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모든 것이 멈춘 듯한 생활이 점차 모두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이나 중국보다 훨씬 늦게 시작됐고, 무능한 트럼프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사실상 전국적으로 퍼진, 그러나 전혀 상황파악이 되고 있지 못한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으로 인해 대중의 패닉만 점차 늘어갈 뿐이다.  성당도 가지 못하고 가급적 사람을 피하면서 그저 운동만 겨우 하는 것으로 활동의 모든 것을 갈음하고 있다. 다행히 이곳의 gym은 넓고, 큰 장소로써 뺵빽하게 사람으로 꽉 찬 공간이 아니라서 그저 사용하는 기구를 닦고 또 닦는 것으로 모두들 조심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도 건강한 사람들이고 건강에 늘 신경쓰는 사람들로 가득한 공간이고 대부분 잘 씻고 다니는 사람들이라서 mall 같은 곳에 가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내일부터 또 한 주가 시작될 것인데 여러 모로 갑갑하다.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 말고는 달리 할 것도 없어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면서 혹시나 하는 맘에 다시 한국어 책장을 뒤지니 또 읽을 것들이 좀 나온다. 내가 가진 책도 못 읽은 것들이 많기 때문에 재미로써의 책읽기, 여가선용으로써, 또 학습을 위한 책읽기 등 다양한 이유로 책읽기를 하게 된다.  갈 곳도 달리 없고, 운동은 오늘의 경우 오후로 미루다 보니 조금 게으른 마음에 어찌할지 모르고 있다.  


이런 류의 책들은 잘 살펴서 구해야 한다. 내 생각으로는 최소한 50%이상은 그냥 마구 나오는 책이고 그나마 괜찮은 50% 중에도 강약을 따져봐야 하는 것 같다. 과학이라기 보다는 경험에서 온 hunch같은 건데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상당히 탄탄한 스터디와 분석을 통해 충분한 논증을 보여준다.  애초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란 건 definite하게 정해진 것이 아닌 학습과 반복, 실력쌓기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테제를 잡고, 실제 사례들을 분석하여 step by step으로 방법론을 설파한 후 자신의 커리어를 분석하여 현재의 시점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이 방법론이 우연과 자의로 적용됐는지 보여준다.  이론을 세우고 논증을 하여 법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일어날 수 있는 일반화의 오류는 없는 것 같은데 이미 저자는 그런 일반화의 오류 - 많은 케이스에서 극히 일부에만 적용될 특이한 경우를 전체의 케이스로 확대해서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인지와 경계를 하고 있다.  


열정이 아닌 실력을 쌓고 이를 토대로 커리어의 세부적인 흐름이나 feature를 control하고 mission을 세워 이뤄나가는 것.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꾸준히 comfort zone을 벗어날 수 있는 도전으로 경계를 넓혀서 발전할 수 있는 토대와 상황을 만들어 주고, 자신의 skill이 rare하고 valuable해지는 걸 재화적인 가치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따져서 일을 추진하고 커리어를 쌓다가 보면 일을 잘하면서 좋아하는 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잘 정리한 책. 요즘 내가 일을 대하는 자세 등 여러 모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많은 도움을 받은 것 같다.  일단 6월까지는 그저 많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투자해서 (1) 업무를 모두 정상적이고 시스템적인 궤도에 올려놓고, (2) 이 과정에서 꾸준히 자신을 push하여 일근육을 다시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잡는 것이 loose하게 이 책을 읽고 얻은 결과. 아는 만큼 보인다고 커리어를 여기까지 이어온 덕분에 잘 쓰인 책을 보면 얻는 것이 많다. abstract하지 않고 상당히 현실적인 나의 상황에 대비해보게 되는 것.


읽는 내내 '일 (직업)은 좋아하는 걸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잘하는 걸 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 에피소드 중 했던 말을 떠올렸는데, 들은 이래 촌철살인의 진리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던 말이다.  뭐가 뭔지 모르고 '열정'을 살릴 수 있는 커리어, 영혼에 충실한 삶 같은 말들을 해대지만 실상 그게 뭔지 제대로 알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나의 경우도 그랬는데, 상당히 막연하게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나의 이야기는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이 책에 빗대서 정리해볼 생각이다.


