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개념정원 개념어 시리즈 1
서영채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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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전문적인 입장에서 쓴 개론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대학강의 교재같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분야의 이론을 접하기에 대학강의 교재만한 것이 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학강의 교재는 계속 그 분야의 이론을 접할 사람들, 그 분야이론을 업으로 공부할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였기 때문에 종종 다음 코스를 더 배워야 함을 전제로 해서 쓰인 단락들과 강사나 교수의 설명으로 해설이 반드시 되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굳이 말하자면 대학교재에서 개론이란 기초를 쌓는닫는 의미라, 입문이나 교양으로 이론을 접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대학교재는 상당히 난도가있는 입문서인 셈이다. 물론 입문이나 교양이라 할지라도 '인문학 개념강의' 정도에서 다뤄지는 개념을 더 심도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독서가 필요하겠지만, 필요에 의해 대학학부전공과는 다른 이론을 독학으로 접해야 되는 입장이 되니 대학교재의 높은 벽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다루는 개념들이 얄팍하지는 않다. 사실 이 책 정도는 가볍게 읽어 대충 느낌만 잡고, 원전이나 독학이든 강의를 듣던 더 공부를 해야 하는 개념들이 대부분이다. 사실 저자의 개념해석이 얼마나 옳은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쟁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굳이 이 책의 성격을 말하자면 교양과 기초쌓기의 중간에 위치해 있지만 '교양'쪽이 조금 치우쳐 있다는 느낌? 교양인문학으로 추천되는 책들과는 그런 점에서 조금 궤를 달리 한다.

 

이 책의 장점과 단점은 그런 면에서 동전의 양면 같다. 이해가기 용이하고, 폭넓은 개념을 접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이 책에 담긴 개념의 깊이가 만만치 않는 고로 논쟁이나 수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는 게 단점. '개념정원'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 정원이란 집에 속한 부분이되, 집 안에 존재하진 않는다. 대문을 통과해야 하지만, 현관문을 들어설 필요는 없다. 딱 그 정도의 책이다. 아주 사려깊고, 저자의 신중함이 엿보이는 제목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아쉬움이라면, 이 책이 특히 뒷부분에서 각 소제목간의 연결이 부실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앞부분이 개념정원다운, 인문학 개념들을 소개 정리하는 일종의 교양 입문서 같은 느낌이라면 뒷부분은 저자의 진짜 흥미가 드러나는 충실한 그러나 사적인 내용이다. 뒷부분은 자유로운 추론과 저자의 깊은 이해가 흥미롭게 날아다니고, 전자는 역시 접하는 입장의 저자가 꼼꼼히 정리한 필기 노트 같다. 그래서 앞부분에 대해서는 보충을, 뒷부분에 대해서는 논쟁을 하고 싶은 기분이다. 물론 내가 필요했던 부분은 앞부분이라 그리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자의 글솜씨는 아주 좋다. 역시 올해 읽은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와 비교한다면 물흐르듯 읽히는 것은 '푸코...'지만 정리가 잘 되는 것은 '인문학 개념정원'이다. (강의록을 정리해놓은 책과 처음부터 읽히기 위해 쓰인 책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두 책 모두 매우 추천할 만하며 - 물론 전공자나 전문가 입장에서는 충분히 반론이 있을 만하다 - 전문가나 전공자가 아닌데 해당 분야를 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고 이해하기에는 아주 편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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