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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경제학자 멜서스는 자신의 저서 "인구론"을 통해서 머지 않아 인류가 식량 부족 사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구 증가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에 비해서, 식량 생산 증가 속도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했다. 폭발적인 인구증가 속도에 비해서 식량생산 증가가 그것을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식량 부족 사태는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지금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던 식량 생산량의 증가 속도는 인구 증가 속도를 뛰어 넘었다. 지금 현실은 식량의 부족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빈곤이 존재할 뿐이다. 멜서스가 세웠던 기본 전재의 오류로 인해서 그의 주장은 결국 터무니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인구와 식량의 상관관계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했던 그의 시도는 충분히 존중 받을 만하지 않을까?
경제적 현상을 인구 상황과 관련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는 많다. 인구의 고령화에 대한 연구도 그렇고,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접근 또한 인구 구조의 변화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고령화에 대한 문제는 경제적 문제를 넘어서 다른 사회적 문제까지 내포하고 있을 정도로 복잡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상은 단순히 인구 구조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의 경우 경제의 수요 법칙을 적용해 단순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동산 폭락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의 경우 인구 구조를 그 중심에 두고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예측하고 있다. 상당히 많은 거품이 있지만, 폭발적인 수요에 의해서 치솟았던 부동산 가격은 수요 인구의 감소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거품이 너무나 많이 낀 현실에서 젊은 세대의 경제력으로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을 뒷받침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반대 측에서도 인구 구조 변화를 바탕으로 반박한다. 중대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 들것이라고 그들도 동의는 하지만, 1인 세대의 증가로 인해서 소형 부동산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구 변화에 대한 수요의 변화, 즉 중대형 부동산에서 소형 부동산으로 수요만 변화할 뿐 부동산 시장에 대한 침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지금 어느 쪽이 맞다 틀리다라고 쉽게 단정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인구구조의 변화는 경제의 다양한 변수 중에 하나일 뿐이다. 저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부여할 뿐 그것에 모든 가치를 부여해 경제 현상을 설명하지 않는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심리와 유동성이라는 관점에 더 가중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요즘 같이 경기가 침체 일 때는 소비심리를 개선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서 경기를 활성화 시키려고 경제학자들이나 정책 당국자들은 노력한다. 거기에는 인구 변화에 대한 의미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다. 인구 변화라는 것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일어나는 변화로 그로 인한 현상을 쉽게 예측하거나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미래보다는 현실의 삶에 급급한 사람들의 심리 또한 한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인구 변화에 대해서 가장 큰 가중치를 부여하고 경제 현상을 설명한다. 그는 각 나라의 경제성장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경제 발전의 초기에 즉 베이비 부머들이 학교에 들어갈 시기에 집중적으로 인프라가 투자되면서 경제 성장의 기틀이 마련되고, 그렇게 마련된 경제 성장의 기틀을 바탕으로 교육 된 인력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그 동력으로 경제 성장을 급속하게 진행되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경제의 주력이 된 베이비 부머들이 왕성한 소비는 경제에 연료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한 가지 주장을 한다. " 2007년까지는 베이비부머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소비를 위한 '연료'가 필요했고 그 연료가 바로 신용, 즉 빚이었다. 신용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는 산업은 놀라울 정도로 늘어난 신용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적정 수준 이상으로 가동되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신용 버블은 수요를 증가시킨 원인이 아니라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나타난 결과였고 따라서 베이비부머들의 수요가 정체되면서 저절로 꺼지기 시작했다." 즉, 신용 버블은 가장 왕성한 소비를 할 시기에 들어선 베이비 부머들의 소비에 대한 수요 때문에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저자의 관점은 지금 시행되고 있는 수 많은 경기 부양책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의 바탕이 된다. 아무리 유동성을 확대 공급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서 소비 심리를 띄운다고 해도, 경제에 활력을 부여할 큰 축인 소비는 쉽게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장 왕성한 소비를 하던 베이버 부머들의 은퇴시기가 다가 오면서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 일 수 밖에 없는 시기가 오는데, 유동성을 확대해서 인위적으로 경제를 부양한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일시적으로 경기가 소비가 회복되고 경기가 살아난다고 하더라도, 향후 소비 감소로 인한 경제 침체는 필연 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현실의 작은 변화에 대해서 정책 당국의 개입으로 어느 정도 변화를 줄 수는 있지만, 미래를 보는 큰 관점에서는 인구의 변화에 따라서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적 경제 상황과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이끌 중국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인다. 과잉 투자된 인프라와 중국의 인구정책이 만들어낸 인구 구조의 변화는 중국이 가지고 있는 경제 성장 잠재력의 한계를 설명한다. 대신 인도를 주목한다. 앞으로 중국의 인구를 뛰어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인도의 인구 증가 속도는 중국을 뛰어 넘는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인구 구조가 경제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도 책에서 보여준다. 단순히 인구가 많다고 해서 성장 잠재력이 큰 것이 아니다. 비슷한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더라도 서로 다른 경제력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서로 다른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구 구조의 변화는 그 나라의 경제 발전에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주장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그렇지만, 체계적인 논리의 전개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멜서스가 인구론에서 했던 주장이 그 당시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지만 나중에 그의 전재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그가 틀렸다는 것이 증명 된 것처럼, 이 책의 저자의 주장이 지금 상당한 설득력을 갖지만, 후에 틀렸다는 것이 증명될지도 모르겠다. 그 만큼 인간 사회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많고, 어떤 것을 주장하기 위한 전재조차도 너무나 다양한 논리와 설득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를 개선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려는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저자가 주장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지도 모른다. 경제 성장에 집착하는 지금의 풍요로운 경제를 넘어서 삶의 질을 더 중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사회변화나 현상에 대해서는 끊임 없이 주목해야 할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 많은 요인들 중에서도 장기적이면서도 큰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가장 큰 힘이 바로 인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