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내밀한 역사
테오도르 젤딘 지음, 김태우 옮김 / 강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앞부분을 좀 읽다가, 급히 저자 정보를 찾았다. 나는 원래 책을 읽을 때엔 저자정보를 가장 나중에 보는 편인데(저자의 약력이나 전력을 아는 데 따른 오독이나 과독의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하는 생각에서이다) 이 책의 경우엔 서술스타일이나 내용이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사실 책을 잘못 선택했나,라는 느낌이 4할 정도였다. 저자 정보를 읽어보니, 전통적인 사학자는 아니고 그 스타일이 장점이나 특이점이라고 한다. 아하. 저자 정보를 읽고 나는 이 책을 과감하게 역사 쪽으로 밀어놓았다.

 

이건 보통의 역사서와는 많이 다르다. 역사서는 연대기나 열전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한 가지 현상이나 주제를 분석하는 경우에도 사실의 서술과 그에 대한 분석을 주로로 하며 교양에 대한 속물적인 추구를 만족시켜줄만한 스타일들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르다. 이 책을 펼칠때 처음 접하는 것은 에피소드이다. 평생을 식모로 일해온 한 여성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여성의 삶을 분석이나 소개, 관조하는 대신 출발점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 시켜 나간다. 전개된 이야기는 딱히 소개된 여성의 삶과는 큰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한 편으로는 자꾸 떠올리게끔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일장을 다 읽고 나면, 그게 '서문'의 기능을 대신하는 장이었음을 알게 된다!

 

각 장에는 멋진, 그리고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이끌어주는 등대불 같은 제목이 붙어 있다. '남성과 여성이 흥미로운 대화를 나누게 된 경위' 뭐 이런 분위기다. 처음에는 에피소드가 나오고, 그를 출발점 삼아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과 분석들이 제시되지만 숨가쁜 나열 대신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서술과 은유가 나오고 어떠한 방향이 제시된다. 낙관적이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고, 허무맹랑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역사서와는 많이 다르다. 그것만으로도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에피소드의 힘이랄까, 한 번에 잘 읽힐 듯 하다. 그리고 어쩐지 아주 내밀한 부분까지 들여다 본듯한 기분이다. 근데 실상 마지막 장을 읽고 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역사의 흐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의 시점은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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