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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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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이 인기를 끌었었다. 이 책의 인기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번째 방증이요. 두 번째는 우리 사회에서 내성적인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것을 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 성공에 목 말라하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내 기억 속에 이 책은 그렇게 좋은 책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내성적인 사람들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책이었기는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성공을 위해서는 외향적인 사람들의 특성을 본 받으라는 식으로 끝을 맺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게 해석하면 내성적인 성격에 외향적인 성격을 더하면 더 성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내 눈에는 결국 성공하기 위해서는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내성적인 성격, 당신 성격에 결함이 있어라는 것 같았다.

 

이것은 사회적 분위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외향성을 찬양하고 추구하는 사회에서 내향성 내성적인 성격은 단점이고 결함이다라고 함부로 정의하는 것 같았다. 사람 저마다의 성격과 개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어떤 성향을 일방적으로 추구하고 강요하는 사회. 그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폭력이지 않을까?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특정 성격을 열광적으로 추구하는 듯하다. 내향성인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없고, 사람들을 보고 외향적인 사람이 되라고 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이런 사회에서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런 사회에 적응하고자 "내성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을 찾았던 것은 아닐까?

 

이런 사회적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가장 외향적인 나라라는 미국에서도 자신의 내향성이 외향성 사회적 분위기에 맞지 않아서 힘겨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 들어간다.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전환했고 "결코 회복하지 못할 개인적 불안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다."는 문화역사가 워런 서스먼의 주장을 인용한다. 이런 현상의 대표적인 증거가 데일 카네기의 부상을 꼽는다. 그가 만들어낸 '자기계발'에 대한 추구 문화는 성공과 미래에 대한 개인적 불안을 그대로 반영한다. 앞에서 말한 책의 제목에 성공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는 것.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이 그 책에 열광했던 이유.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면 워런 서스먼의 주장에 공감이 간다. 개인적 불안에 휩싸여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그런 슬픈 현실의 반영이다.

 

성격의 문화로 변하면서 개인적 불안에 성공과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외향적 사회로의 변화는 외향적이지 않는 내향적인 사람에게 커다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외향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내향성이 가진 힘의 가치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혼자 있을 때 '의도적 연습'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의 도약지점이나 아니면 더 큰 성장의 기회는 '의도적 연습'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교적이라 혼자 지내지 못하는 십대는 재능을 개발하지 못한다."라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 보편적으로 확신되었던 열린 사무공간에 대해서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원래 열린 사무공간은 외향성 사회의 반영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생산성 향산을 위해서 도입된 공간배치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생산성 저하와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을 초래한다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개인 공간이 창의성에 필수라면, '동료 집단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역시 필수다."라고 한다.

 

