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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크 - 과학으로 돌아보는 영혼
메리 로취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파라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과학칼럼리스트인 메리 로취는 아마 과학 칼럼리스트들 중에서도 꼽힐 정도로 글을 잘 쓰지 않나 싶다. 유머감각과 날카로운 통찰력이 공존하는 그녀의 글은 매우 먹음직스러운 부페식단 같다. 매우 잘 읽히며, 쉽게 읽힌다. 그리고 전작인 <스티프>에서처럼 매우 인상적이기도 하다.
내가 <스푸크>를 읽게 된 것은 오로지 그녀의 전작 <스티프>때문이었다. 매우 센세이셔널한 소재-시체와 영혼-에 대한 편견과 오해 그리고 신화를 비꼬거나 그 뒤에 숨겨진 과학적 진실을 이끌어내는 그녀의 솜씨는 놀라웠다. 결코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흥미위주의 책도 아니었으며 짧은 에피소드마다 벌어지는 추적의 과정도 농담투로 쓰여 그렇지 매우 진지한 것이었다. 잘 쓰인 과학 칼럼 이상의 책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스푸크>는 무척 실망스러운 책이었다. <스티프> 때문에 기대치가 높았던 것도 있지만, 문제는 그녀가 다룬 소재인 영혼이 <스티프>의 시체에 비해 과학적으로 다루기 무척 어려운 반면에 다소 전통적으로 꾸준히 화제가 되었던 소재여서 식상할 가능성은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로취는 '영과 육'이라는 관점에서 <스티프>에 이어 <스푸크>를 기획한 듯 보이지만, 문제는 육과는 달리 영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사실상 그 존재 여부부터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거의 불가능한 '가치관의 영역'내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로취도 그 점을 생각했는지, 많은 부분을 영혼 그 자체가 아닌 과학의 역사 속에서 영혼을 과학적으로 다루려 했던 시도들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도들 자체가 로취가 굳이 다룰 필요가 없을 만큼 '넌센스'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거나, 그래서 그 가치자체가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거나, 보통 넌센스라고 치부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스티프>와 같이 새로운 영역을 엿본다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소개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로취의 태도도 문제이다. 아무리 그러한 시도들을 믿지 않고 넌센스라 생각한다고 해도 책을 읽을 때에는 의외의 반전을 기대하게도 된다. 그러나 로취는 일관적으로 그것이 넌센스라는 점을 주장하고, 설상가상으로 유머감각의 발휘는 대상에 대한 탐구를 단지 '실실거리며 비꼬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어떤 부분에서 그녀의 조사 방법은 전혀 과학적이지도 않다. 그저 르포식으로 잡입취재를 했다 뚜렷한 근거 없이 그저 실실거리는 식이다. 때로는 아예 답을 내는 것 자체를 회피해버린다. 남는 것은 풍물문화소개 다큐멘터리 식의 묘사의 나열 밖에는 없다.
문제는 그녀가 과학칼럼을 쓰려고 했다는 점인 듯 싶다.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좀 더 진지한 접근을 했더라면, 아니 진지하지는 않아도 폭넓은 접근을 했더라면 좀 더 읽을만한 책이 되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과학'이었던 것 같다. 로취는 너무나 쉽게 생각했던 게 아닐까? 어쨌든, 로취의 의도나 태도가 무엇이었던 간에, 영혼에 대해 과학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느낀 나의 감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