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3 - 고양이 할멈 샤바케 3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추리만큼이나, 중국이나 일본풍의 괴담이나 기담을 좋아한다. 그 애매모호한 결말이라던가 환상적이면서도 의외로 현실적이며, 중국문화나 일본문화가 갖는 묘한 이국성에 끌리는 것 같다. (그 묘한 이국성이라는 것도, 서구의 시각을 역수입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동시에 어떤 괴담이나 기담들은 이해되지 않는 가치관이나 씁쓸한 뒷맛 혹은 은근히 오래가는 서늘한 느낌을 지니고 있어, 그것이 특유한 맛이려니 해도 가끔씩은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있다. 원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 내게 '샤바케'는 딱이라는 느낌의 시리즈물이다.

샤바케는 괴담이나 기담, 혹은 추리물이나 환상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상은 요괴가 좀 등장하는 모험소설에 가깝다. 정교한 트릭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도 없고 떼로 출몰하는 요괴들도 한여름밤에 자주 등장하는 녀석들과는 달리 하나씩 엉뚱한 구석이 있는 귀여운 녀석들이다. 모험이라는 것도 주인공 도련님이 워낙 약골이신지라 요괴의 신묘한 능력 경연(이라고는 하지만 자세한 묘사가 자주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이나 도련님의 회색의 뇌세포의 모험(이라고 하지만 도련님의 추리는 자주 독자가 모르는 영도를 걸으시는 듯 뜬금없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마치 장지 너머로 들려오는 옛이야기를 훔쳐듣는 기분으로 설렁설렁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있는 것이다. 인간과 요괴의 성격과 관계에 관한 이야기들도 밋밋한 듯 아기자기하게 진행된다. 혹자는 조금 밍숭맹숭하다고 느낄수도 있겠지만, 표지부터 괴상하지만 귀여운 것들이 잔뜩 그려져 있으니 책의 분위기에 대한 힌트는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시리즈의 첫권서부터 얼마 전 출간된 세번째 권까지, 그러한 특유의 분위기는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번 세번째 권도 대단한 기대보다는 '어디 한 번 볼까'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덜컥 집어들었고, 역시 아기자기하면서도 호흡이 잘 끊어지지 않는 단편들이 내 기대를 채워주었다. 편하게, 담백하게, 아기자기하게, 일본요리를 앞에 놓은 느낌이랄까. 몇몇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문화라던가 사고방식의 차이까지도 의아함 보다는 귀엽게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ps ; 다만, 시리즈의 세번째 권에 이르러 두 행수인 사스케와 니키치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형님'이 자주 등장하는 데, 일본판을 읽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조금 혼동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도련님이 '형님으로 여긴다'고 나와있긴 했었지만...  (알아보니, 일본판에도 형님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한다.)   

별은 세개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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