이 책에서 제시된 이야기 중에 열린 사무공간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브레인스토밍에 대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브레인스토밍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이 책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면서 브레인스토밍의 단점을 드러낸다. "과학적 근거를 보면 기업 사람들이 집단으로 브레인스토민을 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다. 재능 있고 의욕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창의성이나 효율이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는 혼자서 일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심리학자 에이드리언 퍼넘의 주장을 인용한다. 집단지성을 활용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에도 개인의 창의성 별현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먼저 선행되어야 그 효과가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외향적인 성격, 내향적인 성격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구분은 의미가 없음을 보여준다. 내향적인 사람들 중에도 외향적 사람 못지 않은 성격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외향적이나 내향적이냐의 구분보다는 개인이 추구하는 어떤 특정한 목표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런 특성들을 뛰어넘는다고 한다. 자유특성이론이라고 불리는 것에 의하면 "우리는 특정한 성격 특성을 타고나거나 문화적으로 함양되지만 '개인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를 위해 거기에서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화면에서 그렇게 웃기는 코메디언이지만, 집에서는 과묵하거나 조용한 성격을 보이는 사람들이나 무대 밖과는 다른 전혀 성격을 보여주는 내향적인 사람들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이유가 바로 자유특성이론으로 알 수 있다. 이것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굳이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무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넘어서는 행동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서 그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내향적 성격에 대한 이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 만큼 지금 사회는 외향성을 강요하고 개인적 불안을 자극해서 자기계발에 맹목적으로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목표가 스펙 쌓기가 되어 버린 현실을 보노라면 우리사회에 만연한 개인적 불안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기성세대들은 "성격의 문화"를 너무 맹목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삶의 여유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능력이다. 개인적 불안이 너무나 커서 타인에게 작은 시선조차 주지 않은 냉혹한 현실이 너무나 커지는 것 같다. 맹목적으로 스펙을 쌓기 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삶의 목표를 고민하고 인생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그리고 개인적 불안을 강요하기 보다는 언제든 네가 자기만의 핵심 프로젝트를 찾아서 몰두 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할 수 있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향성과 외향성의 구분하고 그것의 장단점을 파악하기에 앞서 개인적 불안을 희석시킬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또는 사회적 여유에 대한 생각의 전환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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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09: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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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플라이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멀티플라이어 - 전 세계 글로벌 리더 150명을 20년간 탐구한 연구 보고서 멀티플라이어
리즈 와이즈먼 외 지음, 최정인 옮김, 고영건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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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추구하는 리더십의 방향은 시민의식의 성장과 함께 변해왔다. 계급사회에서는 권력의 막강한 힘에 좌지우지 되는 형태의 리더십이 그 사회를 지배했다면 시민의식의 성장하면서 그런 리더십은 점점 힘을 잃어간다. 단순히 시민들을 힘으로 억압하는 전 근대적 리더십은 시간이 갈수록 저항을 불러 일으키고 결국에는 무너졌다. 시민의 힘에 의해 무너진 절대권력형태의 리더십은 이후 새로운 형태의 권력과 리더십을 탄생시키지만, 이름만 바꾼 형태의 폭압적인 리더십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관성이라고 해야할까? 자유와 권리를 스스로 향유하지 못하는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과거에 대한 향수가 그런 리더십을 반복해서 생산해 낸다. 그 시절을 좋았다고 스스로 자위하면서 만들어내는 폭력으로의 복종은 미래 지향적인 리더십의 탄생과 시민들의 주인의식과 자주성을 심각하게 약화 시킨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 사회의 리더십은 그 사회의 시민의식을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십의 교체과정에서 일어나는 역사적 후퇴와 전진의 반복은 시간의 흐름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시민의식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여전히 누가 대통령이 되면 다해주실꺼야 하는 식의 전근대적 노예의식이 사회에 그대로 남아서 발현된다. 사회의 다변화와 함께 이루어지는 복잡성의 증가는 과거와 같이 한 명의 리더십이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는 한계를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한 사람의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리더십의 형태는 권력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 복종적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들은 아직 전근대적 시민의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TV나 신문을 보면서 잠시 권력자들의 부패를 욕할 뿐, 나중에는 결국 그런 부패한 권력자들의 또 다른 클론들을 여전히 사랑한다.

 

