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물리학
로버트 어데어 지음, 장석봉 옮김 / 한승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메이저리그 경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보스턴 레드삭스에는 괴상한 공을 던지는 노장 투수가 한 명 있다. 그의 등번호는 49번, 이름은 팀 웨이크필드고 그가 던지는 괴상망측한 공을 이른바 '너클볼'이라 한다. 그 구속은 100km내외. 150km대의 초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그 동네에서, 그가 던지는 공은 어이없을 정도로 쉬워 보인다. 던질때의 폼까지 더하면 왠지 거짓말 같다. 하지만 그는 10년넘게 메이저리그 투수로 활약하고 있고 성적도 크게 나쁘지 않아서 꾸준히 방어율 4점대 중반을 찍어주고 있는 꽤 준수한 투수이다. 경기를 보면 더 기가 막히다. 그 아리랑볼에 천문학적 금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강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이다. (물론, 심하게 쳐맞는 날도 있지만...) 그 미스테리어스함이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나는 어느새 웨이크필드의 팬이자 메이저리그의 시청자가 되어 있었다.

물리와 수학을 영원한 주적으로 선포했던 극문과적 학창시절(심지어는 '수학과 물리의 마지막까지 연구한 학자를 찾아내어 삼대를 멸해버리자'라고 했으니...)을 뒤로하고 '야구의 물리학'이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을 찾게 된 것도 우선은 이 책의 차례에서 너클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요술과도 같은 너클볼의 비밀은 공의 회전을 최대한 줄임으로서 공기의 흐름의 영향을 잘 받도록 하여 공의 괴적을 변화무쌍하게 하는 데에 있다는 점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저명한 물리학자이기도 한 저자가 펼쳐놓은 너클볼의 비밀은 그보다 오묘했고 논리적이었으며 흥미로웠다. 물론 어렵기도 했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 책은 물리학 앞에 '교양'딱지를 붙여야 옳겠지만, 사실 물리와 수학을 어쩔수 없이 배워야 했던 때로부터 탈출한지 10주년정도 되는 지금에 읽기엔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너무도 친절하게 마치 물리선생님이 그러했던 것처럼 설명해주고 있지만 학교때에도 물리선생님과는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던 바, 결국 나를 끝까지 붙잡아 둔 것은 야구에 대한 관심이었고 저자가 보여준 야구에 대한 사랑과 그것에 대한 어설픈 동지의식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접하는 사람들 중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는 것은 야구나 물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메이저리그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테고. 거기에 까지 생각에 이르자, 야구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결국 한권의 책으로 승화시킨 물리학자에 대한 야릇한 존경심과 그런 야구팬을 가진 메이저리그에 대하여 약간의 질투심이 느껴지는 것도 같다.  

만약 우리나라 투수들, 타자들에 대해서 이와 같은 책이 나온다면 어떨까? 선동열 선수의 슬라이더, 최동원 선수의 낙차 큰 커브, 박철순 선수의 말 많은 구질(스큐르볼? 팜볼? 혹은 너클볼?), 그 외에도 배영수, 손민환, 류현진... 그리고 이 책에 혹시 포함되어있을까 기대를 많이 했지만 결국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김병현 선수의 프리즈비 슬라이더까지. 우리나라도 한 때 가장 인기있는 종목이 야구였고, 위에 언급한 선수들 역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퍼스타들이었으니, 혹 우리 물리학자 중에서도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럼 이러한 책도 역시 기대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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