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오늘의 사상신서 157
마빈 해리스 지음 / 한길사 / 199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에겐 자신과 다른 것을 포용하기 보다 배척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 같다. 인종차별이나 성적 소수자 차별 같은 각종 차별적 행위들, 시쳇말로 '돈 한푼 대주지 않으면서' 타인의 취미나 취향을 '이상하다'고 난도질 하는 행위들, 그리고 타인의 문화를 쉽게 '야만적'이라던가 '비인간적'이란 말로 매도하는 행위들이 그 반대의 행위보다 더 자주, 더 드러나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면 내 착각일까.

하지만 나는 또한 '나와 다른 타인의 무언가'에 대한 인간의 공격적이고 또한 방어적인 태도는 타인에 대한 이해에 의해 많이 개선될 수 있다고도 믿는다. 이해의 바탕은 '앎'이다. 특히 현상뿐만 아니라 원인에 대한 앎은 이해를 더욱 깊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타인의 특정한 행동양식이 어디에서 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행동양식적 기반이 자신의 기반과는 어느 부분이 얼만큼 다른지 알고 난 후에도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의 수는 상당할 테지만, 어느 정도의 개선을 기대하기에 사람들은 교육을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된다. 그리고 그 교육의 바탕을 이루는 것은 선구적 시각을 가진 어떤 학자들의 연구일 것이다.

마빈 해리스의 '문화3부작'은 (선구적 저작이라고까지 표현되기는 어려울 지 몰라도) 타문화를 이해하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식인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는 이 책과 이 책의 저자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끔 한다. 그는 식인을 '우리와는 전혀 다른 민족의 끔찍한 본능'이라고 배척 하거나 반대로 '오로지 서양인들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라고 함으로서 무조건적 부정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존재하는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안에 감추어진 문화적 배경을 찾아내어 그들이 '식인을 선택한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책의 어느부분을 펴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인도인들은 왜 소를 숭배하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말이나 개의 고기를 먹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벌레를 먹는가? 그리고 왜 한국, 중국, 일본인들은 (전통적으로-지금은 먹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유를 먹지 않는가?

특히 우리와 관련하여, 개와 같은 애완동물로 받아들여지는 동물을 먹는 행위와 우유를 먹지 않는 행위의 장이 매우 인상깊다. 지금이야 우리가 우유의 어느 성분을 분해하는 락토우즈 성분이 우유를 주로 먹는 서구인들에 비하여 없거나 적기 때문에 우유를 먹으면 곤란을 겪는다는 점이 교과서에 기술되어 있는 등 널리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구인들이 동양세계를 발견(으악!)한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그들은 단지 동양의 물이 더럽다던가 동양인들이 물을 끓이지 않아 우유를 먹고 복통을 호소한다고 생각했다. 체질이 다른 것을 '더럽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는 몰이해 혹은 얕은 이해가 얼마나 편견을 낳기 쉬운가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물론 마빈 해리스가 이 책에서 제시한 음식문화에 대한 분석이 모두 진리는 아닐 것이다. 지나치거나 모자르거나 옳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왜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의 생각이 옳다고 여겨진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나와 같은 독자로서는 그 문화 기반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해도, 나름의 음식에는 나름의 문화와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만큼 그 문화를 적어도 존중해야 하지 않을까. '으악! 중국사람들은 불가사리도 먹어, 징그러워~'라고 하기 전에, '이렇게 귀여운 개를 먹는건 야만인이야!'라고 하기 전에 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달리 이야기하면 나에겐 불륜으로 보일지라도 당사자에게는 로맨스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PS ; 쓰고보니 제목이 별 상관이 없는 것 같기도... 뭐 늘 그래왔지만...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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