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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사람들은 장난삼아 무엇인가를 사고 싶은 욕망이 강해지면, 흔히 지름신이 왔다라는 우스게 소리로 그 감정을 표현한다. 자신이 억제하지 못하는 소비 욕망을 절대자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표현해,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소비 욕망을 자신도 쉽게 주체할 수 없음을 표현한다. 그 만큼 내면에서 일어나는 내적 욕망은 자기 절제만으로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내적 소비 욕망 뿐만 아니라 다른 것으로도 자기 절제를 향한 개인의 노력은 언제나 쉽지 않다.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자기 계발서들은 자기 절제의 힘을 강조하면서 성공을 위해서 자기 절제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천사와 악마가 나와서 내적 갈등을 겪는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만화 속 주인공들 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욕망과 자기 절제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절제로 자신의 욕망을 억누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억누라고 말한다. 그래야 성공한다고. 성공이라는 더 큰 욕망을 앞세워서 절제하지 못하는 개인의 탐욕스러운 욕망을 억누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의지력이라는 것이 무한하지 않다고 한다. 인간의 의지력은 고갈되며, 의지력이 고갈되면 더 탐욕스럽게 변한다고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는 불굴의 의지력으로 체중감량에 성공하지만, 어느 순간 원래 체중으로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바로 의지력 고갈현상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지력 고갈을 반복하면 결국에 자기절제의 힘마저 잃는 경우가 생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더 큰 체중 증가를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의지력 고갈의 폐해라고 할 수 있다.
의지력이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의지력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지력의 고갈이라는 현상을 무시하고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과대 포장해, 내가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사람을 현혹 시키는 것이다. 내적 욕망은 나쁘고, 자기 절제는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접근이 자기 절제를 위한 의지력의 찬양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욕망은 나쁜 것이고 억눌러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 우리는 욕망의 깊은 곳을 정면으로 보지 못한 것을 아닐까? 욕망을 단순히 좋은 것이라고 찬양만 하는 것도 나쁜 것이지만, 우리의 내적 욕망의 본질을 알아야 의지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단순한 접근법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을까?
욕망의 본질에 대한 접근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소비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욕망을 접근한다. 그리고 저자는 인간의 소비 욕망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분석해 소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본능"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저자는 '생존', '번식', '혈연선택', '호혜성'이라는 네가지 진화론적 관점으로 소비현상과 욕망을 풀어낸다. 처음에 읽다보면 이런 접근이 너무나 단순한 접근법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을 진화론적 관점으로 단순하게 풀어내는 것을 쉽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들은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다. 이것이 절대적인 이유라고 강하게 단정하지 않는다. 이런 경향이 크다고 주장하며, 이런 경향이 큰 이유는 바로 진화론적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많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지만, 사회학에서 진화론적 관점이 배제되고 있는 현실을 상당히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진화론이라는 관점을 통해서 대다수의 소비현상을 설명하고 있지만, 진화론적 관점이 통섭이라는 현대 학문의 흐름에 중요한 역활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 저자의 격한 감정이 드러나는 부분이 보인다. 종교와 자기계발에 관련된 부분을 비판하면서 글 속에서 상당히 격한 감정을 보여준다. 진화론을 공격하기에 바쁜 종교 단체를 향한 공격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종교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진화론에 대한 자신의 확실한 믿음을 표출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다른 부분과 다르게 저자의 감정이 너무 솔직하게 드러나서, 저자의 자신의 연구에 대한 확신이 더 재미있게 다가오게 만든다. 진화론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이 부분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은 소비에 대한 진화론적 접근을 다순하면서도 쉽게 설명해 준다.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며, 그의 설명이 유쾌하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소비본능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고, 단순히 소비자의 입장에서라면 자신의 소비 본능에 대해서 정당한 이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단순히 절제해야 될 욕망이 아니라 우리 내적으로 가지고 있는 진화론적 본능과 요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이유를 가지고 자신의 무절제한 소비를 정당화해서는 안되겠지만... 하지만, 무엇보다 신선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책이 생물학의 영역에서 크게 머물러 있던 진화론적 관점을 사회학적 영역으로 끌어 왔다는 것이 아닐까? 학문의 통섭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 결과물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이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