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38
렉스 스타우트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추리소설 붐이라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부당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작품들과 작가들이 더 많다. 그 때문에, 그 '붐'이라는 것이 단순히 어떤 경향이나 어떤 작가들에게 치중된 얄팍한 무언가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어쨌든 읽기만 하는 사람이 출판계의 복잡한 사정을 알리도 없고 또 지금 출간되는 훌륭한 작품들과 주요 작가들을 깎아내릴 의도도 능력도 없다. 그저 아쉬움이 남아 투덜거릴 뿐. 그리고 나의 투덜거림에 힘을 실어주는 작가가 바로 렉스 스타우트다.

뚱땡이 탐정 네로 울프와 추리소설 역사상 최고로 말이 많고 최고로 개성적인 조수인 아치가 등장하는 그의 소설은 고전 추리소설같은 정식의 논리적인 추리의 재미보다는 좌충우돌 모험과 빛나는 유머를 가미한 읽는 재미가 있는 종류이다. 특히 아치를 통해 발휘되는 스타우트의 유머 감각은 심각한 살인사건과 더 심각한 네로 울프의 체중 마저도 귀엽게 만들어버린다. 요리로 치면 무거운 정찬이 아니라, 개성만점의 별식인 셈이다.

그러나 이런 스타우트 소설의 매력을 느끼기에 우리나라에 출간된 소설들의 수는 너무 작고, 조금씩 다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라 아쉬울 뿐이다. 제목부터 스타우트 소설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요리사가 너무 많다'는 번역에 문제가 있고, 시그마 북스 시리즈였던 '챔피언 시저의 죽음'은 번역도 작품도 만족스러운 작품이나 절판 상태인데다가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꽤 깔끔한 번역에 구하기도 쉬운 '독사'는 정말 아쉽게도, 스타우트 작품 치고는 매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독사'는 스타우트의 첫 작품으로, 그래서인지 두 캐릭터나 스토리나 문체나 모든것이 조금씩 경직되어 있다. 책장을 술렁술렁 넘기게 만드는 그의 유머감각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고 사건 자체도 전형적인데다가 해결 과정이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네로 울프야 워낙 기괴한 양반이시니 대충 묘사된 것만으로도 인상에 콱 박힐 지경이지만, 아치의 매력이 이 책에서 완벽히 발휘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전체적으로 뭔가 허전하고, 어디서 본 듯하고, 심심하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스타우트 소설 중 이 책을 가장 마지막에 읽은 탓이 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타우트의 작품을 이렇게라도 하나 더 만나보았다는 게 즐겁고, 읽을 수 있을 만큼 번역이 되었다는 것에 고맙다. (동시에, 어쩐지 억울하지만...) 일본 작가들과 영미권 근작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지만 동시에 스타우트같은 나름 유명하나 소개가 많이 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도 몇 권만 더, 한국에서 만나보았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게 팬심이라면 팬심이겠지만 말이다.

(아, 진짜 별 네개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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