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이 꿈이든 구체적인 계획이든 종종 글로 쓰고 보면서 계속 remind를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느낀다. 자계서에서 흔히 데우스 마키나 수준으로 맨날 언급되기 때문에 식상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지난 17년의 삶을 돌아보면, 변호사로 늦게 시작한 사회생활 초년생시절 막연하게 생각하던 많은 것들을 이뤘거나 비슷한 지점까지 도달한 지금의 내가 보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지금도 종종 생각하는 것들, 이루고 싶은 것들, 그저 막연한 많은 것들에 대해 끼적대는 note가 있다. 그런데 금년에 와서 note를 작성한 것이 1월 2일이고 오늘 간만에 note를 펴니 2월 21일이 되어 있다. 시간이 빠르다고 매년 불평할 수 밖에 없다. 마흔 다섯에서 쉰에 이르는 건 마흔에서 마흔 다섯까지의 시간의 흐름과 아주 많이 다르다. 노화도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는 듯, 불과 2019년 어느 즈음의 사진과 지금의 모습은 아주 많~~~~이 달라 보인다. 


연휴였던 월요일을 이용해서 일요일에 Santa Rosa에서 다음 날에는 Napa Valley의 winery로 일정을 잡고 짧은 여행을 했다. Santa Rosa에도 winery가 몇 개 있었지만 영 분위기도 별로였기 때문에 그나마 Charles M. Schulz Museum을 들린 것이 사실상 그날 여행의 전부였는데 스누피를 좋아했지만 작은 박물관에서 잠깐 시간을 보낸 것으로 더 할만한 것도 볼만한 것도 없었다. 스누피를 추억하는 건 대다수가 어른들인지 아이들보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Salinas의 John Steinbeck 기념관도 그랬지만 이런 곳은 다시 활성화되기 어려운 것 같다.


월요일은 집에 돌아오는 길을 Napa Valley방향으로 돌아오면서 winery 한 군데를 들렸는데 그 전에 일단 Gott's란 곳에서 햄버거로 아점을 먹었다. 11시 open에 맞춰 갔기에 기다리지 않고 식사를 했는데 먹으면서 보니 어느새 줄이 엄청 길게 들어서 있었다. Napa Valley - 나파, 욘트빌, 세인트 헬러나, 칼리스토가, 그리고 소노마를 싸잡아서 보통 그리 부른다 - 답게 어디서나 house wine과 맥주를 팔고 있었기에 주변에서 햄버거에 와인 한 잔을 곁들인 걸 많이 보았다. 


우리가 간 곳은 V. Sattui winery. 이탈리아 이민 3세인 다리오씨가 버클리를 졸업하고 건축으로 돈을 좀 벌고나서 처음 만든 winery가 이곳이다. 이곳의 성공을 토대로 평생의 꿈인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성을 짓고 winery를 만든 곳이 Castello Di Amorosa인데 이곳을 짓다가 사실 파산할 뻔했다고 한다. 다행히 투자자를 끌어들여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고 지금은 두 군데 모두 상당히 잘 나가는 winery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COVID-19이후 casual한 tasting은 거의 없어지고 모두 예약제로 바뀌었고 따로 예약도 없이 가서 그냥 와인만 사오려고 현장에서 time을 잡지 않고 들어가서 둘러보다가 tasting table에서 몇 가지를 물어보게 되었다. wine을 살 사람이라고 봤는지, 이젠 나이가 들어서 어느 정도 돈을 쓸 것 같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대뜸 tasting을 offer하더니 첫 잔에 두 종류의 보통 wine을 따라주었다. 맛이 괜찮은 편이라서 몇 병 사려고 들여다보니 본게임을 시작하는 듯, 프리미어급의 와인을 계속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닌가. 병입부터 다르게 포장되는 이런 와인은 방식과 보존에 따라 2-30년 혹은 50년도 넘게 숙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맛도 좋았고 흥미가 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vertical tasting이라고 해서 같은 에티켓의 다른 빈티지를 한 잔씩 따라주는 것이었다. 즉 모든 것이 동일한 각각의 와인으로 2013년산, 그리고 2018년산을 나란히 놓고 하는 tasting이었다. 이제까지 해보지 못한 꽤 호사스러운 방식으로 비교를 하니 그 차이가 확연했다. 


