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논어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29
공자의 문도들 엮음, 조광수 옮김 / 책세상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나는 이 책 외에는 '논어'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동양고전들을 한 번 제대로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은 있지만, 우선 하고 있는 공부와 직접적으로 연이 닿지 않는데다 게으른 품성까지 겹처 계속 미뤄두고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솔직히 이 책의 번역이나 해석이 얼마나 옳은지 혹은 얼마나 인상적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또한 논어에 대해서도 섣부른 나름의 해석이나 판단을 내리기엔 이른 것 같다. 특히나 근몇년간 공자의 사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를 두고 여러 전문 논자들의 논의들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 부분에 대해서는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해서 리뷰를 쓰는 것은, 책세상 문고가 가진 이점에 크게 감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하루에 적어도 2~3시간정도 버스를 타는 시간동안 읽기에 좋은 두께와 무게 때문이었다. 보통은 추리소설을 가지고 타지만 사실 어떤 경우엔 그것조차 짐이 될 정도로 짐이 많았기 고민하고 있던 중, 관심있던 논어에 대해 마음에 쏙 드는 판형으로 책이 나와 주저없이 집어 들었다. 근 몇년간 양장본 책이 많이 나오는데, 보기에도 이쁘고 튼튼하지만 솔직히 그 두께나 무게가 늘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 또한 아주 얇은 책을 편집 기술로 양을 늘여 양장본을 내기도 하는데, 솔직히 하드커버 때문에 추가된 가격 생각을 안할 수가 없다. 내게 근년의 책 디자인의 추세는 늘 고민거리였다. 그러니, 책세상에서 나오는 이시리즈와 같이 부피와 무게에 거품을 뺀 책들이 얼마나 반갑겠는가. 그 내용이 결코 헐한 것도 아니고, 새로운 글들의 번역도 많아 즐거움이 더 한다.
물론 오며가며 버스속에서 읽기에 논어는 결코 적당한 내용이 아니다. 짧은 문장, 일견 간단해 보이는 에피소드 속에 숨은 속뜻을 계속 되새기면서 혹은 나름 이해하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바탕이 없는 경우라면, 입문서를 먼저 읽었어야 옳을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고전들이 그렇듯이, 대신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깊이가 있고 또 읽을 때마다의 느낌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독서용으로 읽기에 결코 부적당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나처럼 무지몽매한 자의 마음에도 콱콱 박힐정도의 경구들이 있어 결코 시간을 버리는 것도 아니다.
공자가 나라를 망쳤다는 소리도 있고, 사실 논어에도 고루한 부분은 많다. 하지만, 이것은 몇천년을 넘게 살아 내려온 고전이고 그것에는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다. 어떤 고전을 읽을 때 아무런 생각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혹은 그것의 흠만을 들추어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책에는 잘못 없다. 읽는 자에 따라 책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논어처럼 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책들도 어느정도는 그럴 것이다. 책에 먹히지 않고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싶다. 높은 사상을 담고 있는 텍스트들을 단순한 교조적 대상으로 전락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