뭔가 inspirational하거나 대리만족을 위해 도서관에서 가져온 책 두 권. 내리 읽었으나 참으로 empty calorie만 가득한 종이를 씹은 듯한 기분. 하나는 겉만 있는 것 같고 다른 하나는 추상적인 모호함 속에 아주 common한 이야기를 버무린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한창 여행기가 유행한 적이 있고 뭔가 soul searching에 관한 책이 유행한 시기가 있었는데 둘 다 그 때 읽었더라면 좀 더 낫게 봤을까?  사진으로 가득한 화보집 같은 여행기도 별로, 쓸데없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가득한 모호한 이야기도 별로.  개인의 책읽기라고 해도 그리 보면 대중적인 유행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절을 돌아다니는 참배순례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너무 멀게만 보이고, Gnostic해보이는 듯한 '나그함마디'문서에서 뭔가 나온 듯한 냄새를 풍긴 후 유럽에서 쳐들어온 십자군에 의한 함락을 목전에 둔 예루살렘의 사람들이 나누는 듯한 '진리'에 대한 설파는 그냥 저 멀리, 세상을 제대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인 양 아무런 현실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매우 주관적인 느낌으로 지금 내가 받은 건 딱 이 정도.


다자이 오사무는 참 흥미로운 작가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작품을 읽고 있는 걸로 안다. 이토 준지에 의해 태어난 '인간 실격'을 가장 먼저 읽어도 좋겠고, 이후 본격적인 작품으로 옮겨가면 작품에 대한 배경이나 행간의 탄탄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세계를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몰락한 귀족이 전쟁 후 더욱 더 쇠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전혀 나아질 수 없이 계속 bottom으로 가는 '사양'의 뜻이 그 내용에 걸맞게도 '태양의 몰락'이라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못해도 세 번, 아니면 네 번은 읽는 '사양'인데.  


사람의 정신이라는 것이 강하다면 무척 강하지만 약하다면 그렇게 약한 것이 없을만큼 무너지기 쉬운 것 같다. 데카당한 라이프를 즐기는 건 본격적인 염세주의, 그것도 파괴와 멸에 대한 유미주의가 깔린 깊은 염세주의 보다는, 설사 같은 의미로 결국의 파국을 향해 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해도, 더 나은 길이 아닐까?  다자이 오사무의 책은 다양한 판본을 모두 갖고 있을 정도로 뭔가 무시무시한 매력이 있다.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더라도 사놓고 읽으면 그만.


구한말, 녹두장군 전봉준이 일으킨 동학군의 거사는 여러 모로 연구와 흥미의 대상이다. 현대의 반독재/민주화항쟁의 이데올로기의 접근에서는 '민중'에 의한 '혁명'성에 많은 비중을 둔 해석을 적용한다면 이에 반해 좀더 reactionary로의 접근의 경우 민중봉기에 큰 점수를 주면서도 정보와 인식의 한계로 인한 vision의 부재로 결국 시작부터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의견을 낸다. 혹은 그 모든 걸 넘어서서 어쩌면 왕조교체기의 상황을 맞이했을 수도 있었던 수준의 규모와 호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난을 진압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세를 개입시킨 구한말 조선왕실과 민씨척족으로 인한 실패로 보는 눈도 있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해석과 의의를 이야기할 만큼 소설적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주제라고 보는데 아쉽게도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것들이 제대로 다뤄지지는 못한 것 같다.  특정한 기승전결 혹은 테제에 중점을 두고 과감하게 사건사실을 누락시키는 것으로 빠른 진행을 보여주는 건 나쁘지 않지만 자칫하면 소설의 timeline이 모두 엉망이 될 수도 있음이다. 게다가 결말은 어찌 그리도 허무하고 갑작스러운건지.  나의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마치 소설이 써지다 만 듯한 느낌을 받은 종장이었다.  여러 모로 아쉬운 면이 있다.


