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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싸리 정사 ㅣ 화장 시리즈 2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전권 '회귀천 정사'에 이어지는 단편집. 단편들의 테마는 꽃으로 장사지내다,이고 테마에 어울리는 분위기의 작품들이다. 특히 표제작 저녁싸리 정사는 연애소설로도 손색이 없다. 결말이 좀 씁쓸하긴 하지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왜색은 짙다. 소설의 분위기라던가, 배경이라던가 그런 것을 넘어서 '사고방식'의 다름이 많이 느껴진다. 친한 일본인도 없고, 일본엔 딱 두 번 가본게 전부지만 한국인인 내 사고로 이해되지 않은 어떤 '숨김을 추구하며 그것이 미라고 생각하는' 사고가 짙게 깔려있다. 더불어, 메이지 시기의 여러 집단간의 알력이라던가, 특히 옛 체제를 그리워하며 그것을 명예와 긍지와 나아가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인물들이 자주 나오는데 일본근대역사에 대한 지식이나 평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사고와 행동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름답기는 아주 아름답고, 그닥 마음에 걸리지도 않는다. 이건 아련한, 마치 맹장지 너머에 핀 꽃의 새벽 그림자 같은 그런 이야기들이니까.
표지는 일급. 뒷 부분에 유머스런 추리소설을 실은 편집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작가의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싣는다는 의도는 이해가지만, 아련한 꿈에서 순식간에 끌어올려져 내동댕이 쳐진 듯한 느낌이랄까. 심각한 일로 급히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엄청 야단스러운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