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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토크 - 만 0~4세 하루 30분 말걸기 육아
샐리 워드 지음, 민병숙 옮김, 주현실 감수 / 마고북스 / 2003년 6월
평점 :
산후조리(라고 쓰고 '젖먹이는 것'과의 전투라고 읽는다...)를 끝내고 여유가 생겼을무렵, 우연히 가입되어있는 동호회에서 리뷰가 올라온 것을 보고 접하게 된 책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나름 유명한 육아서였다... 다만 그 때는 '아기와의 대화법'이라는 주제가 맘에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 무렵이... '아기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라는 말을 조금씩 이해하고 체험하던 때였으니까. 아기를 기르는 일이 내가 임신중에 각오하거나 기대했던 일과는 꽤 다르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였고.
그리고 그로부터 5개월쯤 지난 지금, 여전히 원칙조차 세울수 없을 만큼 무지하고 혼란스런 하루하루를 보내고는 있지만, 그 5개월의 기간동안 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앞으로의 세월동안 엄마로서의 나를 키우고 도왔던, 그리고 도울 좋은 책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뭐든지 시작하면 덮어놓고 책부터 읽고 보는 버릇 때문에 육아에 있어서도 이런 저런 책들을 읽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 한권만 꼽자면 바로 이 책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만큼.
물론, 우리 아기는 아직 말이 아니라 소리를 내는 다섯달짜리 아기라 '얼마나 효과가 있냐?'라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겠지만, 다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되돌려 주고 싶다.
'무슨 효과가 필요한가?'
물론 모든 육아서엔 이 육아방법은 이런 효과를 나타낸다고 사례등으로 증명하려고 애쓰고 이 책도 그 점에 있어서는 다를바 없지만 생각에 부모가 읽어야 하는 부분은 효과가 아니라 방법, 그리고 그 방법의 이유다.
좋은 육아서는 그에 있어서 거의 비슷하다. 아기를 한 인간으로서 인격체로서 대우하고 존중해 주라는 것. 그리고 이 베이비토크에서 아기에 대한 존중은 '대화'의 강조로 나타난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겨우 몇 가지의 소리만 낼 줄 아는 아기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대화상대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대우해 주라는 것. 눈을 맞추고, 자주 웃어주고, 자주 말 걸어주고, 아기가 다가올 때 잘 받아주라는 것.
아주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막상 엄마가 되니 그게 그리 쉽지만은 않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이 책을 들춰본다. 몇번씩 읽어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이 되곤 하는 건, 역시 엄마 되기가 정말 힘들다는 반증일까?
기본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훌륭히 풀어냈다는 것 외에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이 책의 구성이다. 0개월 신생아부터 네살 아이까지 발달 단계에 따라 각각 매달, 석달, 여섯달을 기준으로 대화법과 놀이법이 소개되어 있는 구성은 이 책의 강점이다. 아기 뒤치닥거리에 혹은 바쁜 일상에 책 한권 제대로 읽기 힘든 엄마들에게는 아기의 월령 부분만 읽을 수 있으니 좋고, 한번 사두면 네살까지는 두고두고 읽힐 책이라 경제적이기도 하다. 또 대화법과 놀이법을 소개하기 전에 간단한 월령에 따른 발달 사항이 소개되어 있어 아기의 발달을 체크해 볼 수도 있다. (사족 : 물론 아기에 따라 소개된 것보다 약간 빠르기도 혹은 늦기도 할 것이다. 특히 이 책에는 삐뽀삐뽀 119보다 조금 빨리 제시된 발달사항들이 있다. 무엇보다, 아기의 발달에 대해서 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인내'와 '감사'가 아닐까. 발달이 조금 빠르거나 늦다고 해서, 너무 많은 기대를 아기에게 하거나 마음 졸이지 말아야 할 것 같다.) 놀잇감이나 동화책도 아기의 월령에 맞게 소개되어 있다. 다만 그런 건 부차적이고, 뭣보다 읽어야 하는 부분은 '아기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라는 부분 이다.
이 책의 효과...는 뭐 정말 눈을 많이 맞춰주고 많이 놀아주고 많이 웃겨주고 많이 이야기를 걸어준 날엔 아기가 더 사랑스럽고 떼도 덜 쓰고 잠투정도 덜하다고 '느껴진다'는 것 정도가 지금의 한계다...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일지도. 혹시 아기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으려나? 아직은 초보 엄마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이 책은 물론 아기를 키우는 사람들, 특히 아기를 '키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추천하고 싶다. 주변에 아기 가진 친구들에게 기회가 나면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임신 중의 태교라는 것은 뱃속 아이의 아이큐 어쩌고를 높이고(난 지능에 관해선 유전자의 굴레와 유전자의 신비를 믿는 편이다) 뭣도 뭣도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엄마가 될 준비를 하는 것... 아기라는 낯선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돌봐줄 것인가를 다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1장, 0-1개월은 임신중에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늦게 알아서 0-1개월은 적용해볼 겨를이 없었는데, 퇴원하여 집으로 올 때부터 말을 걸어주라는 책의 내용이 매우 공감이 갔고 그렇게 해 주지 못해 조금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좋은 이야기만 썼는데 별이 하나 모자른 이유는 아직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자신있게 평가할 만큼 아기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아기가 자라는 데 있이 이 책에서 도움을 얻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