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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ㄱ ㄴ ㄷ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7
박은영 글.그림 / 비룡소 / 1997년 4월
평점 :
한글을 빨리 가르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아들놈이 기차를 참 좋아해서 골라든 나름 유명 동화책입니다.
그림의 색감이 알록달록, 거친듯 하면서도 밝습니다.
남편은 추상화 같다며 이걸 애가 좋아하냐고 묻지만
아들놈의 눈은 금새 해와 산, 기차, 자동차와, 다리와 나무를 찾아냅니다.
처음엔 그냥 읽어주었는데
기역 니은 순으로 진행되는 각 장의 글들이
결국 멋진 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것을 알아채고 나니
절로 리듬이 붙더라구요.
기~다란 기차가 나무옆을 지나 다리를 건너...
그러다 칙칙 폭폭을 넣어봅니다.
기~다란 기차가 칙칙폭폭 나무옆을 지나 칙칙폭폭 다리를 건너 칙칙폭폭...
자동차가 나오면 뛰뛰빵빵도 해 주고 나무가 나오면 짹짹, 비바람이 불면 휘잉휘잉..
그런 식으로 살을 붙이니 읽어주는 저도 재미있습니다.
창문을 닫으면 칙칙폭폭 소리를 작아지고 터널에 들어가면 무시무시하게 시끄러워 집니다.
아들은 아직 한글은 커녕 말도 다 깨우치지 못한 30개월이지만,
글이고 말이고 다 던져버리고 읽는 재미가 있어 읽어주는 저도 즐겁고
아들도 자꾸 이 책을 꺼내옵니다. 기차 칙칙폭폭 책 읽어줘!하면서요.
아기들에게 책은 왜 필요할까요? 두뇌개발? 공부하는 버릇들이기? 독서교육?
저도 엄마라 팔랑귀가 솔깃할 때가 있지만
산과 들, 강과 나무, 미끄럼틀과 그네, 뽀로로와 치로처럼
하루하루가 새로운 아기의 매일을 채워고 꾸며나갈
즐거운 놀잇감으로 또 하나의 경험으로 그리고 운이 좋으면 오래 남는 추억이면 족하지 싶습니다.
누구나 가슴속엔 어렸을 때 읽었던 책의 추억 하나 쯤은 있을텐데,
그 추억의 책이 항상 멋지구리한 권장도서는 아니잖아요.
하지만 그런 추억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가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죠.
전 저의 아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선물하고 싶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고
칙칙폭폭 음향효과 넣어가며 이 책을 읽어줍니다.
다만 고민은... 아직 우리 아들 기차를 본 적이 없다는 것 정도..?
봄이 되면 기차는 몰라도 기차 박물관이라도 데려가보고,
그 때 이 책을 다시 읽어주려고 합니다.
그 땐, 이 책이 어떤 의미로 우리 아이에게 다가올까요?
저는 그게 정말 궁금하고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