것이다. 이때의 분노와 실망이란 정말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해제'만 짧은 책으로 엮어 팔 수는 없었을테니 출판사의 입장도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싶다. 이런 책이 또 다시 눈에 띄게 되면 사기 전에 열심히 조사를 하게 될 것이다.
지난 몇 주 전의 V. Sattui 와이너리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내 입맛을 망친 듯, 늘상 마시던 2-30불대의 와인이 더 이상 향기롭지도, 맛나게도 느껴지지 않는다. 직원의 호의와 sales skill로 예정에 없었던 tasting이 하필이면 다 reserve wine으로만 진행이 되어버린 덕분이다. 고가의 French wine을 쉽게 마시는 사람이 보면 웃겠지만 wine 한 병에 100불은 커녕 50불도 그냥 마셔버리기엔 좀 아까운 난 보통 집에서 혹은 지인들과 편한 자리를 즐길 땐 2-30불대의 와인이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이 와인이 맛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쉽게 값의 range를 올리자니 주머니도 그렇고 사실 비용도 아깝기 때문에 이건 다시 입맛이 낮은 가격의 와인이 익숙해질 때까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 '맛의 달인 70'에서 나온 위스키 이야기를 보고 나니 다양한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지는데 그나마 이건 한번에 조금만 마실 술이라서 좀 낫지 않을까 싶다. 바에서 비싸게 파는 것도 대충 1-200불 대면 거의 구할 수 있는데 와인과 달리 이건 한번에 조금만 마시는 술이라서 사무실을 옮긴 후 정리가 끝나면 조금씩 접근해볼 것이다.
벌써 밤 8시가 넘었다. 일도 많았고 조금 전 고객의 급한 전화를 사무실에 있는 김에 응대한 덕분이다. 그래도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함이 있어 좋다. 이젠 까마득한 대학교 1학년 첫 학기때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밤 열 시에 나무향 가득한 맑고 싸늘한 가을공기를 마시던 95년의 가을밤이 떠오른다. 이젠 매일 그렇게 하면 황천행티켓을 끊을 위험이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여전히 설레임을 느낀다.
이렇게 늦게 들어가니 새벽운동은 물 건너 갔구나 싶다만 어쩌겠는가 삶과 일이 동의어가 되어버린 건 나만의 일이 아닐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