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사회 - 우리는 왜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
볼프강 라인하르트 지음, 김현정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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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결코 음모론의 신봉자는 아니지만, 사실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은 조작되어 있고 포장되어 있으며 오해되고 있다. 거짓말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진실이 아닌것' 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거짓말 속에 둘러싸여 사는 셈이다. 이 책 <거짓말 하는 사회>는 우리를 둘러싼 거짓말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부터 논하기 시작한다. 

논의는 여러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정치, 경제, 미디어, 일상생활, 심지어는 학문까지도!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거짓말은 명시적으로 진실에 반하는 것을 말함 뿐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은폐하거나, 소극적으로 일부러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거나, 사실 그대로의 어떤 면을 부각시키거나 혹은 없는 부분들을 덧붙이거나, 여러 종류의 포장으로서 그 본질의 오도를 유도하는 것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현대 민주주의 정치사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주권주의라는 것은 현대와 같이 거대국가 하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말뿐인 환상에 불과하고, 통계는 숫자에 대한 우리의 맹신을 바탕으로 얼마든지 교묘하게 조작될 수 있으며 (본문에 나오는 네덜란드의 실업률 통계가 대표적인 예이다) 광고를 비롯 각종 영상매체를 쏟아내는 미디어는 거대한 거짓말 생산처이고, 학문적 주장에 따르는 근거는 일부 사실을 누락시키거나 해석을 달리함으로서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 심지어는 우리가 가볍게 나누는 인사마저도 거짓일 경우가 많다. '잘 지내십니까?'라는 인사에 '잘 지냅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 중에서 얼마나 되는 사람이 정말로 잘 지내고 있어 그리 대답하겠는가? 대부분은 잘 지내고 있지 않아도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렇게 말할 것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렇게 말하니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란 거짓말로 굴러가는 거대한 거짓의 합체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실 저자의 주장도 그렇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거짓의 실체를 아낌없이 밝혀내던 저자는 그 질문에 대답하며 자신의 본래 의도를 마지막 장에 가서야 드러내는데. 그는 '눈을 뜨고 진실만을 추구하라'는 어쩌면 종교적일 수도 있고 또는 선동적일 수도 있는 결론을 맺는 대신, 진리와 거짓을 비교하며 특히 거짓말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과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에 시선을 돌린다. 거짓에서의 완벽한 탈피를 꿈꾸기 보다는 진실과 거짓의 조화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의 해악들에서 우리 자신을 지켜나가기 위하여 거짓에 대한 주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드러난다. (정확한 문구는 아니다)

'우리는 진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거짓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다. 그럼으로서 거짓을 제거할 수 있다.'

저자의 이와 같은 태도는 진리를 찾아내기 위하여 진리 아닌 것을 밝혀내는 것이 철학의 과제라는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진리를 찾아내기 위하여 거짓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하는가? 

책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흥미진진한 구석을 많이 포함하고 있고 실례를 많이 들고 있지만 동시에 그리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우선 한국의 독자로서 잘 알지 못하는 현재 독일과 유럽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예로 들고 있는데다 , 다소 이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논의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주로 처리가 되어 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의 경우에 어느정도 배경지식이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결론이 다소 모범답안스럽게 또 너무 조심스럽게 표현되어 있는 점이 아쉽지만, 어떤 부분의 지적은 꽤 날카롭다. 특히 현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 사상의 환상에 대한 논의는 평소 나의 생각과도 어느 정도 일치되면서 나의 생각보다 물론 훨씬 더 정리가 잘 되어 있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것 같은데, 이 책은 거대조직의 음모론을 이야기하거나 소리높여 개선 혹은 혁명을 요구하는 책은 결코 아니며 이 책은 그런 점이 한계이지만 또한 장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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