아무리 봐도 같은 책인데 한 동안 절판되었던 츠바이크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나온 걸 잘 모르고 둘 다 주문한 듯. 책이 오면 알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조제프 푸셰는 왕당파에 가까운 수도사/학승에서 혁명세력으로 변신 후 온건파와 급진파의 사이를 가늠하다가 총재정부를 거쳐 나폴레옹을 위해서 일하고, 이후 그의 몰락에도 일조하고, 다시 왕당파로 돌아가는 등 꾸준한 변신을 통해 권력의 자리를 이어가고 큰 돈을 번 사람이다.  즉 현대판 매판자본정치가의 원형과도 같은 사람이 아닌가 싶은 그의 일대기를 본질을 정확하게 본 발자크를 인용하면서 츠바이크의 눈으로 다시 그려낸다.  어쩌면 그 시대에는 보기 드물게 pragmatist 였을지도 모를 이 인간은 여러 모로 가카를 떠올리게 한다.  지극히 두터운 신앙심으로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 가카, 지독하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현대에서 노복으로, 관리직으로, 자본가로 성장한 가카, 꼼수를 쓰다가 정치판에서 밀려난 후 골프라운딩 fee를 아끼려 (즉 일행에게 빌붙으려) 현금을 안 갖고 다녔다는 미국에서의 유수시절의 가카, 화려하게 복귀해서 무려 7-4-7 비전과 4대강 운하를 파는 것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어 막대한 수익을 올린 물신숭배의 가카, 지금은 뺑끼통에 계시는 가카.  부인에 대한 지극한 사랑까지 정말로 많이 닮은 이 두 사람. 


여전히 익숙해지려고 노력하는 핀란드의 문체. 아직은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음을 여실히 느낀 책읽기.  내용이 별로 남은 것이 없을 정도로 마구 읽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동안 깊이 책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 같다. 쏜살문고의 의의랄까 굳이 찾자면 이렇게 obscure한 작품들을 잘 가져다가 책으로 만들어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 영국, 미국, 중남미 일부, 프랑스, 독일, 그리고 러시아 정도가 내가 속한 책의 세계의 지평이라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인도, 아프리가, 터키, 폴란드,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많은 곳의 책이 아직 미지의 frontier로 남아 있다.  


차라리 의역을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한국어번역의 제목은 그 욕망이 너무 raw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나는 뭐뭐 한다'가 유행하던 시절을 기억하는데, 혹시 이 무렵에 번역된 건지? 원제는 그보다는 훨씬 덜 자극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백만불은 저자의 포인트를 말하기 위한 오브제로 쓰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혼자서 운영하는 business를 백만불짜리로 만드는 걸 어떤 스탠다드로 봐야 한다는 것. 이에 비해 한국어는 직원이 없이 (one person) 10억을 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바, 이는 the million dollar one person business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현혹적이다. 백만불 비즈니스에서 순수한 이익을 나누지 않고 무작정 혼자 해서 10억을 번다니.  


이 책 역시 method를 배우고 가이드를 찾는 과정에서 추천을 받아서 읽었는데 다소 agree하지 못하는 지점도 있고, 일부 나의 철학과도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  다만 전체적인 자세로 볼 때,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좋은 niche market을 찾고, 자신의 skill과 역량을 극대화하며, 필요한 도움은 다른 전문가를 섭외해서 계약 base로 일하면 얼마든지 career에서의 자유도를 높이고 sustainable한, 아니 thriving하는 삶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오늘 끝낸 맨 위의 책을 보면서 이 책의 포인트에서 어느 것들은 기본적인 테제가 잘못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럿이 권하는 괜찮은 책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 저 맨 위의 책을 읽는 편이 더 낫겠다.  종종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거나 correlation을 causation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씀.


3월 8일, 여덟 권의 책을 이번 달에 읽은 것이 됐다. 권수도 독서의 질도 무엇도 다 중요한 나의 마구잡이 독서지만 언제나 '완독'은 중요하다. 불편한 걸 해내는 과정에서의 성장을 노린다면 제발 독서를 cheat하지 말기를.  발췌독을 해도 괜찮은 건 이론서나 공부를 위한 책, 가이드 같은 것들이고 대다수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발췌독을 하고서 '한 권'을 다 읽었다고 하면서 일년에 천 권이니, 삼년에 만 권이니 좀 하지 말자.  


오늘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abs/core 몇 가지를 하면서 쉴 예정이다.  맘이 내키지 않으면 너무 무리하지는 말자는 것이 운동에 있어서 나의 지론이다.  나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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