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첫 운동을 한 일요일. 새벽에 잠이 깨는 바람에 자칫하면 오전에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추스리고 일어나 gym에서 운동을 하고 마트에 다녀와서 다시 동네를 걸었다. 걷기 또한 미루려는 마음이 있었으나 '새해'라는 상징성을 적절히 심리적으로 활용한 결과 근 5마일 가까이를 걸을 수 있었다. 근데 health app 기준으로 보면 (독보적을 해보다가 알게 됨) 11992보 걸은 것으로 나온다. 내가 알기로 대략 6마일 정도를 걸으면 2만보가 나오는데 좀 이상하다만, 뭐 기록에 의미를 두는 것이지 정확성엔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상관은 없다.
어제 새해라고 친척집에 갔다고 올때 누나차를 얻어 타고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가 펑크나서 갑자기 근처 exit으로 나가 차를 세워보니 왠 한인대형교회의 주차장. 타이어를 가는 건 귀찮긴 하지만 어려운 일도 하니고 예전에 종종 길에서 갈아본 경험도 있어서 어차피 나사 같은게 박혀 언젠가는 터졌을 것이 내가 있을 때 터져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한 마음까지 들었다. 거의 집 근처의 exit이었고 마침 넓은 공간이어서 타이어를 가는 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지나가던 사람의 친절. 어떤 사람 (교회사람 아님, 한국사람 아님)이 타이어가 펑크난 걸 보고 스패어가 없으면 자기가 마침 하나 차에 싣고 있으니 필요하냐고 지나가면서 물어본 것. 그리고 그 늦은 시간, 교회에서 나오던 몇 대의 차 (그 시간엔 일반 신자가 올 시간이 아니니 조심스럽게 추정하건게 교회일을 보는 목사, 전도사, 혹은 장로가 아니었을까)는 어린 조카와 누나가 밖에서 떨면서 내가 타이어를 가는 걸 보고 있는 그 장면 바로 옆으로 차를 운전해서 가버리더라는 것 (멀리도 아니고 내가 그 몇 명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뭐 도움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 만큼 심각한 일은 아니지만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아마 나의 덕이 부족한 탓이겠지?
코로나 3년차의 이곳에서 이젠 감기나 콧물은 그래도 용인이 되는 듯. 작년 이맘 땐 감기에 걸리면 아무데도 갈 수가 없었기에 무척 조심했었는데 이번엔 flu shot + 3차까지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춥다보니 콧물을 달고 산다.
술을 많이 마신 12월. 1월의 반은 비슷할 수도. 하지만 이런 저런 모임, 특히 가족/친지들의 모임에서 나처럼 술을 권하는 jester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의 크리스마스와 새해엔 내가 준비한 와인이 꽤 인기가 있었으니 역시 나이를 먹으면 다음 날이 편한 좋은 술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나저나 와인은 두고 먹으면 되지만 Costco에서 너무 싸게 나와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지른 버드라잇과 사포로 어쩔껴? 술을 좋아하시는 서친들 몇 분이 근처에 계셨다면 한번은 좋은 술로, 다른 한번은 창고대방출로 맥주파티를 했을텐데. 사포로 24캔이 20불, 버드라잇도 그 정도면 너무 싸다. 와인도 Costco의 경우 가성비가 좋은데 특히 25-35불 사이의 가격대의 와인을 주기적으로 10불 정도 세일을 하고 회전이 좋아서 술을 마시기에 좋은 환경이다. 한국처럼 술 권하는 사회는 아니되, 술 마시기엔 훨씬 좋은 환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소주나 막걸리는 한국에 비해 많이 비싸지만 여기 물가를 기준으로 보면 걔네들이 보통 3불 정도면 한 병을 사니 그렇게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새해엔 좀 적게 마시되 좋은 걸 마시는 걸 지향하는데 일단 1월 중순까지 창고정리를 마친 후 apply할 policy라고 본다. 그러고 보니 문어모양으로 가볍게 볶아 먹는 비엔나를 안 먹은지 너무 오래된 듯. 주중에 한국장에 가면 사와야지.
뭐든 열심히 하며 살다보면 아주 금새 내년 이 자리에 앉아 같을 소릴 반복하고 있을 내 모습을 그려보면서 그렇게 새해의 둘쨰 날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