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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심리 -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총서 11 ㅣ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총서 11
콜린 윌슨 지음 / 선영사 / 1999년 3월
평점 :
'살인의 심리' 작가인 콜린 윌슨은 그의 20대때, '아웃사이더'로 일대 돌풍을 일으킨 작가이다. '아웃사이더'는 여러 문학작품들에서 그가 '아웃사이더'라고 명명한 어떤 특징을 가진 인물들과 그들의 행동들을 나열하고 분석한 책으로, '살인의 심리'는 이 '아웃사이더'와 서술방식이 비슷하다. 즉, 사건을 나열하고 그것을 나름대로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윌슨은 FBI나 심리학자 출신도 아니고 그가 독학으로 '아웃사이더'를 완성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범죄학이나 사법역사에 관한 어떤 전문적인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 이것은 한계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살인은 아마추어의 범죄라고 포와로의 입을 빌어 말한 적이 있다. 세익스피어는 작품에서 살인은 나름의 기관을 가지고 말을 한다고 하였다. (둘 다 정확한 인용은 아니다) 살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범죄이지만 또한 가장 기본적이고 누구든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이다. 따라서 전문성을 요하는 다른 범죄-절도, 강도, 사기, 위조등-에 비해 인간의 어두운 내면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왜 살인을 저지르는가라는 질문은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한 분석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깊이를 가진다. 즉, 인간 본연에 대한 탐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비전문가인 콜린 윌슨의 책에서 어떠한 정신과학적인 측면을 발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니, 발견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현장에서 일한 전문가들의 그것에 비하면 무척 추상적이고 비전문적일 것이다. 대신 콜린 윌슨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인문학적(?) 태도일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원제가 '살인의 사례집 THE CASEBOOK OF MURDER'인 것을 생각해보면 콜린 윌슨이 의도한 것도 그의 장기인 에피소드의 나열과 그것이 유기적인 연결이었을 법하다. '살인의 심리'라는 번역제목은 말하자면 일종의 과대광고인 셈이다.
하지만, 원래의 제목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보아도, 책 전체의 완성도는 콜린 윌슨에게 기대할 수 있는 정도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분석은 때로는 날카롭지만 보통은 무디고, 쾌락살인이 독일인들의 기질 때문이라고 하면서 늙은 군인의 예를 드는 등 분석이라고 보기에 민망한 편견이 나열되어 있기도 하며(영국인들 또한 연쇄살인의 역사에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세익스피어에 얽힌 미스테리나 영국의 정치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책의 주제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 지나칠 때가 있어 전체적으로 아쉬울 뿐이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그다지 깊이도 없고, 날카로움도 없다.
물론 가끔 콜린 윌슨을 유명하게 만든 날카로운 서술들이 보이긴 한다. 역사적으로 살인과 그에 대한 형벌을 둘러싼 당대 사람들의 인식에 대한 그의 묘사와 분석은 때때로 인상적이며, 나열한 사례의 양과 질은 탄복할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런 면모들이 읽는 이에게 주도적인 인상으로 남지 않는다. 전체적으로는 피상적인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아쉽다. 그저 '사례들'을 접한다고 생각하며 본다면 제일 좋은 책은 아닐지라도 읽어볼 만한 책이긴 하다.
별점은 두 개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