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고 있는 책은 많지만 한번에 여러 권을 조금씩 읽다보니 진도는 지지부진하다. 일주일 내내 그런 상태라서 겨우 지난 주였던 연초의 새해계획이 벌써 흔들리고 있다. 지난 12월의 게으름을 떨치기 위해 조금씩 다시 일근육을 늘려가는 것처럼 독서도 그리 되어야 할텐데.


추리소설은 판타지, SF와 함께 머리를 맑게 해주고 다른 세상을 구경하게 해주는 고마운 장르다. 개인적으로 '장르'문학으로 치부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좋은 작품의 문학성은 '순수'한 '문학'작품 못지 않거나 종종 그 이상의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야베 미유키는 너무도 유명한 사회파작가인데 최근엔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기담을 더 많이 읽은 것 같다. 제대로 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는 스타일이라서 '모방범'에서 봤듯이 세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품이 있어 이야기가 명확해지는 지점까지 가려면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이 작품 또한 세 권으로 되어있고 지금까지 읽은 부분까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장치와 구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정도. 예전의 집중력과 시간이라면 금방 세 권을 읽었겠지만 지금은 그냥 천천히 몇 페이지씩 읽어나가니 진도를 내기 어렵다.



이름은 예전에 들어봤고 아마도 대학 때 유럽지성사를 공부하면서 접했던 작가로 기억하지만 제대로 뭔가를 읽어보는 건 한글로는 처음인 것 같다. 공부는 그저 struggle한 기억이 더 많고 당시 짧은 영어로는 특히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고 묘미를 느끼는 것이 쉽지 않았었기에 딱히 기억이 나는 건 없다. 지금의 눈으로 볼 땐 일차사료 내지는 이차사료처럼 이 시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올 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1/4 정도까지 왔으니 이 또한 진도가 느린 탓도 무시할 수는 없겠다. 


빚이 많은 귀족남자는 시골아가씨를 사랑하지만 하는 일이 없이 수입보다 많은 돈을 쓰는 탓에 생활을 이어가려면 지참금을 많이 들고 올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고 주변에서 바라고 기대하는 것도 그런 상황. 아가씨는 지금의 사랑을 믿지만 결국엔 헤어질 것을 알고 있는 듯하나 철딱서니가 없는 귀족놈은 깡깡이처럼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일단 여기까지.


SF역사에 있어 이 작가를 빼놓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할만큼 기념비적인 유명한 작가. 처음 읽는 그의 작품은 나에겐 생소하고 난해하기만 하다. SF 또한 애정하는 바, 보통 상당히 intuitive하게 이해도 빠르고 진도가 잘 나아가는 편인데 이 책은 그렇지 못하다. 책으로는 반 조금 못 미치고 '미래학 학회'라는 작품은 거의 다 왔는데 워낙 긴 호흡으로 조금씩 읽었기에 스토리는 아주 띄엄띄엄 기억하고 있다. 세 권에서 네 권 정도는 동시에 읽어도 괜찮은데 그 이상이 되면 너무 중구난방이 되는 것 같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SF작가들 중 하나로 그 이름은 무려 아서 클라크, 필립 딕 등과 함께 거론되는 20세기의 거장이라고 하는데 비영어권 작가라서 덜 익숙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문번역으로 위쳐시리즈를 읽을 때 느꼈지만 몽땅 한꺼번에 서구권, 서양작가라고 하기엔 유럽 각국, 거기서 북유럽이나 동유럽으로 가면 그 정서가 익숙한 '미영프'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걸 느낀다. 


요즘 미국의 정치를 보면서 2차대전 직전 프랑스 3공화국의 혼란을 본다. 작가의 책을 여럿 읽었는데 그가 겪고 살아낸 1차대전의 종전부터 2차대전까지의 유럽을 보면서 우리가 당연시 여긴 평화, 그로 인한 정체, 여기서 파생된 부의 불균형에서 온 분노와 좌절이 불러온 파시즘과 전체주의, 이를 대항하지 못하는 분열된 온건우파와 좌파를 비롯한 3세력의 무능까지 트럼프가 등장한 이래 보여준 미국의 무력한 모습이 오버랩 된다. 강력한 국가를 표방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파시스트 정권이 벌이는 도발에서 야금야금 유럽을 좀먹어가던 나치독일의 도발을 본다. 이 책은 그 현상을 아주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그 density가 워낙 대단하여 진도를 나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아주 조금씩 읽어가고 있다. 이걸 붙잡은 것이 일년이 넘은 것 같은데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한 1/4 정도 읽었나 900페이지가 넘는 책을 230페지 정도 읽었으니. 


많은 책을 끼고 있으면서 또다시 시작한 이 바보스러운 버릇으로 가장 최근에 보기 시작한 책. 우리 시대 거인들 중 하나인 빌 게이츠가 기후변화와 이에 대응해야 하는 이유 및 그가 생각하는 효율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넷플릭스로 본 다큐에서 그가 말하는 스타일을 처음 접했는데 이 책을 보면 그의 말투가 글에 그대로 드러나 구술한 것을 다른 이가 썼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한 시간이면 책 한 권을 읽고 90%이상을 기억하는 천재적인 두뇌는 계속된 지의 고련과 명사/전문가들을 직접 만나서 전달받는 고급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해가며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시절 똑똑했던, 혹은 시험을 잘 본 댓가로 30-40대 이후 정체해버린 대가리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현상이 아니가. 잦은 업무출장마다 책을 싸들고 다니며 읽는 모습은 독서인으로서 희망적이고 고무적이다. 한 1/5 정도 읽었다.


이런 책은 한 권씩 양서만 읽어나간다. 내가 생각하고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그리고 문학과 소설이 독서의 전부는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 동안 속은 것이 분했을 정도로 쓰레기같은 자계서를 수 백권 읽은 과거가 있어 아주 조심스럽게 2020년부터 답답한 상황에서 뭔가를 찾기 위해서 그리했던 것이다. 잠시 주춤했으나 좋은 책을 보면 확실히 내가 몰랐거나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정보와 분석을 얻게 되니까 양서라면 얼마든지 읽어볼 생각이다. 이 책은 하루에 20-30페이지로 나눠서 읽었는데 멈춘지 좀 된 것 같다. 재미있는 미래분석과 시장예측을 하고 있지만 빨리 읽지 않으면 커즈와일의 책처럼 유효기간이 지나가버릴 것이다.



우연히 YouTube알고리즘으로 건너간 저자의 방송을 몇 개 봤는데 아직은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 하루에 딱 한 페이만 읽는 책으로 다 읽으면 2022년이 끝난다. 


이렇게 하루에 한 귀절씩 성찰을 위한 경구를 읽으면 잠깐이지만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읽고 잠시 기도를 하는 것으로 일상을 시작하고 있는데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나은 모습으로 살기 위한 몸부림의 일환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정리해봤다. 어쩌면 다 읽은 후의 기록보다 더 나을 수도 있을만큼 아직은 fresh한 기억을 바탕으로 글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새해의 주말이 하나 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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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1-0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얽힘설킴 모르는 책이었는데 올려주신 글을 보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 겠어요.

transient-guest 2022-01-09 10:47   좋아요 0 | URL
천천히 읽고 있어요 ㅎ 아직 전체적인 맥락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평 올리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