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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모차르트 : 네 손을 위한 소나타와 소곡 [Digipak]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작곡, 슈타이어 (Andreas S / Harmonia Mundi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슈타이어와 쇼른스하임. 두 사람 보두 개량되지 않은 하프시코드, 클라비코드, 포르테피아노 같은 옛 건반악기의 대표적인 연주자들이다. 슈타이어야 재기넘치고 귀가 즐거운 용감한(?)연주로 유명한 사람이고, 쇼른스하임도 나름 히트를 친 하이든 피아나 소나타 전곡집에서 깔끔하고 (내가 특히 좋아하는) 야단스럽지 않은 해석으로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긴 바가 있다. 이 두 사람이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곡들을 함께 녹음했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진짜 주인공은 이 두 연주가가 아니다. 바로 그들이 사용한 악기인 stein vis-a-vis다. 이 악기는 유명한 건반악기 제작자인 요한 안드레아스 스타인이 만든 악기 중 현재 남아있는 것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 악기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두 대의 건반악기를 하나도 합쳐놓은 것이다. 악기의 모양은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긴 직사각형이고, 한 쪽에는 포르테 피아노 건반이 그리고 다른 쪽에는 더블 하프시코드의 건반이 있다. 더블 하프시코드 건반이 있는 쪽에는 그 외에도 반대편 포르테 피아노의 액션을 작동시킬 수 있는 건반이 하나 더 달려 있다. 즉 두 건반악기를 단순히 붙여놓은 것이 아니라, 양쪽의 건반으로 연주되는 하나의 악기인 셈이다. 눈으로 보기 전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악기인데,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이 악기의 신비를 탐구중이다. 저 설명도 옛 건반악기에 관해서라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전상헌님의 설명을 대충 옮긴 것이다. (좋은 글과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어쨌든, 악기의 신기한 형태 만큼이나, 그 소리가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옛 악기들의 신묘한 소리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고 말이다.
역시 나의 기대처럼, stein vis-a-vis는(a위에는 악상이 붙어야 하는데, 찾는 방법을 모른다...) 굉장히 다채롭고 풍부한 소리를 들려준다. 곡마다, 때마다 달라지는 음색은 호기심 강한 나 같은 사람의 귀를 자극시키기에 적당하다. 첫 트랙에서 슈타이어와 쇼른스하임은 약간은 과격한, 몰아치는 듯이 연주하는 데 그것이 소리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한 마디로 소리가 폭포처럼 내 위로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여담이지만, 이 음반을 틀어놓고는 정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 정도로 소리는 압도적이다) 말 그대로 '소리의 향연'이 소나타와 소곡, 무곡, 변주곡을 넘나들며 약 60분의 시간동안 펼쳐진다. 이 곡들 모두가 원래 네 손을 위한 곡들은 아닌 것 같고, stein vis-a-vis를 위해 편곡된 것도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어느 곡도 모차르트를 훼손하지는 않았고 모든 곡들이 매 순간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아쉽게도 같은 연주를 모던 피아노로는 들어본 적이 없고, 다만 역시 시대악기 연주자인 판 오르트의 모차르트 전집에 포르테피아노 연주로 들어 본적 있다. 그에 비하면 슈타이어와 쇼른스하임의 연주는 템포 변화가 무척 다채롭고, 장식음같은 효과들도 좀 더 풍부하다. 나는 아무래도 오르트의 좀 더 단정한 해석을 좋아하지만, 이 악기에는 이런 연주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런 다채로운 변화들이 연주를 더욱 풍성한 음색으로 채워주고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아무래도 이 신기한 악기가 가져다 준 소리의 새로움이라는 것에 폭 빠져있는 상태이므로 당분간은 이 음반을 끼고 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