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달토끼야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0
문승연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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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하면 '토끼' 와 '떡방아'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그런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어린시절을 서울서 보낸 나는, 토끼가 방아를 찧는 달을 본 적이 없다.

하늘의 별도 마치 이벤트처럼 시골이나 내려가야 볼 수 있는 것일뿐.

32개월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과연 아이가 이 책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시장보다는 마트, 집은 모두 네모 반듯한 아파트, 외출을 할때는 당연히 자가용, 밤을 밝히는 건 달과 별이 아니라 아파트의 불빛, 간판의 불빛, 가로등, 그리고 교회의 십자가인 삶.

자연과 벗하도록 키운다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아이는 블럭으로 주차장 차단기를 만들어 놀기를 좋아한다.

쿵더쿵 쿵덕. 노래하듯 읽어주니 아이는 신기한 듯 관심을 보인다.

뭐하는 거야?

응, 방아를 찧어서 떡을 만드는 거야, 라고 대답하고나선 아차 싶었다.

이 아이가 몇 살이나 되어야 방아를 찧어서 떡을 만드는게 뭔지 알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모습을 과연 어디서 보게 될까? 체험학습장? 텔레비전? 만화? 박물관?

방아?

응. 이거.

씁쓸한 기분으로 손으로 방아를 가리켜주니 아리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책은 더 보지도 않고 일어선다.

...좋아하는 것 같더니만...

책을 치우고 어질러놓은 장난감을 치우는 데 아이가 다다다다 하고 뛰어온다.

아랫집에 시끄러우니까 뛰지 말아야지, 하고 반사적으로 말이 튀어나오는 데, 문득 아이의 손에 들린 것이 눈에 들어온다.

마늘과 깨를 찧을 때 쓰는 손절구.

같이 사시는(우리가 얹혀사는 것) 친정엄마가 내 어릴 적부터 쓰시던 아주 오래된 손절구와 방망이다.

이거, 방아. 방아.

그러더니 뽀로로 인형으로 떡방아를 찧게 시킨다.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순간 어쩐지 안심한다.

삭막한 환경에 둘러쌓여 있지만 아이들은 그럼에도 자란다는 것을.

이 아이가 자라서 과연 토끼가 방아를 찧는 달을 볼 수 있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권의 따뜻한 동화책이 아이와 내가 본 적 없는 달토끼를 이어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달에는 토끼도, 뱀도, 거북이도 그리고 친구(아들은 인간 아이들을 그렇게 부른다)도 모두 모여 방아를 찧고 떡을 나누어 먹겠지.

세상이 변하더라도, 이런 이야기들은 남아 우리의 마음속에 우리가 본 적도 없는 달과 달토끼와 떡방아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일으키는가보다.

 

책은 파스텔 톤으로 일러스트가 아름답다.

쿵덕쿵 덩더쿵 슥슥, 등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좋다.

토끼와 뱀, 친구가 모두 둥글둥글한 얼굴에 쉬이 그려져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종이의 질감도 부드럽고 가볍다.

밤에 잠자리에서 아이와 함께, 은은한 불빛을 벗하며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우리집은 아직 잠자는 시간이 전쟁통이라 그런 여유는 동화책에나 나올 만한 풍경이구나 싶다)

그리고 나중에, 아이를 천문대라도 데려가서 달을 보게 하면 거기서 아이는 달토끼와 방아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달이 어떻게 생기고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분화구와 크레이터, 그런 것도 좋지만  사람의 마음속에는 파스텔톤으로 슥슥 그린 아련한 꿈같은 이야기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내 아이가 지금보다 더 커서도 잊지 않을 수 있을까.

 

 

* 이 책은 알라딘 도미노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읽어볼 수 있었다. 좋은 책을 접하게 해 주신 알라딘과 출판사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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