우리 사회는 유교적 관념이 강한 탓에 아래로 부터의 리더십보다는 위로 부터의 리더십을 더 추종하는 것 같다. 거기에 남자들의 경우 병역의 의무라는 것이 더해지면서 군대에서 익힌 계급사회의 논리를 사회에 그대로 답습해 보여준다. 상명하복의 리더십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리더를 평가할 때 카리스마라는 것에 상당히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통령의 권위를 문제 삼아서 비판하던 정당의 행태를 보면, 우리사회에 남아 있는 계급적 리더십에 대한 향수나 추구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세상은 계급적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수직적 리더십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시민의식의 향상과 함께 각 개인들이 가지는 주체의식 또한 향상되면서 권이나 계급적 리더십에 굴복하기 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낸다. 이런 상황에서 수직적 리더십은 조직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한다. 리더와 구성원 간의 갈등 소지가 높다. 수직적 리더십의 한계에 직면한 현재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수평적 리더십에 주목한다. 공감을 기본 바탕으로하고 있는 수평적 리더십은 수직적 리더십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해결함과 동시에 인터넷을 발달로 탄생한 집단지성의 활용을 더 쉽고 유용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멀티플라이어"는 넓게 보면 수평적 리더십의 한 형태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멀티플라이어와 디미니셔라는 두 형태의 리더들을 두고 비교를 한다. 멀티플라이어가 수평적 리더십의 리더라면 디미니셔는 수직적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 두 리더형태의 비교를 통해서 저자는 멀티플라이어 즉 수평적 리더십의 장점과 특성을 나열해서 보여준다. 여기 나오는 멀티플라이어 인물들과 사례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멀티플라이어들 즉 수평적 리더십의 특징들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식으로 자신의 리더십을 키워야 되는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의 그러한 내용들 보다, 책의 처음에 감수자의 글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 글을 통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나 통념들이 조금씩 무너진다. 지능이 높은 사람 중에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노벨상과 지능지수와의 관계는 전혀 상관 없다는 자료 그리고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들 중에는 미국의 명문대 출신이 6명에 불과하다는 자료들은 공부만 잘하면 그 사람의 다른 재능이나 능력까지 최고로 취급하는 우리의 정서에 커다란 충격을 던질만한 내용들이다. 즉 머리가 좋다는 것, 학벌이 뛰어나다는 것이 결코 학문적 성취나 사회적 성취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명의 천재가 몇 만명을 먹여살린다고 주장했던 제왕적 리더십의 대표적인 모 기업의 총수의 말이 왜 헛소리인지는 이런 자료들이 충분히 증명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수평적 리더십, 그 중에 멀티플라이어라는 기질에 대한 분석과 찬양이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각해 이 책을 읽는다면 지독한 학벌사회인 우리 나라의 어두운 단면을 다시 보게 만든다. 지능이나 학벌이 미래의 그 사람의 리더십이나 재능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곳곳에 증명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는 학벌을 숭배해 마지하지 않는다. 이런 숭배가 만들어낸 억압적인 문화가 수평적 리더십의 발현을 막고 멀티플라이어가 자라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몇 번의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통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의 큰 성취와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평적 리더십의 발현을 막고 학벌과 물신으로 계급을 나누고 당연시 하는 형태가 깨지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한 리더십의 후퇴와 함께 사회의식의 후퇴까지 만들어내지 않을까? 한 명의 천재는 몇 만명을 먹여살리지 않는다. 한 명의 천재는 몇 만명의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수 만명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이게 우리가 추구해야할 리더십이고 인재다. 학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우리 사회에서 과연 그런 천재가 꽃을 피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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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1 0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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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
아비지트 배너지.에스테르 뒤플로 지음, 이순희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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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인간들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 그래서 어떤 선택의 순간이 오면, 다른 어떤 조건들보다 먼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을 선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게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이 서로의 이익에 부합하는 어떤 사항이 있으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거래라는 것을 하게 된다. 그런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우리는 시장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고 한다. 이기적인 인간들의 이익 추구, 흔히 이것이 인간 사회의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라고 들 말한다.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정의는 시장경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이런 식의 사고 관념을 가지고 어떤 이해관계와 경제적 문제를 바라보는 잣대가 된다.

 

그런데 사회가 돌아가는 현상을 살펴보면 결코 인간의 수 많은 행위들이 이기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인간의 행위라고 보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곳이 정치라는 영역이다. 시민들이 행하는 이상적인 정치적 행위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기적인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서민들은 진보정당을 지지하고, 지켜할 재산이 많은 계층은 보수 정당을 지지할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 선거가 치러지는 결과를 보면 서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역선택을 한다. 뿐만 아니라 복지 정책에 대한 찬반 대립할 때 그들은 자신의 이득을 포기하고 기득권의 논리를 지지한다.

 

