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좋은 날 꼬마야 꼬마야 17
케빈 헹크스 지음, 신윤조 옮김 / 마루벌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느낌은, 아 참 그림이 예쁘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파스텔조의 색감이 따뜻하고 기분을 좋게 합니다. 제목처럼요.
색깔에 관심이 많은 우리아이는 손으로 짚으며 이게 무슨색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리고 자기도 스케치북에 그리고 책에(ㅠ.ㅠ) 색연필로 선을 긋습니다.


어쨌든 예쁜 그림과 따뜻한 색감 덕에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입니다.

내용은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직은 긴 대화를 나눌 정도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만한 나이들이 아니어서,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잘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도토리를 떨어뜨린 다람쥐가 줄이 엉킨 강아지가 슬프고 기분이 안 좋다는 것...
그러나 더 큰 도토리를 찾고 자기 힘으로 줄을 풀어서 기분이 좋아졌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무릎에 앉히고, 나쁜 일도 생각하기에 따라서 혹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서 좋은 일로 바뀐단다.
오늘은 좋은날, 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말이야, 하고 말을 붙여봅니다.

자주 들르는 인터넷 동호회에서 나눔으로 받은 '잃어버린 말'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계 중국인이 그린 '새옹지마'를 모티브로 한 동화인데요 이 책과 약간 방향은 다르지만 어쨌든 나쁜 일이 좋은 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비슷합니다.

다만 잃어버린 말이 큰 틀, 운명, 세상의 이치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면 

이 책 '오늘은 좋은날'은 나쁜 것처럼 보이는 일이 우연, 더 큰 행운, 스스로의 노력으로 좋은 일로 바뀌는 것을 다채롭고 아기자기하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특히 깃털을 잃어버린 새가, 더 큰 도토리나 문제가 해결된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잃은 깃털에 대한 생각을 잊고' 행복해지는 모습이나
그 노란 깃털이 다른 사람의 기분을 좋게하는 즉 '좋은 기분'을 나누고 퍼트리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이 동화책이 아기자기하나 나름의 깊이를 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복해지는 건 어떤 다른 큰 것을 얻거나 문제가 해결되거나 성취를 하는 것 외에도
단순히 잊고 누군가이 행복을 보태주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이 담고 있는 것 같아,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해결되는 문제나 갈등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모든 문제를 이해나 회피, 포기, 망각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그게 좋지도 않지만
때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 다른 것을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생각외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요.

스스로 깨닫고 행동하는 것보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가르치는 일이 더 어려운 종류의
'이치' 혹은 '태도'이기도 합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 잊는 것이 얻는 것, 다른 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것...
부모가 꼭 가르쳐야 하지만 가르치는 마음에 늘 좋지많은 않은 것들이지요.
부모는 스스로보다 자식에게 욕심이 더 많고, 기대가 더 크며, 더 헌신적이니까요.

이 책은 어린 아들과 딸에게 읽어주기에도 좋지만
부모이고 어른인 내게도 많은 생각을 해주도록 하는 그런 책인 것 같습니다.

오늘을 좋은 날로 만들기 위해서, 진정으로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하고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은 과연 옳은 걸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행복과 행복으로 이르는 어떤 길을 가르쳐줘야 할까요.

근래 모 방송사에서 하는 드라마에 무한경쟁하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나와 화제였는데
우리 사회가 내가 아이들에게 이루고 달성함으로서 얻는 행복의 가치에 비해
나누고 인정함으로서 얻어지는 행복의 가치를 너무나 가볍게 보는 건 아닌가란 생각이 들곤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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