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를 읽다 보니 읽은 책이 마구 늘어나버렸다.  덕분에 긴 정리를 하는 것이 한참 밀린 것 같다.











































'한국무협총서'라는 시리즈는 조각조각 나버린 채 위의 책을 빼면 모두 절판상태로 보인다. 책이 금방 나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일단 나온 책은 시장에서 조금은 더 버텨줄 수 있었으면 한다.  용대운, 야설록 등 한국무협의 팬이라면 익숙한 작가들이 쓴 작품들인데, 가장 인상이 깊었던 건 임준욱 작가의 '촌검무인'이었다. 스토리구성이나 전개도 그럴 듯하고, 위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기연과 macro한 묘사에 의존하지 않고 잘 만든 것 같다.  아무리 유명한 베태랑 작가라고 해도 대본소 무협만화를 읽는 것과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기연과 잡설, 끝도 없는 무공의 상향평준화, 거기에 초식의 이름과 효과음에 의존한다면 문제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위의 작품들 중 '촌검무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다. '독왕유고'도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중국무협의 깊은 문학과 역사적인 서사의 맛도 좋고, 한국무협의 상대적으로 신선한 발상의 전환도 좋다. 너무 한 장르에 치우치는 건 뭘 읽더라도 지양되어야 하는 바, 가끔씩 무협지를 읽는 건 내 마음의 크기와 깊이를 넓게 하는 방편이 된다.































여기까지가 '질풍 론도' 이후에 읽은 책들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0'은 이다희 작가의 버전으로 무척 오랜 호흡으로 읽었다. 누구나 호불호가 있는 작가가 있는데 그 유명세와 위치 및 의미에 비해 이윤기작가는 내가 쉽게 친해지지 못한 작가이다. 이다희작가 또한 부전여전인지 책이 길게 읽힌다.  덕분에 무척 오래 붙잡고 한 권씩 읽어낼 수 밖에 없었다. 시작한 책이나 시리즈는 가능하면 끝내고자 하므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책의 종류나 독서의 목적에 따라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전체적으로 요즘처럼 그리도 사방에서 abuse될만큼 대단한 진리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책을 쓴 사람과 만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가 아닐까. 최소한 읽다 만 책까지 읽은 권수에 포함하는 마케팅에는 밥맛이 떨어지고야 만다.  'One Thing'은 focus를 중시하는 마음의 자세와 방법론을 얻기 위해 '추천'을 받아서 읽었고 그 뒤로 다른 책 한 권을 더 읽기는 했다. 일반적인 책읽기 말고도 그렇게 실용서적은 자투리로 하루에 딱 40페이지 정도만 읽는 것으로 대충 금년에는 20-25권 정도만 읽을 생각이다.  비록 실용서적이라고 해도 꽤 좋은 책들이라서 완독은 기본이고, 공부를 위해 줄을 치거나 페이지에 탭으로 표시를 하면서 읽는다.  최소한 좋은 자세를 꾸준히 갖기 위한 reminder라도 될 것 같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은 SF가 활발하고 덜 복잡하던 시절의 향수를 맛 볼 수 있는 하인라인의 작품이었고 이런 걸 포함해서 꾸준히 책을 내주는 '아작'에는 늘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빨강 별꽃'도 늘 실망하지 않는 동서 미스테리 문고의 책인데, 기기묘묘하고 소소한 책들을 많이 내주는 점이 고맙다.  '여름의 책'은 예쁘고 따뜻했으며 익숙한 서구유럽을 넘어 북유럽의 작풍이랄까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정적인 삶, 수행과도 같이 반복되는 일정한 패턴의 삶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더더욱, 그렇게 작게 모여서 사는 공간인 섬에 대한 동경이 있어서 더더욱.  '종이 동물원'은 표제작이 가장 훌륭했지만 다양하고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켄 리우는 참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무궁무진하게 써줄 것만 같다.


대충 이렇게 정리하고 마무리하기로 했고, 언제나 다음엔 좀더 잘 써보겠다고 다짐해본다.  책읽기는 여전히 즐겁기 그지 없으나 쓰는 건 점점 퇴보하는 느낌.  권수라도 붙잡고 발악해야 할 것 같은 독서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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