이런 이율 배반적인 행위를 하는 인간의 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분석들이 난무한다. 극단적인 사람은 '국개론'이라는 것을 앞세워 이런 현상을 단순하게 설명하려 한다. 아니 그것이 아니고는 특정 계급의 이율배반적인 행위를 설명할 수 가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 한다는 가장 단순한 경제 논리로는 전혀 설명 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으니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데 어떤 현상을 분석하는 보편적인 방법이나 이론이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지 우리는 의심한 적이 없다. 다수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이론과 방법, 그리고 그런 방법과 이론이 일반 대중들에게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각 지역의 고유 언어 흔히 말하는 사투리를 무시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는 식으로 표준어를 강제한 것처럼, 경제학에서 말하는 보편적인 인간과 이익이라는 것은 특정 계층, 즉 중산층 이상의 논리를 강제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특정 계급의 이율배반적인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뿐만 아니라, "경제학 분야에서도 '빈곤의 경제학'은 경제학의 빈곤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가 가진 것이 적다는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의 경제적 현실에 흥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그들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조차 너무나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결국 이율배반적 행위에 대한 "국개론" 같은 극단적인 분석은 공감의 빈곤, 관심의 빈곤으로 만들어진 그들에 대한 몰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노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은 몰 이해에 대한 대표적인 형태가 아닐까? 박원순 서울 시장이 노숙자를 위한 온돌방이나 스마트폰 보급 정책 같은 것에 대한 반발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들이 왜 그런 생활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을 정상적인 생활로 돌려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보다는 도덕적 해이를 거론하면서 무조건 적인 퍼주기로 규정한다. 하지만, 노숙자들에게 어떤 계기만 있으면 다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을 그들은 무시한다. "빅 이슈"는 바로 노숙자에 대한 시선과 정책이 어때야 하는 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노숙자들도 충분히 어떤 계기와 여건이 마련 된다면 자활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런 문제의 접근함에 있어서 그 책임 소재를 이미 문제의 당사자, 즉 개인에게 모든 것을 돌려놓고 시작한다. 노숙을 할 수 밖에 없는 그 사람의 주변 환경을 비롯해 제도적 문제들을 전혀 보지 않는다. 단순히 너의 책임이고 너의 잘못이다고 말할 뿐이다. 돈이 돈을 벌고, 부모의 재력이 학생의 성적을 좌우하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 개인의 책임 소재를 넘어서 사회적 책임 소재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인 정확히는 모르겠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가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사회와 제도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을 인식 못하는 것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이런 인식의 한계는 결국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올바른 해결책에 대한 접근을 방해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단순하게 "가는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식으로 접근해 버린다. 이 속담이 만들어진 시대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적 환경 변화는 무시하고, 단순하게 지원을 받는 사람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만 접근하게 된다. 결국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의 실행보다는 소모적인 논쟁만 난무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그 소모적 논쟁의 중심에 있는 핵심 이해당사자는 빠진 채, 주변인들이 나서서 그들의 논리로 논쟁한다.

 

이 책은 주변인들의 논리를 거부하고 이해당사자 그들의 입장과 논리로 경제적 문제에 접근한다. 흔히 말하는 보편적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경제적 행위와 선택에 대해서 진정한 이해와 공감의 길로 안내한다. 그 동안 빈곤했던 빈곤의 경제학의 힘찬 첫 걸음이라고 해야 할까?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의 환경과 처지에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경제적 선택과 논리에 대해서 섬세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힘있는 다수가 장악했던 이론과 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편견을 조금씩 깨뜨리면서 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이런 접근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선택 논리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라는 저자의 주장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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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빛연어 2012-07-22 01:38   좋아요 0 | URL
급하게 리뷰를 마무리하다 보니 깜박했습니다. 죄송^^;
 
[인사이드 애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인사이드 애플 Inside Apple - 비밀 제국 애플 내부를 파헤치다
애덤 라신스키 지음, 임정욱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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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 커다란 자산이다. 브랜드 하나는 수 많은 마케팅 비용 이상의 효과를 낸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는다. 이런 지지와 신뢰는 바로 그 기업의 이익과 바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경쟁 기업들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은 자신이 가진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수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붙는다. 하지만, 아무리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고 해도, 모두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기업이 의도한 브랜드와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의 가치가 일치해야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추종하지만, 기업의 의도와 소비자의 속내는 쉽게 일치 시킬 수가 없다. 하나의 문제을 두고 서로 다른 관점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서로 일치하는 합의점을 쉽게 찾을 수 없는 것처럼.

 

애플이라는 기업의 브랜드는 좀 특별한 것 같다. 이 기업의 브랜드는 기업의 의도와 소비자들의 기호가 일치하는 브랜드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의 브랜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CEO와 동일 시 된다. 그래서 CEO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좌우한다. 보통 이런 식으로 구축된 브랜드는 열광적인 지지자들을 많이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CEO에 모든 역량과 관심이 집중되게 된다. 만약 그 CEO가 기업을 떠나거나 갑작스러운 부재 상황이 온다면, 지금까지 구축했던 그 기업의 브랜드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스타 CEO가 있는 기업들은 그 CEO가 있을 때는 반짝 기업의 실적이 상승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CEO가 그 기업을 경영할 때는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의 사후 애플이라는 기업이 어떻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지 않을까?

