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유희
시마다 소지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재미있는 일이다. 시마다 소지의 데뷔작에 이어 최근작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되도록 발표된 순서에 따라 대표작들이 몇 권이라도 더 출간되고 나서 최근작이 출간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긴 하나, 한편으로는 '나와준것만으로도 고마워'라고 감격하게 된다. (아,직,은!) 날백수에 불과했던 화장실을 깨끗이군(아니, 미타라이 기요시군)이 어떻게 일본도 아니고 스웨덴 대학의 교수가 되었는지 알길 없다는 게 다소 아쉽지만 말이다.

<마신유희>와 이 바로 전에 나왔던 <점성술 살인사건> 사이에는 이십년이 훌쩍 넘은 시차가 자리잡고 있다. 그 동안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미타라이군은 미타라이 교수가 되었고 그가 늘어놓는 이야기와 과시하는 능력들도 잡학다식에서 비행기 운전등으로 일취월장하였다. (책 뒤의 소개에 보면 권을 더할수록 미타라이는 점점 수퍼맨이 되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독특한 소재와 그것이 바탕이 된 신비로운 분위기로 독자의 얼을 빼놓으면서 스스로는 분위기에 압도됨이 없이 차분히 모아두었던 트릭과 범인의 단서들을 모아 쫙 펼쳐놓는 그 얄미울 정도로 영리한 수법에는 전혀 변함도, 변질도 없다. 소설 중간에 수기가 삽입되는 것도 그 수기가 사건의 핵심요소로 작용한다는 점도 <점성술 살인사건>과 같다. 그것이 두 편 사이의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시마다 소지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특히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올리버 색스 박사의 <화성의 인류학자>를 인상깊게 보았던 독자라면 <마신유희>에도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독자의 눈을 우선 사로잡는 것은 <화성의 인류학자>에서 소개된 어느 독특한 환자의 사례와 비슷한 주인공의 특징이므로. 하지만 주의할 것은,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뿐더러 시마다 소지가 늘어놓는 장광설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그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소설에선-특히 한가지 트릭이-공정하게 제시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눈치빠른 독자라면 요 트릭또한 능히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때로는 너무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도 하지만, 신본격작품들은 독자를 맞은 편 테이블로 초대한 하나의 추리게임으로서 마치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의 호수와도 같은 배경을 전제로 깔아놓는다. 그것은 섬이나 성같은 심히 제한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요 경우 왜 그런 곳에 떨어지게 되었는지의 핑계가 중요하다. 자칫하다간 김모군처럼 '매일매일이 방학' '영원한 고교생' 무엇보다도 '발길 닿는데마다 시체'인 탐정이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혹은 열린 것처럼 보이나 읽는 독자에겐 무척 낯선, 그럼으로서 닫힌 것이나 마찬가지인 공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공간이든 간에 초대된 독자가 명심할 것은 회색 뇌세포의 움직임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독자가 이기든 지든 간에 작가와 머리싸움을 해나가는 과정이야말로 신본격 작품을 읽는 재미의 정수일 것이며, 비록 '읽은 후 남는 게 없다'라던가 '현실적이지 못하다'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할지라도, 결코 그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는 이 장르만의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신본격 첫손에 꼽히는 명트릭의 창조자가 바로 시마다 소지이다. 그 명성의 완벽한 재현이라고까지 하긴 힘들지만, 그에 걸맞는 영리하고 깔끔한 작품인 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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