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소설 누구 경성일보 문학·문화 총서 9
에밀 가보리오.번안 후세 생 지음, 유재진 옮김 / 역락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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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고전 중 고전으로 꼽을 수 있는 에밀 가보리오의 르콕 탐정의 소설을 이렇게나마 접하니 반가울 수 밖에. 원래의 작품 수가 적은 편이고 그나마도 번역된 작품이 많이 없는 터, 직접 접하지 못한 서류 113을 무려 일제시대 식민지 조선에 거주하던 후세 생이라는 정체모를 사람의 번안을 통해 접하다니 이것도 재미있는 인연이다. 


얽히고 섥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는 건 끈질긴 단서추적과 탐문을 통해 가능할 뿐. 홈즈가 비꼰 르콕 탐정의 방식이 안락의자탐정 스타일보다는 훨씬 현실적이다. 매그레 반장도 그랬지만 실제로 사건을 가만히 앉아서 추리해내는 건 어쩌면 logical deduction보다는 신기어린 유추에 가깝게 느껴진다. 물론 홈즈나 포와로도 아주 즐겨 읽었지만. 


프랑스의 지명과 일본의 지명을 섞어 놓았고 등장하는 사람들은 르콕을 제외하면 모두 일본인이다. 무척 신기한 방식의 번안인데 역자후기를 보면 번안이라고 하기엔 상당한 부분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다고 하니 이런 것도 하나의 장르라고 봐야할지. 


문득 인생도 남의 인생을 번안해서 사는 사람이 떠오른다. 이 소설처럼 무대는 파리, 지역의 명칭과 등장인물은 일본식의 이상한 모양새처럼 여기 저기서 가져다가 누더기처럼 기워서 흉내를 내고 훔친 듯한 삶. 재클린을 따라하지만 기실 에비타처럼 권력자를 하나씩 타고 올라온 화려한 편력. 온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사기와 협잡의 조각들을 하나씩 부여잡은 듯한 삶. 그야말로 번안소설이 따로 없다.


겨우 한 권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바쁘고 충실한 하루였다만 다시 몸을 추스리고 각오한 바에 따라 관리를 잘 해야 그 다음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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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9-16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르콕 탐정이라 생소한 이름인데 ˝고전중의 고전˝이라 알려주시네요.

겨우 한 권이 아니라, 한권씩이나입니다. 대단하세요!!

transient-guest 2022-09-16 12:24   좋아요 0 | URL
르코크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구하기 무척 힘든 책이에요. 작가가 일찍 죽어서 책도 많이 안 나왔고 번역되어 나왔던 것도 절판된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