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우울 -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우울의 모든 것
앤드류 솔로몬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문가가 아닌, 일반(?) 작가가 쓴 우울증에 관한 책이라... 솔직히 반쯤은 도박을 건다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책 선택에 있어선 재능(?)보다 운(??)이 강한 편이고, 그 운도 절대평가적 측면에서 본다면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아닌 관계로...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실패의 경험이 많다. 그럼에도 겁도 없이 이만 오천원짜리 도박을 하게 된 데에는 집에서 급히 나오느라(???) 짐을 간단히 쌌던 관계로 읽을 거리라고는 무비위크 한 권 밖에 없었던 상황과, 막 시작된 불면증의 도움이 있었다.

그리고 사흘동안 무기로 써도 좋을 정도로 두꺼운 책을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먹어치운 후, 불면증에 감사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빈약한 책장과 불면증이 없었다면, 추천은 물론이요 누가 쓴 것이든 리뷰조차 읽어 본 적 없는 이 책을 무수한 실패의 역사를 사뿐히 무시하고 선택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해서 여러 측면-원인, 증상, 여러 치료 방법, 역사, 그리고 우줄증에 걸린 사람-의 고찰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소화가 어려울 정도로 딱딱하지도, 읽는 재미를 앗아갈 정도로 반듯하지도, 그리고 질려버릴 정도로 전문적이지도 않다. 아니, 도리어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히 빠져들게 한다. 그것은 자신의 개인사와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는 지은이의 용감한 방법 때문인 것 같다. 책에서 보여지는 지은이의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고백 수준인데('이런 이야기까지 할 수 있다니'라고 놀랄 정도였다), 그것은 내게 그가 하는 이야기에 대한 믿음을 주었다. 그럼에도 그는 의식적으로 '한 사람의 우울증 환자'이상의 시각을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우울증의 문제를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섣부른 동료의식을 내세우지도, 그들을 쉽사리 판단하거나 규정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히 우울증 환자들의 투병기나, 한 개인의 경험담에 머물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우울증에 대해서 여러 측면으로 꽤 진지하고 깊은 고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또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를 다소나마 교정해주려는 노력 또한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게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지은이의 솔직한 고백과 여러 경험담들은, 그 내용은 편안한 기분으로 받아들일만한 것이 아니지만, 읽는 이로 하여금 지은이의 의도를 마음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종의 촉매제인 셈이다.

물론 나는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의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의 무식쟁이이다. 때문에, 이 책이 안고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을 미처 알아차릴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한 사람의 '읽는 이'로서, 우울증 환자들과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하나의 사례나 현상으로 다루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리고 그가 가진 '문제들 중의 하나'로 다루고자 하는 이 책의 자세는 굉장히 인상깊었고 좋았다. 만약, 내게 우울증의 문제가 생기거나, 내 주위의 사람이 그런 문제를 가지게 된다면 아마 이 책에서 읽은 것들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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