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스틱 호텔의 지하 매그레 시리즈 20
조르주 심농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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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했던 대로 남은 매그레 경감 시리즈의 두 권 중 한 권을 읽었다. 오전부터 바쁘게 일을 하고 잠시 짬을 내서 하체/어깨를 돌리고 쉬면서 읽기엔 딱 알맞는 내용과 길이. 어쨌든 오늘까지 9일간 계속 책 한 권을 읽었으니까 그것으로 됐다.


주말에는 예전에 1/3까지 읽고 더 이어가지 못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마저 끝내볼까 생각하고 있다. 1/3 지점부터 읽는다고 해도 워낙 긴 책이라서 촘촘한 남은 400페이지 이상을 하루에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은퇴하기 전 언젠가의 과거부터 다시 이어지는 매그레 경감의 모험이랄까. 확실히 과거에 쓰인 소설을 읽으면 모든 묘사가 그 시대를 들여다보기에 좋다. 현재의 작가가 조사와 고증을 통해 과거를 무대로 쓰는 것과는 뭔가 다른 느낌으로 아주 생생하고 가깝게 그려지기 때문일까. 


호텔 지하에서 파리에 체류중인 미국인 부자의 부인이 시체로 발견된다. 호텔의 지하는 조지 오웰의 자전소설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손님이 머무는 지상과 분리된 일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경찰은 바로 커피매니저를 용의자로 체포하고 판사와 미국인 남편은 이 사람을 유죄로 인정한 분위기다. 사건을 탐문하면 할수록 용의자의 유죄혐의는 확실해보이고 심지어 불리한 증거까지 계속 나타난다. 


매그레 반장은 열심히 발품을 팔고 추리를 해가며 혐의를 벗기려고 한다. 너무 이상하니까. 하지만 용의자는 거의 완전하게 코너에 몰렸고 심지어 용의자를 잘 아는 사람들조차 그가 진범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을만큼 확실한 증거들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매그레 경감이 아니다. 


몇 가지 상충하는 증거들과 의심스러운 정황을 파고들자 매그레 반장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단서들이 모인다. 그리고 모든 관련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매그레 반장이 사건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해피하게 마무리. 


짧은 시간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홈즈나 포와로, 긴다이치 고스케나 아케치 고고로와 같은 신비한 매력은 떨어지지만 뭔가 꾸준하게 사건을 찾아다니고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는 것이 마치 브라운 신부나 캐드파엘 수사처럼 묘한 매력이 있다. 


20권에서 한국출간이 재개된 2017년 당시 역자의 말마따가 75권이 모두 나왔으면 좋겠다만 현재까지는 21권에서 멈춘 상태. 출판사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런 긴 작품을 기왕 시작했으면 끝까지 출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중간에 멈추는 불성실함이라니. 아마 copyright도 거의 끝났거나 끝나갈텐데. 


화요일-수요일-목요일 이렇게 지나고 나면 금요일을 넘어 주말로 넘어간다. 이걸 52번 반복하면 한 해가 지나가버리니 시간은 참 빠르게 흐른다. 시간의 흐름이든, 무엇이든 깊이 들어가다 보면 과학과 철학을 넘어 뭔가 매타적인 영역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말에 조금은 공감하게 된다. 인지의 차이로 모든 것이 달라진다니. 하기야 실제로 엄청난 훈련을 받은 군인이 hand-to-hand combat 상황에서 완전히 몰입하면 적의 동작이 slow motion처럼 느리게 보인다는 말도 있으니까.


내일도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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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13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그레 시리즈가 75권이나 되는군요. 출판사에서 밀고 전작 출판하기가 쉽지는 않겠습니다. 그래도 출간을 열심히 응원!!!

transient-guest 2022-09-13 23:50   좋아요 1 | URL
쉽지는 않겠지만 이미 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완간한 사례도 있으니 그리고 열린책방도 꽤 큰 출판사라서 할 수 있다고 봅니다만 2017년 이후 나온 건 없습니다

얄라알라 2022-09-14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도 채 출간이 다 안된 상황이군요. 저도 바람돌이님의 응원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22-09-14 11:34   좋아요 1 | URL
열린책들에서 제 글을 본다면 참 좋겠네요. ㅎㅎ 저는 이렇게 끊어지는 시리즈가 너무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