 

그만큼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은 강력했으며, 애플이라는 기업은 스티브 잡스와 동일 시 되었다. 뿐만 아니라 스티브 잡스 외에는 애플이라는 기업에 대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보니, 잡스의 부재는 곧 애플의 위기가 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쉽게 지울 수가 없는 상황이다. 스티브 잡스가 전면에 나서면서 애플이라는 기업 자체는 너무 가려져 버렸다. 그 만큼 애플은 비밀스러운 기업이고, 잘 분석되지 않는 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인사이드"라는 이 책은 비밀스러운 기업 애플의 내부를 향해서 접근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결벽증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스티브 잡스의 열정 때문이라고 해야할까? 이 책에서 보여지는 애플이라는 기업은 스티브 잡스를 위해서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거대한 유기체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기업이 거대하면 그 기업 내부의 다양한 구성원들 만큼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 움직임이나 갈등들이 상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이런 갈등의 구조가 생겨날 수 없는 형태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강력한 독재자가 철권통치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애플이라는 기업에서 스티브 잡스는 첫번째 권력자이고, 애플은 스티브 잡스 자체였다. 그 만큼 강력하게 기업 조직을 장악했고, 기업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이런 기업구조나 정책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서 더 많이 분석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잡스의 사후에 나온 월터 아이작슨 책 "스티브 잡스"를 읽은 사람이라면 그 속의 잡스와 애플의 모습이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그 만큼 잡스의 철학과 의도 그리고 그의 무시무시한 편집증까지, 즉 잡스는 자신의 DNA를 애플이라는 기업에 잘 이식시켜 놓은 듯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잡스 시대 애플에 대한 기록이다. 애플이라는 기업에서 묻어나는 잡스의 자취들까지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지금 애플의 CEO 팀 쿡인데 애플이라는 기업에 남아 있는 잡스의 DNA는 너무 강력하다. 이것이 장점이 될지 단점이 될지 지금 당장은 평가할 수 없다. 이 책 또한 애플이라는 기업의 내부를 통해서 쉽게 애플의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이 책은 잡스의 전기처럼 저자는 잡스 시대의 애플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 같다. 애플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잡스 시대 애플에 대한 기록은 지나간 역사를 정리하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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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1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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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커다란 충돌 경향은 안 보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선거는 세대 충돌의 장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기성세대는 보수적 성향을 정치적으로 강하게 표현한다면, 젊은 세대는 진보적 성향을 강하게 표현한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많은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는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서 보수적 성향을. 아직 가진 것이 없고 사회 문제에 강하게 저항하는 젊은 세대가 진보적 성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시민의식이 성숙해서 우리사회의 세대충돌은 선거라는 장을 통해서 표현되는 수준이지만, 경제적 문제에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의 불만은 앞으로 어떤 형태로 표현될지 알수가 없다. 유럽의 젊은이들 처럼 사회체제에 저항하는 형태로 나올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어떤 사회나 기성세대가 먼저 장악한 정치, 경제 시스템 속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는 적다. 기성세대의 평안을 위해서 젊은 세대의 부를 끌어다 쓰는 형태의 제도와 시스템이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사회 시스템을 변경시키지 않으면 세대충돌은 강하게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미국의 문제에 대해서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급속하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사회과학에서 파생된 학문이다. 간단하게 사회과학이란 이미 발생한 어떤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예언적 학문이 되어버렸다. 발생한 사건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예측을 하는 주요한 도구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그런 예측들이 거의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열에 하나만 맞어도 그 사람을 추종한다. 마치 대단한 예언자인 것처럼.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간의 성향을 그대로 보인다고 할까?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틀릴 확률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그들이 그 예측을 할 때 써먹는 논리와 학문적 자료. 그 실체를 알아야 한다. 증명된 적이 없는 낙수효과를 신앙처럼 퍼트리는 보수경제학자의 헛소리와 민영화가 마치 대단한 개혁인 것 처럼 떠드는 소위 전문가들과 관료들의 헛소리에 속지 않기 위해서. 이 책은 그런 경제학이 잘못된 실체를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되는 책이다.



 사람을 많이 상대하면 할수록 더 쉽게 이해하고 다가 갈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더 어렵다. 자주 만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패턴이나 특성에 쉽게 익숙해져서 친밀하게 느낄 뿐 아니라 예측하기도 쉬워진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맞냐고 생각할 정도로 예측치를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결코 이성이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는 생각의 오류는 이성과 논리를 뛰어 넘는다. 그로 인해서 우리는 커다란 실수를 종종 저지른다. 어떤 경우는 이런 오류를 알고도 저지른다. 스스로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면, 최소한 스스로가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어야 큰 실수를 덜 저지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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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7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빛연어 2012-07-09 16:10   좋아요 0 | URL
키치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