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다 읽을 수 없는 만큼의 책을 갖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책을 찾아다니고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하나씩 구매하곤 한다. 일종의 병적인 집착이 아닐까 의심해보게 되는데 올해의 첫 주문에 따라 여러 권의 책이 도착했음에 절로 드는 생각이다. 


언제부터인지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한 권을 다 읽어내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은 집중력의 저하와 바쁜 일정의 탓만 하고 있기에는 심각한 수준이라서 걱정을 하고 있다. 머리가 점점 더 새로운 걸 밀어내고 거부하는 것은 아닌지. 어떤 노년의 현상이 일찍 시작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When Blood Lies'를 겨우 다 읽은 것이 어제였으니 이번 해의 시작은 처참하다고 할 수준이다만, 그래도 책이 있으니, 계속 읽어가야 한다. 일과 삶에 매여 세상을 내 눈에 담아보는 새로운 삶의 시작은 아직도 저 멀리 있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으로 빛의 속도보다 빠른 정신의 속도로 바깥세상과 온갖 사유속을 떠도는 것으로 갈음해야 한다. 


천천히 읽어가고 있는 여럿의 책무리에 다음의 두 권이 더해지는 오늘이다.


살던 집에서 쫓겨난 그레이스는 친구 비브와 함께 런던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다. 하필이면 2차대전이 시작된 1939년의 어느 날. 뭔가 희망이 가득, 소박한 전전의 일상의 엿보는 기대, 거기에 여성에 젊고 가난한 이에겐 특히 덜 friendly했던 시기 두 여성이 런던을 살아나가는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가득히 담고 읽기 시작했다. 아직 줄거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2차대전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 책을 접한 기억이 없다. 참정권의 확대라던가 사회에서의 위치상승 등의 이야기가 아닌 1939년에서 1945년을 살아낸 이야기. 어쩌면 이 책에서 서점의 이야기와 함께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초엽작가의 소품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딱 한 단원을 읽은 후의 감상이다. 글과 책을 이야기함에 있어 사람마다 의견이 다른 이슈가 있으니 문창과의 유행과 '천편일률'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technically flawless하지만 soul이 없는 글쓰기기술의 범람에 대한 그것이다. 내 의견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기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니 이만하고. 


김초엽작가의 academic background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데 이런 멋진 작가가 SF작가여서 너무 좋다고만 해두자. 앞으로도 내 주머니에서 한 푼이라도 좋은 글을 쓰는데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한국형 SF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원하며 웹소설말고 진짜 좋은 추리소설도 많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조금 일찍 퇴근할 생각이다. 1월을 열심히 산 덕분에 2월 중으로는 밀린 많은 일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에 끌려가지 말고 일을 끌고가는 일정으로의 전환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간만에 가져본다. 


내일까지의 일정을 잘 소화하는 것으로 좋은 마무리를 힘차게 1월을 마쳤으면 좋겠다. 비록 내가 스스로에게 준다고는 해도 어쨌든 말일은 월급날이 아니겠는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객쩍은 소리에 지나지 않겠지만 아무튼. 


이번 해에 들어와서는 평일 오후 네 시까지는 모든 업무를 마치고 퇴근까지의 두 시간은 온전히 독서에 바치고자 작년 (벌써!) 12월에 계획했었는데 1월 중 그걸 지킨 날은 하루도 없다. 2월 중에도 가능할지 의문인데 이렇게라도 해서 매일 일정한 양을 꾸준히 독서에 할애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니 일종의 desperation이 형상화된 것. 오늘은 그냥 퇴근을 조금 미루고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차피 요즘 저녁 일곱 시 이후의 퇴근이 잦았으니 이대로 일근육을 늘려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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