결과적으로 친절한 직원의 응대와 급격히 올라간 프리미엄급의 와인에 대한 흥미에 원래는 중가의 와인으로 대략 일년치 최하회원자격을 얻으려고 했으나 같은 예산으로 좋은 와인을 여섯 병 사는 걸로 V. Sattui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같은 오너의 다른 와이너리의 와인을 마셔보는 건 상당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빈티지에 따라 같은 와인도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단 오래 보관하려면 값이 좀 나가는 걸 사야 맞다. 예전에 선물로 받은 2006년 빈티지의 와인을 오늘 찾아보니 당시 시가가 100불대였는데 지금은 소매가는 400불 정도로 검색된다. 편하게 마실 와인은 Costco에서 10-20불대의 와인도 많이 있으니 그렇게 하고 가끔씩 좋은 와이너리에서 좋은 빈티지의 와인을 구해둘 생각이다. 50년을 묵혀봐야 남 좋은 일만 될 것이니 적당히 숙성시킨 후 마시거나 되팔아도 좋겠다.


V. Sattui: https://www.vsattui.com/

Castello Di Amorosa: https://castellodiamorosa.com/ 


주말에 읽은 두 권. 각각 서점을 무대로 한 책인데 하나는 해피하고 하나는 아름답지만 무척 현실적인 엔딩. 


'리빙스턴 씨의 달빛서점'에서 자극을 받고 The Lord of the Rings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합본을 조금 읽다가 빡빡한 문장에 질려 내려놓은 후 21년이 지난 지금 보니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이다지도 쉬운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지어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간 단어를 더 많이 알게된 건 아니고 그냥 읽는 힘이 조금 더 나아진 것 같다. 소위 말하는 SAT단어는 거의 볼 수 없고, GB작가 특유의 까다로운 문체나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술술 읽어나가니 벌써 거의 첫 번째 The Fellowship of the Ring 100페이지를 금새 읽어버렸다. 


'섬에 있는 서점'에서는 딱히 영감을 받은 책이 없으나 책의 플롯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에드거 앨런 포우의 작품이 나온 것이 특별했다. 















셋 다 좋은 책. 최성각선생의 생태주의는 내가 따라할 수는 없는 삶을 방법이지만 늘 존경할 수 밖에 없다. '고바야시 서점'은 잔잔하니 좋은 이야기를 주었기 때문에 추천할 수 있다. '옛날 영화...'는 따로 후기를 남겼다.


열심히 일할 힘을 받고 또 하루를 보냈다. 종종 여행을 떠나야하는 이유를 새삼 생각하는 기회가 아니었을까. 


이번에 사온 와인은 모두 옷장 깊숙히 숨겨놨다. 10년 정도 있다가 이번의 여행과 오늘을 추억하면서 한 병 열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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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3-02-22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생각에 그쳐서만은 안될거 같아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한 듯합니다. 무조건 액션을 취해야해요. 그래야 뭔가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서점을 무대로하는 책들도 꽤 되는 거 같아요. 위에 소개해 주신 책들은 몰루는 책들인데 한 번 구경하고픈 생각이 듭니다. 잡화점을 배경으로 한 책도 베스트였는데요 뭘~~ㅎㅎ

transient-guest 2023-02-22 10:30   좋아요 0 | URL
저는 그런 의미에서도 쓰는 것은 중요한 시작이자 constant reminder라고 생각합니다.지금도 생각하는 것들을 종종 짧게라도 쓰고 또 쓰고 합니다. 실행에 옮기는 건 사실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서 지금은 생각하지도 않는 요소지만 확실히 자계서 같은 곳에서 너무 ‘꿈‘, ‘희망‘ ‘wishing‘ 이런 것들에만 치중하는 것 같기는 합니다. 액션은 default값으로 넣고 볼 때 뭔가를 계속 쓰고 또 들여다보는 것의 중요함이 있다고 봅니다.

서점이나 책을 소설로 다루는 건 꽤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종종 보는데 이렇게 구해서 읽게 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