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천재이자 괴인인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집에 숨겨져 있는 각종 장치들이 사건과 추리과정에 포함되는 것이 반칙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원래 반칙 트릭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지만, 아무래도 비밀의 방이라던가 비밀의 문이라던가 하는 장치를 통해 사건이 해결되고, 트릭도 그에 연관되어 있다는 설명을 읽다보면 사기를 당한 기분이 되곤 하는 것이다. 본격이 sf는 아니잖아!라고 외치고 싶달까. 건물에 트릭이 너무 숨어 있을 때에는 마치 모험물 같기도 해서 원하던 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시리즈를 죽 읽는 것은 물론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전설의 관시리즈...라는 후광은 애초 십각관의 살인에서 던져 버렸지만, 재미가 있다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죽여버릴 시간도 없는주제에 이런 생각으로 책을 읽는 건 당치않은 사치나 게으름이란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어쨌든 앞에 장황하게 나는 왜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를 싫어하는가? 따위를 적은 건, 반대로 이 책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숨은 장치가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고, 집에 대한 설명이나 억지로 만든 괴기한 분위기가 장황하게 늘어지지 않는 것도 좋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성이 혼란스럽지만, 이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물론 범인의 정체와 트릭은 '이 쉑, 이거 또 반칙이야'라는 기분을 들게 했지만, 어쨌든 끝이 좋으면 다 좋다고 마지막 결말이 마음에 들어 전체적으로는 잘 읽었다 싶다. 정말 마지막 결말의 분위기는 상당하다. 아야츠지 유키토가 글빨도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래서 월관의 살인같은 만화 시나리오 정도가 니한테 어울린다 싶지만) 수차관에서만큼은 작가는 작가, 것도 유명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